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시론] 대중과 소통하려는 노력들

최영미 시인·이미출판사 대표 2024. 4. 1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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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며칠 전에 신간 시집 《아름다움을 버리고 돌아와 나는 울었다》가 출판사 창고에 입고되어 보도자료를 쓰고 서점에 신간 등록을 하는 등 출판사 일로 바빠 사전투표를 하지 못했다.

말로만 소통을 외치지 말고 진짜 대중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정치인들이 하고 있나? 내가 해독 못 한 그 문구는 아마도 요즘 유행어이거나 유행어의 약어일 텐데, 텔레비전도 보지 않고 유튜브도 LG 트윈스 야구와 스포츠만 찾아보는 내가 알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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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최영미 시인·이미출판사 대표)

투표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며칠 전에 신간 시집 《아름다움을 버리고 돌아와 나는 울었다》가 출판사 창고에 입고되어 보도자료를 쓰고 서점에 신간 등록을 하는 등 출판사 일로 바빠 사전투표를 하지 못했다. 이상하게도 내가 운영하는 이미출판사에서 신간을 간행하는 시기가 선거일과 겹쳐, 지난 대선 때는 선거일에 파주의 인쇄소에 가서 표지 감리하느라 지쳐 투표를 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하필 시사저널에 쓰는 글이 22대 총선 투표일과 겹쳐 지금 쓰는 원고를 저녁까지 끝내지 못하면 이번에도 투표소에 가지 못할 게다. 내 "소중한 한 표"를 주고 싶은 후보가 있는지 없는지 고민 좀 해봐야겠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일인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전초등학교에 설치된 잠실본동 제4,5,6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내가 살짝 마음에 두고 있는 후보가 없지는 않았는데, 그가 내건 현수막에 쓰인 문구를 보고 실망해 지지를 접었다. 어제도 그제도 내가 점심을 먹으러 가는 사거리에서 선거용 현수막을 보았는데, 처음 보는 단어라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어 답답했다. 인터넷으로 현수막에 쓰인 단어인지 문장인지 아리송한 글자들을 검색하려다 관뒀다. 인터넷 창을 열어 검색해야 그 뜻을 알 수 있는 말을 선거 현수막에 떡하니 내건 후보의 상식이 의심스러웠다. 말로만 소통을 외치지 말고 진짜 대중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정치인들이 하고 있나? 내가 해독 못 한 그 문구는 아마도 요즘 유행어이거나 유행어의 약어일 텐데, 텔레비전도 보지 않고 유튜브도 LG 트윈스 야구와 스포츠만 찾아보는 내가 알 도리가 없다. 젊은이들은 그 뜻을 알겠지만 육십이 지난 녹슨 내 머리는 봐도 기억 못 하고, 그 뜻을 굳이 알고 싶지도 않다.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에 사는 나이 든 시인의 푸념이다.

내가 사는 서울 강북의 골목에도 얼마 전에 선거운동 차량이 지나갔다. 보려고 본 게 아니라 너무 시끄러워 볼 수밖에 없었다. 그 시끌벅적한 유세 차량에 내건 후보 이름은 내가 위에 언급한 A가 아니라 B당 후보였는데, 그 구태의연한 유세 방식이 내 마음에 거슬렸다. 젊은 사람이라 좀 다를 줄 알았는데 하는 짓이 늙은이들과 똑같다. 기성세대를 비판하면서도 자신의 행동양태와 사고방식은 여전히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들. 우리 정치는 언제쯤 변할까. 확성기에 대고 떠들어대는 방식이 아니라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조용히 자신을 알렸다면 호감을 얻었을지 모른다. 물론 그런 시끄러운 유세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게다. 제3 지대 선거운동도 거대 정당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 이름과 표어만 다르게 하지 말고, 선거운동 방식도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면 좋겠다.

5년 전 이맘때 나는 출판사 대표가 되었다. 오래 망설이던 출판사 등록을 결심하고 마포구청에 가던 날, 길을 건너다 너무 신나 방심한 사이에 발을 접질렸다. 출판사 대표로 산 5년. 시인의 피를 사업자의 피로 바꾸느라 고생 좀 했고 보람도 있었다. 그토록 어려워하던 계산서 발행도 지금은 삼십 분이면 끝나고, 그럭저럭 적응되어 일은 그리 힘들지 않지만 홍보가 제일 어렵다. 에너지가 고갈되어 더는 신간을 내지 말아야지, 결심했다가 2월에 매출이 급감하자 다시 신간 출간을 서둘렀다. 현상을 유지한답시고 가만히 있으면 망하고, 망하지 않으려면 계속 새로운 투자를 해야 한다. 1년에 한 권 신간이 나와야 출판사가 유지된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카페에서 교정지를 펼쳐놓고 '이렇게 좋은 시집이 1000부도 안 나간다면 정의에 어긋나는 거야' 라고 혼잣말을 했지만 나 또한 대중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반성하는 중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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