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십 요금 올려도 혜택 더 커"…쿠팡의 자신감 통할까
"회원 1인당 年 87만원 이득" VS "혜택 늘었지만 인상폭 과도"
쿠팡은 2018년 와우 멤버십을 처음 선보였다. 익일 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시작으로 식품 새벽배송, 해외 직구상품 배송 등 주로 배송 분야의 혜택을 늘려 회원 확대에 나섰다. 월 2900원이라는 비교적 낮은 회비에 가입자가 급증했다. 2020년엔 멤버십 혜택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추가했다. 쿠팡플레이를 론칭하면서 회원만 볼 수 있도록 했다. 그 후 1년 만인 2021년 말 멤버십 가격은 4990원으로 72.1% 인상됐다. 혜택 확대가 명분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쿠팡은 지난달 26일부터 음식배달 서비스 쿠팡이츠 이용 시 와우 회원에게만 배달비를 받지 않고 있다. 그로부터 보름여 만인 12일 쿠팡은 멤버십 가격을 7890원으로 올린다고 밝혔다.
○“와우 혜택 작년에만 4조원”
쿠팡은 멤버십 비용 대비 혜택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강조했다. 가격을 올려도 회원들이 멤버십을 해지할 이유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의 발언에서도 이런 자신감이 드러난다. 그는 지난 2월 말 콘퍼런스콜에서 “와우 회원들에게 지난해 30억달러(약 4조원)어치의 혜택을 줬다”고 강조했다. 쿠팡이 주장하는 셈법은 이렇다. 배송은 건당 3000원, 반품 5000원, 해외 직구상품 배송은 2500원이 든다. 와우 회원 구매 패턴을 분석해 보니 1인당 연간 택배는 160회, 반품은 32회, 직구는 4.5회 이용했다. 이것만 해도 65만원의 혜택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월 1만2000원 정도 받아야 하는 OTT 쿠팡플레이가 무료다. 쿠팡이츠 음식 배달비도 안 받는다. 건당 3000원씩 월 5회만 주문해도 연 18만원이다. 이런 금액까지 모두 합하면 와우 회원은 1인당 평균 87만원의 혜택을 본다는 설명이다. 쿠팡 관계자는 “올여름 김민재 선수 소속팀인 바이에른 뮌헨을 한국으로 초청해 쿠팡플레이에서 경기를 중계하는 등 와우 회원 혜택을 더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사이에선 쿠팡의 멤버십 혜택이 늘긴 했지만 인상폭은 과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한국 e커머스 시장 공습 속에 인상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기존 가입자가 이탈할 가능성 또한 제기된다.
쿠팡은 가격 인상에도 탈퇴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자신감은 다른 OTT 서비스 구독료와도 관련이 있다. OTT 1위 넷플릭스는 1만7000원(프리미엄)을 받는다. 티빙(1만7000원), 디즈니플러스(1만3900원), 유튜브 프리미엄(1만4900원) 등과 비교해도 와우 멤버십은 저렴하다는 논리다.
○수익성 높이고, 알리와의 전쟁 대비
쿠팡이 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을 통해 알리, 테무 등 중국 e커머스에 맞설 ‘실탄’ 마련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알리, 테무는 최근 무서운 속도로 한국 시장을 잠식 중이다. 3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알리(약 887만 명)가 2위, 테무(829만 명)가 3위였다. 쿠팡(3086만 명)을 제외한 11번가(740만 명), G마켓(548만 명) 등 주요 국내 e커머스를 다 제쳤다. 이 추세면 조만간 1000만 명을 넘어서 쿠팡을 위협할 수 있다.
쿠팡이 최대 강점인 로켓배송 인프라 확충에 나선 이유다. 초저가 상품으론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쉽지 않지만 배송은 압도적으로 강한 만큼 더 격차를 벌리겠다는 것이다. 특히 인구소멸지역까지 익일 배송할 수 있는 e커머스는 쿠팡이 유일하다. 쿠팡은 전국 시·군·구의 90%, 인구 5000만 명을 ‘쿠세권’ 안에 두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2027년까지 물류에 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 투자금 확보를 멤버십 요금 인상으로 일부 충당할 수 있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쿠팡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경영 전략을 본격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쿠팡은 최근 2년간 20%대의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 2021년의 50%는 물론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의 61%와 비교하면 증가세가 둔화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성장 일변도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는 방향으로 경영 기조가 변하고 있다”며 “쿠팡이 제공하는 혜택이 크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만큼 총선이 끝나자마자 가격 인상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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