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상설중재재판소 “박근혜 정부의 ‘삼성 합병’ 개입, FTA 협정 위반”

이보라 기자 2024. 4. 1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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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경향신문 자료사진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 캐피탈이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중재판정부가 “박근혜 정부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개입한 행위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한 조치”라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법무부가 공개한 ‘메이슨 국제투자분쟁 사건 판정 선고’ 보도자료를 보면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는 전날 메이슨 측의 주장을 일부 인용해 한국 정부가 메이슨에 약 3200만달러(약 438억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판정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 중 하나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미국계 헤지펀드에 대한 국가 배상으로 이어진 두 번째 사례다.

메이슨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 당시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등의 압박으로 국민연금공단이 합병에 찬성했고, 이 때문에 입은 손해를 한국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며 2018년 9월 ISDS를 제기했다. 메이슨은 2015년 합병 당시 삼성물산 지분 2.18%를 보유하고 있었다.

중재판정부는 박 전 대통령 등의 국정농단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를 인용하며 한국 정부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개입해 FTA 협정상 최소 기준 대우 의무를 위반했다고 봤다. 한국 정부의 개입 결과 합병이 승인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합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개입과 메이슨의 삼성물산 주식 관련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중재판정부는 손해액 산정에 대해서는 합병이 부결됐더라면 실현됐을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물산 주식의 가치를 기준으로 손해를 산정해달라는 메이슨의 주장을 기각했다. 삼성물산 주식의 실제 주가를 기준으로 손해를 산정해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법무부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절차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관련 법령과 중재판정부의 절차명령에 따라 판정문 등 본 사건 관련 정보를 최대한 공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날 ‘삼성물산 부당 합병’ 논란으로 한국 정부가 메이슨에 약 438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정이 나온 데 대해 정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참여연대는 국내 투자자만 역차별을 받게 됐다면서 국민연금과 국내 주주들도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중재판정문 원문과 번역본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참여연대 “삼성 합병 관련 메이슨 배상 국내주주만 역차별…이재용·박근혜에 구상권 청구해야”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404121117001


☞ ‘삼성 합병’ 한국정부가 메이슨 헤지펀드에 438억원 배상 판정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404112014001


☞ 엘리엇, 삼성물산에 “270억 더 달라” 청구 소송…제일모직과 합병 파장 이어져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4121804001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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