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멤버십 인상, 1년이면 10만원···"해지할래요" vs "그래도 혜택 많아"

이경운 기자 2024. 4. 12. 19: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월 7890원 '58% 인상' 논란
알테쉬 대응 수조원 자금 필요한데
영업이익률은 2%도 안돼 '고육책'
고물가에 회원 이탈로 이어질수도
쿠팡 "연97만원 절약···혜택 늘릴것"
쿠팡이 와우 멤버십 서비스 이용료를 월간 7890원으로 전격 인상했다. 거리에 주차돼 있는 쿠팡 배달 차량. 연합뉴스
[서울경제]

쿠팡이 유료 멤버십 와우 서비스 월간 이용료를 현행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전격 인상한다. 지난해 창립 후 처음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업계 최저 수준인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한편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e커머스와의 본격적인 경쟁을 앞두고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1400만 명에 달하는 와우 회원을 확보해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보유한 쿠팡이 배짱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회원들의 이탈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12일 쿠팡은 자사 유료 회원 서비스 ‘와우 멤버십’ 월간 요금을 기존 4990원에서 7890원으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요금은 당장 13일부터 신규 회원에게 적용된다. 기존 회원은 순차적으로 안내를 통해 올 8월부터 새 요금이 적용된다. 와우 멤버십은 쿠팡이 2018년 10월 론칭한 서비스로 무료 배송·반품 및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쿠팡은 론칭 당시 2900원이던 요금을 2021년 12월 72.1% 인상한 4990원으로 변경했고 이번에 또 58.1% 올렸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4·10 총선 직후 기다렸다는 듯 요금을 올린 것을 두고 그동안 눈치만 보던 소비재·유통 업계가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쿠팡 입장에서는 이용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데도 수익성 개선 및 자금 확보를 위해서는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최근 중국의 유통 공룡 알리바바가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국내시장에 약 1조 5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자 그 2배인 3조 원을 투자하겠다며 맞불을 놓았다. 여기에 더해 쿠팡은 지난달 18일 와우 회원에게는 음식 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의 배달료를 무료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향후 알리익스프레스에 더해 테무까지 국내시장에 투자를 하게 되면 ‘쩐의 전쟁’이 가속화되는 만큼 요금을 올려 자금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이번 인상에 따라 쿠팡 유료 멤버십 수입은 연간 8388억 원에서 1조 326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요금 인상에 따른 회원 이탈이나 투자 계획으로 인한 비용 증가분을 고려하면 멤버십 요금 인상에 따른 수익성 개선 효과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의 연간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기준 1.9%로 국내 주요 유통 업체들 중 최저 수준이다. 국내 최고 수준의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이어오는 상황에서 무료 배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탓이다. 다른 유통 업체의 경우 럭셔리에 특화된 백화점 업계가 현대백화점(069960) 7.2%, 신세계(004170) 5.7%로 높은 편이다. 유통 전반을 아우르는 롯데쇼핑(023530)(3.5%)이나 지점이 많아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의점 업계 GS리테일(007070)(3.5%)도 쿠팡보다 높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쿠팡보다 부진한 유통 업체는 이마트 1.1%(별도기준·연결기준은 영업적자) 정도다.

다만 이번 결정으로 멤버십 회원 수가 줄어들 리스크는 쿠팡이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12월 첫 번째 인상 당시에는 가격을 올려도 5000원 이하라 회원 입장에서 큰 부담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인상률은 낮아졌었어도 인상 금액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 둔화로 국내 경제가 극심한 위기인 상황에서 유통 업계를 대표하는 쿠팡의 요금 인상 소식에 온라인에서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쿠팡이 와우 회원에게 무료로 제공한다고 강조하는 쿠팡플레이나 쿠팡이츠 배달 서비스에 대해 “원하지도 않는데 묶어서 회비를 내게 하는 것은 소비자의 서비스 선택권 박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와우 멤버십을 이용하는 한 회원은 “연간으로 계산하면 이용료가 10만 원에 육박하게 된다”며 “일단은 해지를 하고 나중에 다시 가입을 고민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투자를 위해 멤버십 비용을 올릴 수 있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다”며 “알리익스프레스가 초저가 방식으로 유통 마진을 사실상 포기하는 상황에서 ‘쿠팡은 비싸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무료 배송·반품, 직구, OTT, 음식 배달 등 다섯 가지 서비스를 모두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와우 회원은 비멤버십 회원과 비교해 연평균 97만 원 상당의 비용 절약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와우 멤버십이 지구상 최고의 서비스가 될 수 있도록 고객들이 놀랄 만한 혜택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전했다.

이경운 기자 cloud@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