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기준금리 14개월째 동결…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은 여전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한국은행이 또 다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로써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0차례, 기간으로는 1년 2개월 간 기준금리 3.50% 수준을 유지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올해 상반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소멸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 역시 예상보다 높은 물가 상승률을 보이고 있고, 국내 물가 역시도 고물가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하반기에는 미국 금리 인하와 별개로 3분기 중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 잡히지 않는 고물가에 기준금리 동결 기조 이어져
12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를 열고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에서 유지해 운용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월부터 이어져 온 기준금리 동결 기조는 이로써 14개월 간 유지됐다.
기준금리 동결 배경은 역시나 높은 수준의 물가였다.
한국은행은 통화정책방향문(이하 통방문)을 통해 "물가상승률이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높은 수준"이라며 "주요국 통화정책과 환율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양상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여전히 큰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대내외 정책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 물가는 3월 중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상승률이 2.4%로 낮아졌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농산물가격 및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전월과 같은 3.1% 유지했다"면서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일반인)은 3.2%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전망경로에 부합하는 둔화 추세를 이어가면서 올해 말에는 2%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양상 및 국제유가 움직임, 농산물 가격 추이 등과 관련한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물가 경로와 국제 정세를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금통위 결정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지난 2월과 같이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5명은 향후 3개월 기준금리를 3.50%로 전망하고 있다"며 "해당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하고 있고, 나머지 한 분은 3.50% 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도 열어두어야 한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통위원 5명은 근원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 목표에 수렴할 때 까지 인내심을 유지할 필요성을 주장했다"면서 "나머지 한 명은 공급 측 불확실성 요인에도 불구하고 기조적인 물가 둔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내수 부진이 지속될 경우 이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기 때문에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근원물가와 헤드라인 물가에 대해서는 "그 동안 근원물가와 헤드라인 물가가 유사한 방향성을 보였기 때문에 크게 고려할 사항이 아니었는데, 현 시점에서는 두 물가의 방향성이 다른 흐름을 보이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며 "이에 어느 쪽에 더 중점을 둬야 할 지 고민해 볼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마디로 말하기는 어렵고,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수요 측 요인을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공급 측 요인을 빼는 근원물가를 보는 것이 더 의미 있다는 견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물가의 기대 심리 등은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전체를 무시할 수 없고 두 개를 보면서 모두 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근원물가는 우리가 예측하는 대로 둔화되고 있으나 최근 농산물, 유가로 인한 헤드라인 물가는 오르고 있어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 상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은 소멸, 3분기 금리 인하 기대감은 여전
금융시장에서는 올해 상반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완전히 소멸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한국은행의 포워드 가이던스(향후 통화정책 방향 제시)인 3개월 내 금리전망의 경우 인하 의견이 지난 2월과 동일한 1인으로 유지됐다"며 "6개월 내 총재의 금리 전망에서는 '하반기 금리인하를 예단하기 어렵다'라는 점이 언급되며 장중 국채금리 변동성을 일시적으로 확대시켰으나, 연말 헤드라인 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 전망치인 2.3%에 수렴한다면 인하 가능성을 배제 못한다는 발언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전 통방문에서 '장기간' 문구를 삭제한 점과 연관해 생각해 보면 도비시(비둘기적‧통화 완화적)에 가까운 중립 의견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또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 후퇴로 한국은행의 정책전환 부담감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과 달리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지역 물가 오름세 둔화 추세에 따라 6월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김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한은의 하반기(7~8월) 인하 전망은 유지한다"며 "다만 메크로 변수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져 당분간 국내 채권시장의 금리 상승압력을 경계할 필요는 있다"고 전망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이번 금통위의 관전 포인트로 △통방문구 중 '충분한 장기간 긴축기조 유지'에서 장기간'을 삭제 △3개월 뒤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는 비둘기 위원이 기존 1명으로 유지된 부분 △근원물가 둔화 추세 대비 헤드라인 물가의 불확실성 관련 통화정책 중요도 강조 △미국 피벗기대 이연에도 글로벌 통화정책 탈동조화 인정 등을 꼽았다.
이러한 부분들을 감안할 때, 올해 3분기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이날 한국은행 총재도 강조했지만 인하 피벗 시그널만 있다면 미국보다 앞선 8월에는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국내 금리인하 시점은 8월과 11월 2차례 (0.25%포인트씩) 0.50%포인트 인하될 것으로 전망을 수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5년 상반기까지 추가 1차례 인하 정도를 염두하고 있다"며 "미국 통화정책과 물가 불확실성에 대한 의심은 늘었지만, 하반기 국내 금리 인하 기대를 접을 단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seongwan626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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