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총선 압승에 ‘건설사 구조조정’ 시계추 빨라질 듯
야권은 ‘건설업 자기책임성’에 방점
“신속한 옥석 가리기에 무게 실릴 듯”
야권이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건설업계 안팎에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을 솎아내는 작업이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야 모두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이라는 큰 그림에 대해 공감대가 있지만, 방법론에 대해서는 온도차가 있다. 정부와 여당은 건설사 부담 경감을 위해 유동성 공급을 중시해온 반면, 야당은 ‘자기책임 원칙’을 내세우며 신속한 부실 정리를 강조해왔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PF 정상화 펀드 지원 대상’을 현재 부실 우려가 있는 사업장에서 일시적 자금 애로가 있는 사업장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을 현행 25조원에서 30조원으로 5조원 더 확대했다.
앞서 발표한 ‘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도 유동성 공급과 만기 연장에 방점을 두고 있다. 기존 PF대출을 저금리로 대환하고, 대환보증 신청 기간을 계약금 납부 3개월 전에서 준공 전 3개월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여당도 기본적으로 정부와 기조가 다르지 않다. 일각에선 부동산 PF 부실을 틀어막기 위해 상당수 금융 업계에 부담을 떠넘긴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처럼 정부와 여당이 한계기업에 대한 수명연장(자금수혈)에 방점을 둔 이유는 건설사 부실이 고용 시장 등 경기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 혼란이 커지고 정부의 통제범위를 벗어나게 되는 것을 우려해 업계에선 ‘신평사들 리포트까지 관리한다’는 말도 돌았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 때 목도했지만 정부가 총선 전에 부실이 터지지 않게 하려고 얼마나 애를 썼나”면서 “PF부실이 통계로 확실히 안잡힌다는게 더 큰 문제”라고 했다.
PF 부실 옥석가리기는 야당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법 개정 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범야권이 200석에 가까운 의석수를 차지하는 등 압승하면서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유동성 공급보단 부실의 신속한 정리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건설사뿐만 아니라 부실 금융기관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는 작년 12월 기자회견을 열고 “과도한 부동산 개발이익을 추구한 시행사, 건설사, 금융기관의 자기책임원칙 아래 해결할 사안”이라며 “유동성 공급이 아닌 부실 정리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금융기관의 PF대출 만기 연장에 대해서는 “부실 발생을 지연시키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금리 부담만 가중시킬 뿐 금리 하락에 따른 사업 정상화 및 해결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비판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야당쪽에서 ‘신속한 옥석 가리기’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곧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송인호 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PF부실을 처리하는 시계추가 빨라질 것”이라며 “다만 옥석이 가려졌을 경우, 소생 가능성이 있는 곳들을 어떤 방법으로 살리느냐 하는 부분을 놓고 또 다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야권 입장에서 무조건 건설사 구조조정 강도를 높이라고 요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는 PF 부실이 4월 위기설을 부를 정도로 심각하다고 보지 않는 상황인데다, 이미 옥석 가리기를 나름 해 온 상태”라며 “강하게 한다는 것은 부도를 더 많이 낸다는 뜻인데 경제 전반을 고려하면 쉽지 않다”고 했다.
건설경기 회복을 위한 한 방편인 ‘미분양 아파트 해소’도 실효성이 있을지 미지수다. 앞서 정부는 미분양 아파트 해소를 위해 기업구조조정(CR)리츠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CR리츠 자체가 (아파트 매입시) 세제혜택을 포함하고 있어서 별도의 법 개정은 필요하지 않지만, 정작 시장에서 매력이 있는 상품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리츠협회 제도개선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지방에서 팔리지 않는 악성 미분양 아파트를 CR리츠로 만들어 누군가 매입했다고 하자. 그런데 파는 시점에 수익을 거둘지 어떻게 아냐”며 “게다가 건물 통 매입이 아닌 호별로 드문드문 나와 있는 미분양을 누가 살까. LH매입 임대도 안 되고 있는 상황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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