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40%, 한국교육 한계로 "과도한 사교육·학벌주의"(종합)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에 참고차 실시
변화 가장 시급한 분야 1위 '고교 교육'
'즐거운 생활'서 체육 분리안 의결 못해
[서울=뉴시스] 김정현 구무서 기자 = 성인 5명 중 2명 이상은 대입 경쟁 과열로 인한 과도한 사교육 및 학벌주의를 한국 교육의 한계로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초등 분야 교육은 상대적으로 나았지만 특히 고등학교와 대학 및 직업교육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이 중 고교 교육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그리 높지 않았다.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는 1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체회의를 갖고 이같은 '대국민 교육현안 인식조사' 결과를 심의했다.
국교위는 연말까지 우리나라 교육 정책의 비전과 대입 등 민감한 정책의 방향성을 담은 국가교육발전계획 시안 마련에 참고하기 위해 일반 국민 인식을 조사했다.
성인 국민 5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이번 조사에서는 한국 교육에 대한 현재의 인식과 미래에 대해 복수의 선택지를 주고 1순위와 2순위를 고르도록 했다.
지금까지의 한국 교육이 이룩한 성과 2가지를 묻자 '의무교육 보장으로 균등한 교육기회 제공'이 65.2%(1·2순위 합산)로 가장 많이 꼽혔고 '교육의 양적 확대와 대중화로 국가경쟁력 향상'(38.5%)가 뒤이었다.
응답자들은 우리 교육의 한계로는 '대입경쟁 과열로 인한 사교육 확대와 과도한 사교육비'(41.3%)와 '과도한 학력주의와 학벌주의'(41.2%)가 각각 1, 2위였다.
특히 해당 문항에서 사교육비 문제는 40~60대, 학벌주의는 20대 응답자들이 많이 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교육에 대한 만족도를 5점 척도로 조사한 결과, 전체 평균은 2.82점으로 보통(2.5점)보다 소폭 높았지만 분야별로는 차이가 있었다.
특히 중·고등학교에서의 직업교육은 2.64점으로 가장 박한 평가가 나왔으며 고등학교(2.71점)와 대학(2.72점)도 상대적으로 만족하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 교육행정체계도 2.71점을 보여 상대적 불만이 큰 편이었다.
상대적으로 점수가 높았던 분야는 유아교육(3.23점)과 초등학교(3.30점)였고 평생교육(3.1점)도 뒤이었다.
우리나라 교육 발전을 위해 변화가 가장 시급한 분야로도 고교 교육이 46.3%로 가장 높았다. 이어 중학교 교육(25.4%), 교육행정체계(24.1%) 등 순이었다.
미래 교육의 변화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물었을 때 평생(3.46점)과 유아(3.31점) 및 초등(3.28점)은 상대적으로 긍정적이었지만 고교(2.93점)은 최저점을 받았다.
앞으로 유·초·중·고가 지향해야 할 모습으론 '공동체 속에서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을 52.1%가 선택했고,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곳'(43.5%)이 그 뒤를 이었다.
미래 우리나라 교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응답자 과반 이상인 62.7%는 '저출산·고령화 사회의 본격화'를 꼽았다. 이어 '수도권 집중 및 지방 소멸위기' 45.1%, 사회 양극화 및 갈등의 심화 36.2% 등이다.
우리나라 교육 발전을 위해 중요한 항목을 선택지별로 5점 척도로 조사한 결과, '학습자의 적성을 살릴 수 있는 교육과정 마련'이 4.35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2위는 4.28점을 받은 '교육격차 해소'였다.
교사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는 평가도 많았다.
미래사회 교육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주체로는 정부가 44.1%였고 이어 교사가 40.3%로 뒤이었다. 이어 학생 29.5%, 학부모 26.4%, 시도교육감 20.6% 등이다.
미래 한국 교육이 지향해야 할 교사의 모습으론 '주도적인 삶 개척을 위한 재능을 발굴해주는 교사'(57.2%), '개별 학생들에게 관심을 쏟으며 인간적으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교사'(40.7%) 등을 강조한 응답자가 많았다.
이번 조사는 국교위의 국가교육발전 연구센터를 운영 중인 국책연구기관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주관했다. 여론조사 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2월12일부터 2월26일까지 2주간 성인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39%다.
한편 국교위는 이날 회의에서 초등학교 1~2학년의 '즐거운 생활'에서 체육을 별도 교과목으로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교육부의 '국가교육과정 수립·변경 요청 사항'을 심의했지만 의결하지 않고 논의를 더 하기로 했다.
국교위는 "(위원들은) 신체활동 강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금일 논의한 사항을 바탕으로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여 다음 회의에서 추가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 사이에선 초등학교 통합교과(바른 생활·슬기로운 생활·즐거운 생활)의 틀을 깰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으로 전해져 향후에도 진통이 예상된다.
한 국교위 위원은 "체육을 분리시키는 간단한 문제라면 쉬울 수 있지만 음악, 미술을 포함한 교과 분리 요구가 이미 있고 굉장히 강한 상황"이라며 "통합교과를 재검토 혹은 폐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도 필요한 문제라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교육부는 2028년까지 적용할 '제2차 학생건강증진 기본계획'을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심의하고 체육 교과 분리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초 1~2 체육은 1982년 적용된 제4차 교육과정 당시 교과는 있었지만 시수가 음악·미술과 합쳐서 운영됐고, 1989년 적용된 제5차 교육과정부터는 교과와 시수 모두 '즐거운 생활'에 통합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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