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서예에 빠져…'고수(鼓手)대회 만든 의사' 천희두씨 별세

이충원 2024. 4. 12.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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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21일 전주에서 열리는 44회 전국고수(鼓手)대회.

1981년 제1회 대회를 개최한 천희두(千熙斗) 대한의사협회 고문이 11일 오후 3시20분께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고수대회 심사위원을 맡았을 때 자기 순위에 불만을 품은 이가 "북대결을 하자"고 해서 고인이 먼저 북을 10분 쳤더니 "제가 졌습니다"라고 하더라는 일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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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오는 20∼21일 전주에서 열리는 44회 전국고수(鼓手)대회. 1981년 제1회 대회를 개최한 천희두(千熙斗) 대한의사협회 고문이 11일 오후 3시20분께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88세.

1936년 8월 전남 해남에서 태어난 고인은 광주서중, 전남대 의대를 나왔고, 군 복무 중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 1968년 월남명예일등훈장을 받았다. 1970년 육군 소령으로 예편한 뒤 전북도립 전주병원 외과장, 전주적십자병원장을 거쳐 1976년 전주에서 천희두 외과의원을 운영했다. 1996∼2001년 전주종합병원 의료원장, 2001∼2004년 노송전주병원 원장, 2004∼2007년 새전주병원 진료원장, 2007∼2013년 전주병원 가정의학과장으로 일했다. 1988년 전북도의사회장, 1991년 대한의사협회·개원의협회 부회장, 1994년 대한의사협회 대의원총회 의장,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장·고문으로도 활동했다.

1967년 무렵 경주 군 병원에 근무할 때 들은 판소리에 빠져 전북도립 전주병원에 근무할 때부터 국악인들을 초빙해 국악을 배웠다. 고수 등용문이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지인들과 함께 1981년 전국고수대회를 개최했다. 자신도 직접 북을 배웠다. 이웃에서 항의가 들어와 여름에도 벽에 담요를 쳐놓고 골방에서 새벽까지 북을 칠 만큼 심취했다. 고수대회 심사위원을 맡았을 때 자기 순위에 불만을 품은 이가 "북대결을 하자"고 해서 고인이 먼저 북을 10분 쳤더니 "제가 졌습니다"라고 하더라는 일화도 있다. 전주대사습 역대 출전자에게 일명 '장원주사'로 불리는 영양주사를 놔주기도 했다.

'어째서 판소리인가', '퍼덕거리는 저나래소리' 등 판소리 관련 저서를 남겼다. 서예에도 심취해 일본 서예단체가 주최하는 국제공모전에서 최고상을 받은 적이 있다. 외과의로서 인체의 형상을 본떠서 만든 갑골문에도 빠져 '갑골문 月(월)자에 대한 연구' 같은 논문을 쓰기도 했다.

유족은 부인 홍기자(전 한국YWCA연합회 이사·전 전주YWCA 회장)씨와 사이에 1남 2녀로 천경아(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천정현(안산 사랑드림내과 원장)·천근아(신촌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장)씨와 사위 서진수(전 일산백병원 병원장)·유정진(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과 교수)씨, 며느리 임선희(소아청소년과 전문의)씨 등이 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 발인 15일 오전 5시, 장지 국립임실호국원. ☎ 02-2227-7550

chungwon@yna.co.kr

※ 부고 게재 문의는 팩스 02-398-3111, 전화 02-398-3000, 카톡 okjebo, 이메일 jebo@yna.co.kr(확인용 유족 연락처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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