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건' 찍은 핵항모…3초만에 전투기 솟구쳐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2024. 4. 1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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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제주 남방 공해상.

노랑 조끼를 입은 승조원이 손을 들어올리자 항공모함이 고막을 찢는 천둥소리를 내며 F/A-18 슈퍼호넷 전투기를 비행갑판 밖으로 쏘아올렸다.

불과 3초 만에 전투기가 떠나간 비행갑판은 '캐터펄트(catapult·사출장치)'가 만들어낸 매캐한 연기와 수증기로 금세 뒤덮였다.

취재진이 비행갑판에 머물렀던 약 10분간 5대가 넘는 전투기들이 흡사 발레리노처럼 움직이는 승조원들의 수신호에 맞춰 순식간에 항모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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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미일 함상훈련 르포
'떠다니는 軍기지' 루스벨트함
쉴새없이 전투기 출격하더니
순식간에 시속 250㎞ 비행해
영화 '탑건' 촬영으로 유명
훈련 지휘 美 알렉산더 단장
"위대한 동맹과 작전펼쳐 기뻐"
11일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한·미·일이 해상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한국 해군 이지스구축함인 서애류성룡함, 미국 해군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 아리아케함. 해군

11일 오후 제주 남방 공해상.

노랑 조끼를 입은 승조원이 손을 들어올리자 항공모함이 고막을 찢는 천둥소리를 내며 F/A-18 슈퍼호넷 전투기를 비행갑판 밖으로 쏘아올렸다.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달려나간 전투기는 허공에서 잠시 왼쪽으로 몸이 기우는 듯하더니 이내 자세를 바로잡고 큰 호를 그리며 하늘로 솟구쳤다.

불과 3초 만에 전투기가 떠나간 비행갑판은 '캐터펄트(catapult·사출장치)'가 만들어낸 매캐한 연기와 수증기로 금세 뒤덮였다. 동시에 엄청난 열기와 몸이 휘청일 정도의 후폭풍이 멀찍이 떨어져 있던 취재진을 덮쳤다.

취재진이 비행갑판에 머물렀던 약 10분간 5대가 넘는 전투기들이 흡사 발레리노처럼 움직이는 승조원들의 수신호에 맞춰 순식간에 항모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이날 미국 해군은 해당 수역에서 진행된 한·미·일 해상훈련을 이끈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71·10만t급)을 세 나라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미군이 한·미·일 훈련을 진행하는 도중 전략자산이자 '기함(旗艦)'인 핵항모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11일 한·미·일 해상훈련 도중 미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에서 F/A-18E 함재기가 힘차게 발진하고 있다. 국방일보

한·미·일 취재진은 일본 오키나와의 가데나 공군기지에서 C-2 그레이하운드 수송기를 타고 항모에 착함했다. 수송기는 굵은 쇠줄인 '어레스팅 와이어(arresting wire)'에 물고기처럼 걸려 비행갑판 중간에 딱 멈춰 섰다. 이처럼 항공모함에는 지상보다 턱없이 짧은 비행갑판으로 항공기를 이착륙시키기 위해 탑승자에게 '특이한' 체험을 선사하는 장치들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항공기를 항모 밖으로 '쏘는' 역할을 하는 캐터펄트도 마찬가지다. 루스벨트함 관계자는 "캐터펄트는 멈춰 있던 항공기를 3초 만에 시속 160마일(약 257㎞)로 달리게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탑승자는 지구 중력의 3배에 가까운 가속도를 체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루스벨트함 갑판에는 F/A-18은 물론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 MH-60 시호크 해상작전헬기 등 함재기들로 빼곡했다. 루스벨트함과 같은 니미츠급 항모들은 통상 웬만한 나라 전체의 공군력과 맞먹는 90여 대의 함재기를 싣고 다녀 '떠다니는 군사기지'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루스벨트함은 영화 '탑건: 매버릭'의 하이라이트인 전투기의 항모 이착함 장면들이 촬영된 곳으로도 잘 알려졌다.

수송기에서 내려 함 내로 들어가는 도중에는 함재기에 장착될 공대공미사일로 보이는 무장들도 눈에 띄었다.

루스벨트함 내부는 기지 하나를 통째로 바다 위로 옮겨놓은 것처럼 복잡했다. 함장실에는 이 항모 이름의 주인이자 미국 제26대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스벨트를 다룬 사진과 흉상들로 가득했다. 함장실 벽면의 장식장에는 루스벨트 전 대통령을 모티프로 한 인형인 '테디 베어'도 놓여 있었다. 함장실에 설치된 TV는 한국의 LG 제품이었고 TV 아래에는 일본제 소니 사운드바가 구비돼 있었다.

이날 루스벨트함이 소속된 미 제9항모강습단의 크리스토퍼 알렉산더 단장(해군 준장)은 한·미·일 취재진과 만나 "이 지역의 위대한 동맹인 한국 해군, 일본 해상자위대와 함께 일하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다만 알렉산더 단장은 이번 한·미·일 훈련이 북한·중국에 대한 경고 메시지인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이번 훈련은 공해상에서의 정례적인 작전이며 (사전에) 잘 조율된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는 11~12일 이틀간 훈련을 하고 3국 간 해상 전력 공조를 강화했다.

[국방부 공동취재단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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