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필리핀 "남중국해 中 공세 우려"…협의체 추가해 '격자형 견제'

김효진 기자 2024. 4. 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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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남중국해서 필리핀 공격 땐 상호방위조약 발동"…역내 동맹국 중심 소규모·중첩 '격자형' 대중 견제

11일(이하 현지시간) 첫 3자 정상회의를 가진 미국·일본·필리핀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공격적 행동"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3차 합동훈련을 실시하겠다며 중국 견제에 나섰다.

3국은 이날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정상회의 뒤 공동 성명을 내 "우리는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위험하고 공격적인 행동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에 대한 중국의 "보급 방해"와 필리핀 선박에 대한 "거듭된 공해 항행 방해"를 지적했다.

또 남중국해에서의 해경과 해상 민병대 선박의 "위험하고 강압적인 사용"과 "다른 나라의 해양자원 개발 방해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자의적으로 U자 형태로 9개의 선(구단선)을 긋고 남중국해 전체 면적의 80% 이상인 해당 영역에서 영유권을 주장하며 필리핀 등 인근 국가들과 갈등을 빚어 왔다.

2016년 국제 재판소인 상설중재재판소(PCA)는 중국의 이 같은 주장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중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에도 세컨드 토머스 암초 근처에서 보급을 시도하던 필리핀 선박에 중국 해경선이 물대포 공격을 가하는 등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성명은 동중국해 상황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센가쿠 열도에 대한 일본의 오랜 평화적 관리를 훼손하려는 행위를 포함해 동중국해에서 무력이나 강압을 통해 현상을 변경하려는 중국의 어떤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일본이 실효 지배 중인 센가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의 영유권도 주장하고 있다.

3국 정상들은 성명을 통해 2025년이 끝나기 전에 인도 태평양에서 해상 합동 훈련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해상 협력 증진을 위한 3국 해양협의 설립도 발표했다.

성명은 중국을 직접 지목하진 않았지만 "경제적 강압에 대해 강하게 반대한다"며 이에 대처하기 위한 3국의 "긴밀한 협력 필요성"도 강조했다. 또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대만에 대한 기본 입장엔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동맹인 일본과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방어 약속은 "철통 같다"고 재확인했다. <AP> 통신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은 3자 회의 시작 전 "남중국해에서 필리핀의 항공기, 선박, 군대에 대한 어떠한 공격에든 우리(미·필리핀)의 상호방위조약이 발동할 것"이라고 중국에 경고했다.

3국 정상은 성명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와 위협 고조를 "강하게 규탄"하기도 했다.

이번 회의는 역내에서 한국, 일본, 필리핀 등 아시아 핵심 동맹국을 중심으로 여러 소규모 중국 견제틀을 짜고 있는 미국 전략의 일부다. 미국은 새로 구축한 미·일·필리핀 협의틀 외에도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협의체)와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 협의체)를 운영 중이고 지난해 8월 다자 국제회의와 별도로 첫 한·미·일 3국 정상회의도 열었다.

<AP> 에 따르면 백악관 당국자들은 이번 회의에서 바이든 정부가 가자지구 전쟁 및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씨름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인도태평양에서 "격자형(latticework)" 동맹을 구축하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들이 미국과 역내 국가들이 이 지역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같은 단일 동맹이 아니라 대중국 견제를 위한 소규모의 중첩된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아시아 관계 전문가인 라나 미터 미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 교수는 신문에 "중국은 해군력 증강과 함께 강압, 국제 무역을 매우 강력하게 혼합해 사용하고 있다"며 3국이 이러한 압력에 대해 "다양한 동맹들로 구성된 생태계"로 대응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정치학 교수 칼라일 사이어는 독일 도이체벨레(DW) 방송에 대형 해안 경비대 함정을 갖춘 일본의 도움이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필리핀간 분쟁의 방정식을 바꿀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필리핀에 기반을 둔 지정학 분석가인 돈 맥레인 길은 도이체벨레에 고립주의를 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전 대통령이 올해 11월 미 대선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책의 지속성에 대해선 의문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11일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번 미·일·필리핀 회의를 두고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활동은 국제법을 완전히 준수하고 있으며 어떤 문제도 없다"며 "중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불법적 행위에 대해선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미·일 관계는 다른 국가들을 표적으로 삼아 그들의 이익을 해치거나 역내 평화와 안정을 훼손해선 안 된다"며 "중국은 냉전적 사고방식과 소집단 정치에 단호히 반대한다. 긴장을 조성하고 고조시키며 타국의 전략적 안보와 이익을 훼손하는 모든 것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3국 정상회의를 하기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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