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령 美 금리 더 올린다 해도…글로벌 하이일드 채권 투자해야"
미국 주식 '고평가'…하이일드 채권, 하락 위험 적다
하이일드 채권 5년간 투자시 연환산 수익률 '약 8%'
기업 기초체력·신용등급 좋아져…美대선, 영향 미미
연준 금리인하 후 투자하면…잠재 수익률 놓칠 수도
[이데일리 마켓in 김성수 기자] “미국이 1~2차례 추가 금리인상을 해도 하이일드 채권 투자 성과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겁니다. 지금은 주식보다는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 관련 펀드에 투자해야 합니다.”
거숀 디슨펠드 얼라이언스번스틴(AB) 자산운용 인컴 전략 부문 이사는 1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AB자산운용 ‘2024년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 전망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디슨펠드 이사는 27년 경력의 글로벌 채권시장 전문가다. ‘AB 글로벌 고수익 채권 포트폴리오’, ‘AB 아메리칸 채권 수익 포트폴리오’ 등 AB의 주요 역외 채권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해외 하이일드 채권(또는 고수익 채권)은 국제 신용평가 BBB- 등급 미만의 채권을 이르는 말이다. 발행주체(국가, 공공기관, 회사 등)와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으며 등급이 없는 채권도 포함한다.
하이일드 채권은 신용등급이 낮은 대신 높은 쿠폰 수익률을 제공한다. 또한 발행기업의 신용등급 및 부도율 변화 등에 따라서 가치가 달라진다는 특징이 있다.
디슨펠드 이사는 현재 미국 주식이 고평가된 상태기 때문에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주식보다 하이일드 투자를 더 선호하는 이유는 주식 가치를 평가하는 데 활용되는 무위험 수익률이 지난 몇 년 새 크게 변동했기 때문”이라며 “3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이 1.75%에서 4.5%로 2배 넘게 뛰었다”고 말했다.
무위험 수익률은 투자자가 미국 장기 국채처럼 안전한 자산에 투자해서 얻을 것으로 기대하는 수익률이다. 반면 주식과 같은 위험 자산에 투자할 경우 기대하는 수익률은 ‘무위험 수익률’에 ‘시장 위험 프리미엄’(Market Risk Premium)을 더한 값이다.
시장 위험 프리미엄이 그대로일 경우 3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이 크게 올랐다면 주식투자 수익률도 따라 올라야 한다. 그러나 현재 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향후 주식투자 수익률이 그만큼 높아지기 어렵다는 게 디슨펠드 이사의 시각이다.
디슨펠드 이사는 “30년 미국 국채 금리가 1.75%에서 4.5%로 상승할 경우, 채권의 평가 방식을 그대로 주식에 적용하면 사실은 주식 가격이 40% 빠졌어야 된다”며 “그러나 이 기간에 주식 가격은 오히려 더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이 앞으로 폭락할 것이라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며 “다만 주식 전문가들 얘기를 들어보면 향후 10~20년간 미국 주식 투자로 10~11%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고, 합리적인 선에서 예상 가능한 수익률은 6~7%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기준으로는 (하이일드 채권 투자의) 연환산 수익률이 약 8%”라며 “향후 2~3개월 수익률은 예측할 수 없지만 5년간 수익률은 이 정도로 예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슨펠드 이사는 경제에 부정적 충격이 생겨서 자산 가격이 떨어질 경우에도 하이일드 채권이 주식보다 낙폭이 적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40년간 하이일드 채권 가격이 5% 이상 하락할 때가 20번 있었는데 이 경우 주식은 더 많이 떨어졌다”며 “자산가치에 하방 위험이 적다는 측면에서도 주식보다는 하이일드 채권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연준 금리인하 후 투자하면…잠재 수익률 놓칠 수도”
디슨펠드 이사는 “하이일드 채권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또다른 이유는 기업들 기초체력이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하이일드 채권 발행 기업들의 부도율이 높다는 이유로 투자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업들이 코로나19 이후 인수합병(M&A), 자사주 매입, 자본 지출(설비투자)을 많이 하지 않고 안정적, 보수적인 자본 정책을 유지했다”며 “그 결과 기업들의 부채비율, 레버리지, 이자보상배율이 우수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일드 지수의 신용등급도 훨씬 우수해졌다”며 “신용등급별 구성 관련해서 2007년과 2024년을 비교하면 CCC 비중은 크게 줄었고 BB의 비중은 올랐다”고 설명했다. 신용등급이 CCC로 떨어지는 기업일수록 디폴트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부도에 따른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오른다.
디슨펠드 이사는 “높은 부도율이 CCC등급 채권 가격에 반영돼 있지만 이 위험에 대응하는 방법은 CCC를 덜 보유하고 BB를 더 보유하는 것”이라며 “AB자산운용은 하이일드 지수 대비 CCC 비중을 낮게, BB 비중을 더 높게 보유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하이일드 채권 투자 성과에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대선은 오는 11월 5일로 예정돼 있다.
디슨펠드 이사는 “과거 미국 대선 시점 전후 3개월간 주식시장과 채권 금리를 살펴보면 뚜렷한 추세(패턴)가 없다”며 “그만큼 선거 결과가 미국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공화당·민주당 중 어디가 승리하느냐가 금융시장에 장·단기적으로 큰 영향이 없는 이유는 두 당 모두 정부 지출에 우호적이기 때문”이라며 “지출은 경제와 시장에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변수인데 공화당은 부유층 세금 인하를 원하고 있으며, 민주당은 부유층 부담을 늘리는 동시에 재정지출 확대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사례를 보면 미국 연준이 금리 인상 사이클을 중단한 이후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이 미국 하이일드 채권의 투자 성과를 상회했다”며 “많은 투자자들이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투자하기를 꺼리고 있지만, 연준이 금리 인하를 개시한 후 뒤늦게 대응하는 투자자는 잠재 수익률을 놓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올해 하반기에 미국이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50%, 올해 안에 금리인하가 되지 않을 가능성을 30%라고 본다”며 “이보다 선행해서 금리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은 20%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만약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계속 상승하면 연준은 추가 금리인상을 하기보다는 현재의 높은 금리 수준을 최소 내년까지 유지하는 쪽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며 “이 경우 국채, 우량 회사채처럼 듀레이션에 투자하는 자산에는 부정적일 수 있지만, 그만큼 경제 성장성이 좋다는 뜻이기 때문에 하이일드 채권 성과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듀레이션’이란 채권에 투자해서 자금이 회수되는 평균 만기를 의미한다. 금리 변화에 따른 채권가격의 민감도를 측정하는 척도로도 활용된다.
만기가 긴 채권이나 쿠폰이자율이 낮은 채권은 금리 변화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하기 때문에 듀레이션이 길다. 만약 금리하락(채권 가격 상승)이 예상되면 투자자들은 듀레이션이 길고 금리에 민감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김성수 (sungso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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