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스라엘 긴장 고조... “48시간 내 공격 가능성”

김지원 기자 2024. 4. 1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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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이란 테헤란에서 시위대가 성조기를 불태우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대사관 옆 영사관 건물을 미사일로 타격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고위 간부 등 여러 명이 숨졌다./연합뉴스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이란의 직접 공격이 임박했다는 예측이 나오면서 중동 내 긴장이 일촉즉발의 상태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다급히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이란의 공격이 현실화할 경우 중동 분쟁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이 앞으로 48시간 이내에 자국 남부 또는 북부 영토에 대한 이란의 직접 공격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 대비에 나섰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주 초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게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는 몇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고, 이 중에는 중거리 미사일로 이스라엘을 직접 타격하는 방안도 포함됐다”고 했다. IRGC와 연관된 이란 소셜미디어 계정들은 이날 이스라엘 북부의 하이파 공항과 핵 시설이 있는 남부의 디모나를 미사일로 모의 타격하는 영상을 게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자국 영사관을 폭격해 IRGC 지휘관 등 13명이 목숨을 잃자 즉각 보복을 천명했다. 특히 사망자 중 IRGC 쿠드스군의 해외 작전을 총괄해 온 모하메드 레자 자헤디 사령관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란 지도부는 분노했다. 자헤디는 2020년 미국이 암살한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 이후 살해된 이란군 중 최고위급으로 알려졌다. 알리 하메네이는 전날 연설에서 “사악한 이스라엘 정권은 실수를 저질렀으며, 반드시 처벌받을 것”이라며 “그들(이스라엘)이 우리 영사관을 공격했다는 것은 곧 우리 영토를 공격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이스라엘은 물러서지 않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누군가 우리에게 해를 끼치면 우리도 그들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며 “우리는 방어적으로든 공격적으로든 이스라엘의 모든 안보 요구를 충족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도 이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 장관과의 통화에서 “이란이 직접 우리를 공격하면 이에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이라고 했다.

국제사회는 사태 격화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 장관은 중국·사우디아라비아·튀르키예 등에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하지 않도록 만류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마이클 쿠릴라 미 중부사령관을 이스라엘에 급파, 갈란트 국방 장관 등 이스라엘군 지휘관들을 만나도록 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 장관과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 장관도 각각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 장관에 전화를 걸어 “이스라엘을 공격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도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하는 데 외교적 부담이 따르는 만큼 신중을 기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WSJ는 “이스라엘 공격 계획이 (이란 지도부)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으나 최종 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알리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전략 기반 시설에 대한 대규모 보복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란은 지난 7일 “이란은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며 서둘러 보복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미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란은 어떤 형태로든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곧 실행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편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휴전 협상이 진행 중이던 지난 10일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수뇌부의 친족들을 표적 공습으로 살해했다. 지난 7일 이스라엘은 가자 남부 최대 도시 칸유니스에서 병력 상당수를 철수했었다. 하마스 측 방송 알아크사TV 등에 따르면 10일 이스라엘군 전투기의 가자지구 북부 알샤티 난민촌 공습으로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의 아들 하젬, 아미르, 무함마드가 죽었다. 이 공격 당시 하니예의 손주 4명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아미르는 하마스 군사 조직의 지휘관이고 하젬과 무함마드는 일반 대원이었다”며 “이들은 가자 중부에서 테러를 실행하러 가던 길이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에서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으로 발발한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기아가 확산하고 있다. 11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서맨사 파워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처장은 전날 의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가자 북부에 기근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는 “(작년) 10월 7일 이전 가자 북부 영양실조 비율은 거의 0이었는데 지금은 거의 어린이 3명 중 1명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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