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메이슨 ISDS' 왜 패소했을까…"FTA 협정 위반"
'삼성물산 합병 외압' 확정 판결도 근거로 삼아
법무부, 판정 분석…"최선의 결과 위해 노력할 것"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 매니지먼트와 우리 정부간 국제투자분쟁사건(ISDS)에서 메이슨 손을 들어준 중재판정부가 정부의 국민연금에 대한 개입행위를 '한미 FTA 협정상 의무를 위반한 조치'라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는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메이슨 ISDS 사건의 주요 쟁점에 대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의 판단 요지를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우선 중재판정부는 관할권에 있어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청와대 및 보건복지부 관계자 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에 개입한 행위는 국가책임의 근거가 되는 협정상 '국가가 채택하거나 유지하는 조치'에 해당해 우리 정부에 귀속된다고 봤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주주로서의 순수한 상업적 행위에 불과하므로 이를 곧 국가의 '조치'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배척됐다.
이어서 중재판정부는 국내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근거로 정부의 개입행위가 한미 FTA 협정상 '최소기준대우 의무'를 위반해 메이슨이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관련 손해를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의 유죄 확정 판결문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국민연금의 내부 절차를 형해화하고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하는 정황 등이 담긴 바 있다.
중재판정부는 정부의 개입으로 인해 합병이 승인된 점, 그로 인한 메이슨의 삼성물산 주식 관련 손해 사이 인과관계 및 손실에 대한 예측가능성도 인정했다.
'국민연금 투자위원회는 전 복지부 장관 등의 행위와 별개로 국민연금의 중장기적 수익성을 고려해 독립적으로 심의·표결한 것'이며, '약 11%의 주식을 보유한 국민연금의 의결권만으로 합병이 의결됐다거나 그로 인해 메이슨 측에 손실이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다만 손해액 산정에 있어선 삼성물산 주식의 실제 주가를 기준으로 손해를 산정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주장을 인용했다. 메이슨 측은 합병이 부결됐을 때 예상되는 삼성물산 주식 가치를 기준으로 손해를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아울러 중재판정부는 메이슨 측의 청구 중 삼성전자 주식 관련 손해 부분(약 4420만 달러)은 손해의 존재와 범위 및 인과관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 전부 기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정부 대리 로펌 및 전문가들과 판정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대응하겠다"면서 "국익에 부합하는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중재 당사자는 판정문 수령일로부터 30일 내에 판정문의 정정·해석·추가판정을 신청할 수 있다. 또 판정문 수령일 혹은 정정·해석·추가판정신청에 대한 결정일로부터 3개월 내에 관할 흠결, 절차 하자, 자연적 정의규칙 위반 등을 이유로 지정된 법원에 중재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법정 중재지는 양 당사자의 합의 및 중재판정부 결정에 따라 싱가포르로 정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메이슨은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 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 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박 전 대통령 등의 개입으로 국민연금공단이 부당하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했고, 정부의 부당한 관여로 투자자인 메이슨이 삼성물산 주식에서 손해를 입었으니 FTA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라는 취지였다.
전날 중재판정부는 우리 정부가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중재판정부가 인용한 금액은 메이슨이 청구한 약 2억 달러(약 2737억원) 중 배상원금 기준 약 16% 수준이다.
중재판정부는 배상원금에 더해 법률비용 1031만8961달러 및 중재비용 63만 유로를 지급하라고 우리 정부에 명령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am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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