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정부 심판한 총선···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 해야”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데 대해 “국민들이 정부에 내린 심판”이라며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 비대위는 12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결과에 대한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의협 비대위는 “현명한 우리 국민은 투표를 통해 의료개혁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있는 포퓰리즘 정책인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원점에서 의료계와 함께 발전적인 의료개혁의 방향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을 요구했다”고 했다.
정부의 여러 정책 가운데 의대 증원은 반대보다 찬성 여론이 높다. ‘이번 총선 결과를 의대 증원 추진에 대한 심판으로 해석하기에 무리가 있지 않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의료정책만 심판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정부가 여러 가지 정책을 무리하게 지속하려고 했던 것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고 보고, 거기에 의대 증원·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도 포함돼 있다고 저희는 판단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처음에 의대 증원 찬성 여론이 높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3월에 와서는 ‘2000명 원안 추진’이 무리하다는 응답률이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며 “여론조사도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느냐에 따라 응답 결과가 달라진다”고 했다.
의협 비대위는 2000명 증원 원점 재검토를, 전공의 단체는 의대 증원·정책패키지 백지화를 대화의 조건으로 고수하고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이 주장에서 한발 양보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김 위원장은 “변수에 따라서 (의사인력 추계) 결과가 굉장히 달라지기 때문에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원점에서 재논의하면 가장 적절한 모델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원점 재검토’를 ‘0명’으로 못박아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부연설명했다.
총선 후 정치권이 의정 갈등 중재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00명이라는 숫자에 매몰되지 말고 공론화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하자고 한 데 대해 김 위원장은 “정책 추진은 정부가 하는 것이기에 정부의 입장 변화를 바란다”고만 답했다.
앞서 지난 11일 법원은 김택우 비대위원장과 박명하 전 비대위 조직위원장이 3개월 면허정지 처분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행정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했다. 의협 비대위는 “법원이 법리적 검토를 하기보다는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의사 집단행동 등의 확산될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정치적인 이유로 기각했다”며 즉시 항고했다고 밝혔다.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404111744001
의료계 각 단위별로 대정부 대응 수위를 높여가는 모습도 나타난다. 사직 전공의 1325명은 오는 15일 박민수 복지부 2차관에 대한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집단 고소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예고했다.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조직을 정비한 후 이날 온라인 총회를 열어 총선 이후 대응 계획을 논의한다. 전의비는 지난 11일 방재승 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교수)이 물러나고 최창민 새 위원장(울산대 의대 교수)이 이끌게 됐다.
또 다른 교수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최근 각 대학별로 총장들에게 의대 증원을 무효로 하기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해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전달했다. 전의교협은 다음주 초까지 총장들의 답변을 취합한 후 총장들이 나서지 않으면 헌법소원을 내기로 했다.
정부는 ‘신중 모드’로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전날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이날 정부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는 복지부 차원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회의로 대체됐다. 중대본·중수본 등 정부 대응 브리핑은 지난 9일부터 사흘째 열리지 않았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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