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방어 공약 철통 같다”···美 주도 ‘격자형’ 안보 협의체 완성
3국 "남중국해 中행위 심각한 우려"
해상합동훈련· 해양협의 개시 합의
필리핀 항만·반도체 공급망에 투자
바이든 “어떤 공격이든 우리가 방어"
오커스 한미일 이어 또 하나의 동맹
미국과 일본·필리핀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강압에 맞서기 위해 3국 합동 훈련을 실시하기로 하는 등 사실상의 안보 동맹을 결성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에 대응해 필리핀에 대한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가 이뤄지고 전기차 광물 공급망 등에서도 3국간의 협력을 강화한다. 지난해 한미일 안보 협력을 이끌어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올해 일본 및 필리핀과의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 주도의 ‘격자형 안보 협의체’를 완성해 중국 포위망을 촘촘히 구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11일 오후(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3국 정상회의를 진행한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보이는 위험하고 공격적인 행동들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 전 취재진에게 “미국의 방어 공약은 철통같다”면서 “남중국해에서 필리핀의 항공기·선박·군대에 대한 어떤 공격에든 우리(미·필리핀)의 상호방위조약을 발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3국 정상들은 이날 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 스프래틀리제도의 세컨드토머스암초에서 필리핀 선박에 대한 항행 방해 등 중국의 강압적 행위를 적시하며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이어 “최종적이고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는 2016년 이 지역이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있다고 결정했으며 우리는 중국이 이를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3국 정상들은 이어 7일 실시한 미국·일본·필리핀·호주 등 4국의 남중국해 합동 군사훈련과 같은 해상 합동 훈련 등을 통해 3국 방위 협력을 진전시키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또 내년 중 해상 보안 당국 간 3국 해상 훈련을 실시하고 해상 협력 촉진을 위한 협의에 착수하기로 했다. 래너 미터 하버드 케네디스쿨 교수는 “필리핀 인근에서 해군 훈련은 3국이 (중국에) 보낼 수 있는 강력한 메시지”라며 “중국 지도부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3국은 경제 대국인 중국의 경제적 강압 행위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하며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 정상들은 “3국은 인도태평양 지역 최초의 글로벌 인프라 및 투자를 위한 파트너십(PGI)에 협력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필리핀의 수비크만·클라크·마닐라·바탕가스를 연결하는 루손 경제 회랑(Luzon Economic Corridor)을 시작한다”고 선포했다.
PGI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을 견제하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서방국가들을 모아 출범한 글로벌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로, 2027년까지 미국과 주요 7개국(G7)이 총 6000억 달러의 재원을 마련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지역 등의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이 목표다. 필리핀 항구·철도·도로 현대화와 청정에너지 및 반도체 공급망 확보 등에도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사실상 독과점하고 있는 전기차 광물 분야에서도 3국 간 협력이 본격화한다. 정상들은 “미국과 일본은 필리핀이 광물 안보 파트너십 포럼의 창립 회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일·필리핀이 이처럼 밀착하면서 인도태평양에서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 협의체)와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한미일 협력에 이어 또 하나의 미국 주도 안보 협의체가 결성됐다고 외신들은 진단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는 2차 세계대전 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라는 단일 동맹으로 뭉친 유럽과는 다르다”며 “미국과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중국의 압력을 견뎌낼 수 있는 더 작고 중첩된 안보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공약’도 재확인했다. 3국 정상은 공동선언문에서 “북한의 점증하는 위협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포함한 전례 없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납치 문제를 포함한 인권 및 인도주의적 우려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을 향해 “러시아를 포함한 모든 국가에 탄도미사일 이전을 자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seoulbird@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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