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48시간 내 이스라엘 본토 공격···미국엔 ‘개입 말라’ 메시지”
공격 수위는 불투명…네타냐후 “맞대응” 경고
이란이 시리아 내 자국 영사관이 폭격당한 데 대한 보복으로 향후 24~48시간 이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며 중동지역 확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다만 이란은 역내 갈등을 키우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며 미국에 ‘개입하지 말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보복 작전이 어떤 수위로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란이 빠르면 향후 24~48시간 이내 이스라엘 남부나 북부에 직접 보복 공격을 단행할 계획이며, 이에 이스라엘도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란 지도부의 움직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또 다른 소식통은 이란 정부가 직접 공격을 논의하고 있으나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진 않은 단계라고 WSJ에 말했다.
앞서 미 정보 당국도 이란 또는 친이란 대리세력에 의한 이스라엘 본토 공격이 임박했다고 관측했다. 한 미국 당국자는 이란의 보복 공격이 수일 안에 “이스라엘 영토 안에서” 벌어질 수 있다는 정보 보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은 직원과 그 가족들에게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이스라엘 중부와 예루살렘 외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 남부 공군 기지를 방문해 “그 누구라도 이스라엘을 공격한다면 우리도 그들을 공격할 것”이라고 대응을 예고했다.
이란은 지난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이란 영사관이 미사일 공격을 받아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급 인사들이 사망하자 이스라엘에 보복을 공언해 왔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번주 초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몇 가지 방안을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 중인 방안에는 중거리 미사일로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타격하는 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하메네이는 미사일이 요격되거나 이스라엘이 이란 인프라 시설을 겨냥해 또다시 역공에 나설 가능성 등 본토 공격의 역효과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혁명수비대 고문은 “여러 공격 계획이 최고 지도자 앞에 놓여 있으며 그는 여전히 정치적 위험성을 고려 중”이라고 WSJ에 말했다.
이란의 보복이 어떤 수위로 이뤄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란이 확전을 피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며, 서둘러 보복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란 메시지를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이 지난 7일 오만을 방문해 미국에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이란은 가자지구 영구 휴전 등 요구 조건이 충족될 경우 군사적 긴장을 완화할 용의가 있다는 신호 역시 미국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오만은 그간 미국과 이란 사이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해왔다.
특히 이란은 이스라엘을 ‘통제된 방식’으로 공격할 경우 미국이 개입하지 말 것을 요구했는데, 미국은 이런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그간 이란이 이스라엘 영토를 직접 공격할 경우 이스라엘 편에 설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한 소식통은 이란이 미국의 개입을 원치 않기 때문에 “통제되고 비확장적인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며, 이란의 직접 공격보다 대리 세력을 통한 공격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란의 외교적 메시지는 이스라엘의 추가 행동을 막으면서도 미국을 끌어들일 수 있는 군사적 확전을 피하는 방식으로 대응 방법을 저울질하는 등 신중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의 알리 바에즈는 “체면을 살리는 방식으로 보복 방법을 찾는 것이 이란이 처한 딜레마”라고 말했다.
유라시아그룹의 분석가인 그레고리 브루는 “이란은 ‘저항 전선’의 동맹국들로부터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대응해야 하지만, 보복 공격을 할 경우 미국의 지원을 받은 이스라엘이 더 크고 파괴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인 수수께끼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확전을 막기 위해 분주한 모양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을 막기 위해 이란과 외교관계가 있는 중국과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과 통화했다고 밝혔다. 영국과 독일, 러시아도 이란에 “자제”를 촉구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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