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은 관저 아니다... 앞 집회 허용” 대법 첫 판단
대법원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를 허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한 이후 집회를 허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촛불승리전환행동이 서울 용산경찰서를 상대로 “집회 금지 통고를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12일 확정했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집회를 해왔던 촛불행동은 2022년 5월 28일 서울 이태원 광장에서 출발해 녹사평역, 삼각지 교차로를 지나 용산역 광장까지 행진하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대통령의 주거 공간인 관저 100m 이내의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집회시위법을 근거로 집회 금지를 통고했다. 촛불행동이 경찰의 금지 통고에 반발하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집회는 예정대로 열렸다.
촛불행동은 경찰의 금지 통고가 위법하다며 취소해달라는 소송도 함께 냈다. 1·2심 모두 경찰의 금지 통고가 위법하다며 경찰의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2심 재판부는 “대통령 집무실은 집시법상 ‘대통령 관저’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없다”라며 “이 사건 집회 장소는 집시법에서 집회를 금지한 장소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집시법은 대통령 관저, 국회의원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재 소장 공관으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에서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2심 재판부는 또 “국민의 의사에 귀를 기울이며 소통에 임하는 것은 대통령이 일과 중에 집무실에서 수행해야 할 주요 업무”라며 “대통령 집무실을 반드시 대통령의 주거 공간과 동등한 수준의 집회 금지장소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도 이 판결이 맞다고 보고 경찰 측의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했다. 심리불속행은 원심에 법 위반 등의 특별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것을 말한다. 법원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우선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앞서 헌법재판소도 대통령 관저로부터 100m 이내에서의 모든 집회와 시위를 금지한 법률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지난 2022년 12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1조 2항이 규정한 ‘100m 집회 금지 구역’ 가운데 ‘대통령 관저’ 부분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국회에 2024년 5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했다. 만약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해당 조항은 오는 5월 31일 이후 효력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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