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삼성전자에 다시 돌아온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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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한 신한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
AI 열풍, 삼성전자에게 기회가 남은 이유
고대역폭 반도체(HBM)에서 삼성전자는 후발주자가 맞고, 1위인 낸드 산업에서는 여전히 경쟁이 치열합니다. 비메모리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TSMC와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더 쳐진다면 향후 2~3년 뒤에는 삼성전자의 미래가 암울할 수도 있습니다. 스마트폰마저도 화훼이의 추격이 무섭습니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여전히 삼성전자의 투자 기회는 충분히 남아있다고 판단합니다. AI산업이 단기에 끝날 것도 아니고, NVIDIA만 투자할 것도 아니며, 산업의 성장에는 승자 독식이 아니라 여러 기회들이 계속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레드오션 산업에서의 승자 독식 논리와 블루오션 산업의 특성은 결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AI 산업의 확장성이 기업 대 기업, 기업 대 개인, 기업 대 국가까지 넓은 고객군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IT산업에서 일반 산업용, 의료와 음식료, 방위산업까지 확산되고 있는 점 역시 기회의 요인이 될 것입니다.
블루오션 산업의 성장은 특정 제품과 고객층을 통한 성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과 고객군에서 계속 기회가 주어집니다. 경쟁사 대비 막대한 설비규모와 순현금, 다양한 고객과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최소한의 낙수효과를 누릴 것입니다. 기술개발 역시 차세대 제품에서 역전한다면 다시금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독보적 강자가 될 수 있는 기회도 남아있습니다.
삼성전자의 다양한 문제점과 우려는 너무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이 언급을 해왔습니다. 주식시장은 냉정하게 삼성전자를 저평가 상황으로 만들어냈습니다. 외국인 장기 투자자들은 2022년 10월 이후 30조 가량을 매수하면서 지분율을 49.2%에서 55.6%까지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삼성전자를 보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글로벌 칩 경쟁, 삼성전자 참전으로 본격화
그러면 여기서 투자자 관점에서 삼성전자의 기회요인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첫 번째, HBM 반도체에서의 기회는 NVIDIA의 스탠스 변화와 신규 고객의 확장입니다. 얼마 전 NVIDIA의 CEO인 젠슨 황은 컨퍼런스에서 “삼성전자의 HBM3E를 현재 테스트하고 있으며 기대가 크다”고 했습니다.
최근 NVIDIA의 주가가 1000달러를 넘지 못하고 조정을 받고 있는 이유는 향후에도 높은 성장과 함께 현재의 독과점 지위를 향유할 수 있느냐일 텐데요. 당연히 NVIDIA 입장에서는 높은 마진을 누리기 위해서는 D램 경쟁업체 여러 곳을 쓰고 싶어할 겁니다. 과거에도 주요 빅테크 업체들이 그런 전략을 써왔고, 안타깝게도 과점화 되어 있지만 경쟁사 3곳은 성장하는 제품군 증설을 통해서 M/S 경쟁을 해왔습니다.
따라서 후발주자이지만 삼성전자가 지금 밸류를 받지 못하고 있는 HBM 제품을 늦게나마 공급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 격차를 줄이면서 HBM4에서는 다시금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또 주목할 점은 AI산업의 확대가 워낙 커짐에 따라 향후에는 NVIDIA 제품만 사용하기는 어렵습니다. AMD를 필두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심지어 Open AI까지 칩 경쟁에 뛰어들고 있으니깐요.
NVIDIA는 후발주자로 진입하고, 다른 업체들은 여유 설비를 통해 공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입니다. 시간을 벌면서 고객을 다양하게 확보하고, 차세대 기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HBM 사업 밸류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DRAM 투자, 이제는 결실을 맺을 때
두 번째 기존 DRAM과 낸드 사업에서의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DRAM 설비를 HBM으로 전환 시 3배의 설비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HBM 다이의 크기 및 낮은 수율때문입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경우 현금성 자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추가 투자보다는 전환투자에 주력했고, 삼성전자는 설비투자를 광범위하게 늘려왔습니다.
AI산업 성장으로 인해 HBM 투자가 증가됨에 따라 오히려 기존 DRAM의 공급설비는 축소됐습니다. 서버투자가 증가하면서 낸드 시장은 빠르게 턴어라운드 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전통 DRAM과 낸드 모두 경쟁사 대비 큰 생산설비와 투자를 지속해왔기 때문에 이번 사이클의 낙수효과는 삼성전자가 가장 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시장에서 온디바이스 AI 제품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아직 스마트폰의 최적화된 칩이 없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를 통한 제품들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효과는 DRAM 채용량의 증가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AI제품 출시와 하반기 애플의 AI 제품 참전, 이후 화웨이 역시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 이 시장 역시 전통 DRAM 제품의 수요 창출이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독보적인 TSMC와 나머지 아이들 정도로 격차가 심하게 나타났죠. 이제는 삼성전자가 3~4년에 걸친 기술 개발로 수율을 많이 따라 잡으면서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습니다. 안정화된 수율로 인해 과거 중국 고객 일부에서 최근에는 빅테크 기업들 수주까지 이뤄지고 있습니다. 반면 TSMC는 원래 전략이 칩 업체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더라도 적정하게 대응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한 전략이 TSMC의 안정적인 실적과 칩 업체로의 높은 협상력을 유지시켜줬습니다.
이 가운데 얼마 전 대만 지진과 중국과 대만간의 정치적 위협 등 지정학적 위험이 지속되고 있어 칩 업체들은 TSMC만 바라볼 수가 없게 됐습니다. 삼성전자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생각보다 더 큰 규모로 지급할 계획을 갖고 있는 점과 마이크론처럼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자국의 인텔을 키우고자 하는 전략 역시 동일한 이유일 것입니다.
삼성전자, '위대한 기업' 지위를 회복할까
AI 산업의 빠른 발전은 삼성전자에게 기회가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너무 삼성전자를 시장에서 홀대한 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과거 삼성전자의 12개월 추정 PBR 수치에서 반도체 사이클이 상승하는 시기에는 1.8배, 고평가 시기에는 2.2배까지 받았으나, 현재는 1.5~1.6배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쟁사는 역대 최고 수준의 2배 이상의 PBR 밸류를 받고 있습니다.
한 때 NVIDIA의 GPU가 최고고, 애플이 한 물 갔다는 분위기가 있었죠. 이 때 비트코인 가격 조정과 함께 NVIDIA의 주가는 급락하고, 애플은 칩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주가가 교차됐습니다. 급락했던 NVIDIA는 다시 핵심 경쟁력을 앞세워 전세계 주식 시가총액 선두권을 넘볼 정도로 올라왔습니다.
위대한 기업과 위대한 주가는 다를 것입니다. 위대한 기업의 지위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기업들의 주가가 저평가 돼 있는 시기가 역사적으로 좋은 투자 기회였죠. 이번 사이클에서 소외돼 있는 삼성전자, 애플, 테슬라 역시도 향후 글로벌 기업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펀더멘털을 회복한다면 주도주로 등극할 수 있는 기회는 올 수 있지 않을까요?
거대 자본이 이끄는 산업이 더 오래 갈 수 있는 현실을 수용하되, 일부 기업만의 주가 상승 속도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리서치를 심도 있게 해야 하고, 업종 내에서도 다양한 투자 기회 및 분산 투자가 바람직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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