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 문예지가 말하는 세상 [리터러시+]

이민우 기자 2024. 4. 12.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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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리터러시+
2024년 봄 문예지 특집
문예지로 읽는 문학 지형도
사회문제 인식 경향 뚜렷해

문예지는 이제 이전만큼의 독자가 없다. 그럼에도 문학계가 말하고 주목하는 이야기를 살펴보기에 문예지만한 플랫폼은 여전히 없다. 2024년 봄, 문학이 말하는 세계와 주목하는 사건은 무엇이 있을까.

문예지는 여전히 문학계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창이다.[사진=펙셀]

벚꽃이 피는 봄이 오면 문예지도 찾아온다. 더이상 문예지를 보는 이들이 없는 시대라지만 그럼에도 문예지는 여전히 문학계의 플랫폼이자 생태계다. 그래서 문예지를 훑는 것만으로도 올해 문학계가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하려는지 알 수 있다.

2024년도 문예지들은 특히 사회문제를 인식하려는 경향이 뚜렷했다. 더스쿠프 Lab.리터러시팀이 2024년 봄에 나온 잡지들을 둘러보고 문학계 내 지형도를 읽어봤다.

「문학인」 2024. 봄
문학인 편집부 지음 | 소명출판 펴냄

이번 「문학인」은 팔레스타인의 역사와 문학이란 이름으로 특집을 준비했다. '가자전쟁으로 드러난 유대인과 이스라엘 담론 변화' '팔레스타인 문학, 그 내면을 들여다보다' 등 팔레스타인 문제를 문학으로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담았다.

문학이 세상을 들여다보는 창이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문예지 「문학인」의 시도는 시의적절하고 글로벌하다. 특히 팔레스타인 갈릴리 출생의 아다니아 시블리의 평론을 담은 것은 인상 깊다.

세계 최대 도서박람회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리베라투르상 수상작으로 팔레스타인 출신 작가 아다니아 시블리의 문제작 「사소한 일(Minor Detail·2017)」을 선정했지만 시상을 돌연 취소한 사건을 바라보는 작가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P.S시와징후」 2024. 봄
P.S시와징후 편집부 지음 | 달과계란 펴냄

계간 「P.S시와징후」 2024년 봄호가 새롭게 단장해 출간했다. 한국 문단의 새로운 징후를 만들어 가는 계간 「시와징후」는 이번이 5호째다. 이번 호에선 '문학의 현장을 다루다'란 특집으로 이어도離於島 문학회를 기록한다.

이어도는 제주특별자치도 서남쪽, 동중국해의 대륙붕에 있는 수중초다. 이어도가 위치한 해역에선 중국과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문제를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또한 이승하 시인은 '문단이 놓친 징후(Symptom) 삼일절을 맞아 우리 문학의 반성과 분발을 촉구한다'란 글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문학을 비교하며 문학계 비판을 담았다.

「영화가 있는 문학의 오늘」 2024. 봄
문학의오늘 편집부 지음 | 솔출판사 펴냄

「영화가 있는 문학의 오늘」이 창간 50호를 맞이해 자신들이 걸어온 역사를 되돌아본다. 유성호 교수는 문학의 지형 변화를 살펴본다. 「영화가 있는 문학의 오늘」은 지금의 시대를 척박한 퇴행의 시대라 정의한다. 그 속에서 우리 문학과 영화 예술은 감당해야 할 과제를 탐구했다고 말한다.

또한 강성률 평론가는 '명량' '덕혜옹주' 등을 살펴보며 역사 영화에서의 역사 재현과 역사 왜곡 논쟁을 자세히 서술한다. 그는 "역사 영화는 영화의 한 장르"이기에 창작물뿐만 아니라 "치열한 이데올로기의 장으로도 중요하다"고 설파한다. "역사 영화가 단순히 과거를 다루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재의 시점에서 해석한 과거를 다루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창작과 비평」 203호 - 2024.봄
창작과비평 편집부 지음 | 창비 펴냄

「창작과 비평」 203호에서는 미중경쟁 격화,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전쟁 등으로 글로벌 정세가 격변하고 세계화 이데올로기는 붕괴하는 조짐 속에서 새로 써 내려갈 세계를 다각도로 모색한다. 또 정부 비판과 세월호 참사 등 「창작과 비평」의 색을 확인할 수 있는 특집이 가득하다.

그중에서 박상수 문학평론가의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고 싶다. 시 속에서라도'는 인상 깊다. 박 평론가는 "젊은 세대들의 작품 경향에서 충돌과 마찰 전복이 없다"며 착한 화자를 그리는 모습을 이야기한다.

그는 이것이 착한 화자가 아니라 왜소하고 흐릿한 화자라고 정의한다. 그는 시 속에서라도 예측 가능하고 안전하고 평화롭고 싶다는 욕망이 작용했다며 작금의 시대를 윤리가 아니라 욕망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현대문학」 2024.4 - Vol.832
현대문학 편집부 지음 | 현대문학 펴냄

「현대문학」은 출간 40주년 기념으로 「완장」의 저자 윤흥길과 평론가 황종연의 대담을 준비했다. 한국인의 권력의식을 상징하는 「완장」이 주는 시대사적 의미, 작가 고유의 풍자와 해학을 가능하게 하는 토속적 배경의 자연과 어우러진 작중인물들의 정서까지, 저자의 창작 인생을 놓고 풍성한 이야기를 나눈다. 또 '2024 신춘문예 당선자 특집'을 통해 올해 신춘문예로 데뷔한 시인들을 만나보는 자리를 가졌다.

「푸른사상」 2024.봄 - 제46호
푸른사상 편집부 지음 | 푸른사상 펴냄

'김남주 시인 30년'을 특집으로 한 「푸른사상」 2024년 봄호(통권 47호)가 나왔다. 김남주 시인 타계 30주기를 맞아 시인의 아내인 박광숙 여사는 맹문재 시인과의 대담을 통해 분단 극복과 민주화를 위해 치열하게 활동해왔던 시인의 행적과 사유를 구체적으로 들려준다. 김남주 시인이 아내에게 보낸 옥중 서신들과 새로 발굴한 「그 길을 간 사람들」을 비롯한 시들도 시인의 민중의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새로운 기획 연재물 「젊은 평론가가 읽는 오늘의 시」를 쓰는 이병국 평론가의 글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미옥 시인은 여수·순천 지역의 역사적 사건 관련 조사 연구, 창작 활동과 순천대학교 10·19연구소의 기념사업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2014년 여름호부터 장장 10년간에 걸친 김수영 시인의 부인인 김현경 여사와 맹문재 시인의 회고담은 이번 호로 끝맺는다.

「문학동네」 118호 - 2024.봄
문학동네 편집부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이번 「문학동네」 봄호 특집은 '그렇게 우리는 10년을 살았다'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이를 기억하는 작가들의 글을 모았다. 이번 특집은 김현 시인의 글에서 따온 문장을 제목으로 삼았다.

문학동네는 문예지를 펴내며 "'그렇게'가 어떻게인지, '우리'가 누구인지, '10년'이 얼마만큼인지 '살았다'가 어떤 모습인지 끊임없이 기록하고 기억하기를 멈추지 않고 싶다"며 이번 글이 이웃을 설득하고 연대케 하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이민우 더스쿠프 기자
lmw@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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