쿠팡, 中 ‘알테쉬’ 출혈경쟁 비용을 회원에게 떠넘겼다

최연진 기자 2024. 4. 12.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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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십 요금 단번에 58% 인상
서울 시내의 한 쿠팡 캠프에서 배송 기사들이 배송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쿠팡이 13일부터 1400만 회원을 두고 있는 유료 멤버십(와우 멤버십) 요금을 한 번에 월 4990원에서 월 7890원으로 58.1%(2900원) 인상한다고 12일 밝혔다. 쿠팡 관계자는 인상 이유에 대해 “지난달 쿠팡이츠(음식 배달 플랫폼)에서 배달비 무료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와우 멤버십 혜택이 그동안 계속 확대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뿐 아니라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이커머스의 파상 공세에 대응하는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라도 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그동안 경쟁 이커머스 업체들이 따라오기 힘들 정도의 출혈경쟁으로 시장 주도권을 잡은 뒤 알·테·쉬(알리, 테무, 쉬인)를 핑계로 유료 회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백형선

◇月 2900원 인상… 인상률 58.1%

쿠팡의 이번 회비 인상 조치는 우선적으로 13일부터 신규 가입하는 회원에게 적용된다. 기존 와우 회원은 8월부터 인상된 월 요금 7890원을 내야 한다. 쿠팡이 회비를 올린 건 2021년 12월(2900원→4990원)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쿠팡은 이번 회비 인상의 주된 근거로 ‘다양한 혜택’을 들었다. 쿠팡은 “무료 배송·반품에 무료 OTT(쿠팡 플레이)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고, 지난달부터는 쿠팡이츠 무료 배달도 추가했다”며 “와우 회원 전용 할인까지 포함하면 10가지 이상 혜택이 있다”고 했다. 쿠팡은 국내 주요 OTT의 멤버십 요금이 1만3900~1만7000원으로 기존 와우 멤버십의 2배 이상이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쿠팡은 “인상된 월 요금을 감안하더라도 회원들은 비회원보다 연평균 87만원(멤버십 요금 제외)가량을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쿠팡에서 무료 배송(월 13.3회), 무료 반품(월 2.7회), 무료 배달(월 5회) 등을 이용하고 무료 OTT도 구독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계산이다.

알·테·쉬 등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 중국 이커머스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 실탄’을 마련하는 목적의 월 요금 인상이란 분석도 있다. 쿠팡은 올해부터 3년간 3조원을 투자해 신규 물류 센터를 짓고 로켓 배송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커머스 관계자는 “쿠팡이 작년 처음으로 흑자를 냈지만 영업이익률은 아직 1%대에 불과하기 때문에 멤버십 인상으로 수익을 늘리려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작년 말 기준 와우 멤버십 가입자는 약 1400만명이다. 이번 인상으로 쿠팡의 연간 멤버십 수익은 약 8388억원에서 4872억원쯤 늘어나게 된다.

◇출혈경쟁 비용, 회원에게 전가

쿠팡은 서비스 확대,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멤버십 요금을 올렸다고 설명하지만, 중국 이커머스와의 경쟁 비용을 소비자에게 떠넘긴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알·테·쉬 공세에 맞서기 위해 쿠팡도 출혈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이제는 감당이 어렵다고 판단해 회원에게 ‘공동 부담’을 요구하는 모양새”라고 했다. 쿠팡이 쿠팡이츠 배달비 무료 서비스를 시작한 지 18일 만에 와우 회원비를 올린 것도 결국은 ‘비용 전가’와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저가(低價) 마케팅으로 시장을 장악한 뒤 가격을 인상하는 전형적인 전략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쿠팡은 2023년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24.4%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유료 회원 수는 2021년 약 900만명에서 2022년 1100만명, 지난해 1400만명으로 급증했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이미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회비를 인상해도 유료 회원의 이탈이 많지 않을 거라고 계산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날 주부가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멤버십을 해지하고 싶은데 대안이 마땅치 않다’ ‘쿠팡 없인 못 살게 삶에 스며든 뒤 올려버리는 전략’ 등의 글이 올라왔다.

콘텐츠 플랫폼들도 이런 행태로 비판받은 전례가 있다. 작년 말 구글은 광고 없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의 국내 구독 가격을 단번에 43% 인상했다. OTT 1위 넷플릭스도 지난해 계정 공유를 제한하면서 추가 인원당 월 5000원을 더 내게 해 ‘요금 폭탄’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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