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만 제대로 있었어도…" 40대 부인 졸지에 잃은 남편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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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병원에 들어간 아내가 죽어서 나왔습니다. 제대로 된 의료진만 현장에 있었다면 살 수 있었을 겁니다."
A씨는 "애초 3차 병원에서 아내를 거절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내가 숨진 것은 의료 공백으로 인해 진작 큰 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탓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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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걸어서 병원에 들어간 아내가 죽어서 나왔습니다. 제대로 된 의료진만 현장에 있었다면 살 수 있었을 겁니다."
12일 부인 장례식을 치른 40대 A씨는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부산에 사는 A씨 부인 B(45)씨는 지난 7일 갑작스럽게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며 119에 병원 이송을 요청했다.
당시 집에서 불과 2㎞ 떨어진 3차 병원에 가려고 했지만, 이 병원은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아내는 결국 해당 병원에서 10분가량 떨어진 한 종합병원에 입원했다.
이 종합병원에서는 B씨에 대해 '간 검사, 피검사 등을 실시했는데 모두 정상 수치다. 링거를 맞으면 괜찮을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말하며 일주일 동안 입원할 것을 권고했다고 한다.
그런데 당일 저녁 의료진은 갑자기 B씨의 혈소판이 부족하다더니 수혈했고, 몸이 아파 잠을 못 자는 아내에게 수면제를 놨다.
이후 그는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졌고 8일 오전 또 다른 3차 병원으로 이송됐다.
결국 이 병원에서 뒤늦게 간부전, 신장부전을 진단받은 B씨는 10일 오전 3시 숨졌다.
A씨는 "애초 3차 병원에서 아내를 거절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내가 숨진 것은 의료 공백으로 인해 진작 큰 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탓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위독한 상황에서 옮겨진 종합병원과 대학병원에서도 면담은 의사와 했지만, 웬만한 일은 간호사가 다 했으며 소변줄도 제대로 삽입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내를 돌보더라"며 "지난 9일이 둘째 딸아이의 생일이었는데 이제 우리 가족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고 울먹였다.
의정 갈등이 50일을 넘긴 가운데 부산의 병원 현장에서는 의료 공백으로 인한 환자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오전 6시 13분께에는 부산 동구에서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C씨를 태운 구급차가 응급실이 있는 주요 대형 병원 10여 곳에 문의했지만 모두 의사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거절했다.
C씨는 119 신고 45분여 만인 오전 7시께 수영구의 한 병원으로 이송돼 '급성 대동맥박리'를 진단받았지만, 해당 병원에서는 수술이 어려웠다.
결국 C씨는 이 병원에서 50㎞ 이상 떨어진 울산의 한 병원에 오전 10시 30분께 도착해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지난 1일 숨졌다.
유족들은 전공의 집단사직 영향이 있는지 밝혀달라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증상이 발현한 뒤 빨리 병원에 이송돼 긴급수술을 받았다면 목숨을 살릴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했으며,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안이 알려진 후 바로 인력을 투입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병원 내 근무 인력 등 당시에 진료나 수술 여력이 없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더 이상의 환자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서둘러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산의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계와 정부가 하루빨리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환자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며 "이러한 사태가 반복되다 보면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한 피해가 아닌 사안에 대해서도 환자 측에서 계속 의문을 제기할 될 것이고, 결국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갈등과 불안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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