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0회째 금리 '동결'…이창용 "인하 깜빡이 고민 단계"(종합)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기준금리와 관련해 "(인하) 깜빡이를 켤지 말지 고민 중인 단계"라면서 "금융통화위원 전원이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5~6월 경제 지표를 확인한 후 결정하겠다고 언급했다. 지난 금통위 당시 밝혔던 5월보다 국내외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을 경계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5%에서 동결했다. 지난해 2월에 이어 10차례 연속 동결로 금통위원 전원 일치다.
이 총재는 이번 금리 동결의 주요 배경에 대해 꺾이지 않은 물가를 우선 꼽았다. 그는 모두 발언을 통해 "소비자물가 전망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어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라며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의 지적대로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은 지난 3월 3.1%로 두달 연속 3%대로 올라왔다. 농축수산물 물가가 2년11개월 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고, 중동 분쟁 확전 우려에 유가도 오름세다.
다만 만장일치 동결에도 세부 의켠은 엇갈렸다. 이 총재는 "6명 중 1명은 3개월 후에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인하 가능성 언급 등장은 2월에 이어 2번째다.
이어 "5명은 물가상승률의 목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지속해야 한다고 했고, 1명은 물가 둔화 추세가 예상되고, 내수 부진 지속에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했다.
이 총재는 간담회 내내 경제 상황의 높은 불확실성을 들어 금리 결정이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통위원 전부가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가 안정에 연말 물가 상승률이 2.3%로 가면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지만, 2.3%보다 높으면 인하가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통방문에서 긴축 기조에 대해 '충분히 장기간 지속'이라는 표현이 '충분히 유지'로 수정된 점에 대해서는 "장기간 문구를 쓰면 금리 인하를 하반기에 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되고, 없애면 인하를 하겠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총재는 '금리 인하 깜빡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현 상황은 인하 깜빡이를 켠 상황이 아니고, 깜빡이를 켤지 말까 자료를 보고 생각 중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보다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분명히 지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우리는 환율 등 여러 가지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이 금리 피벗을 하긴 할텐데 몇번과 시점에 관한 문제"라면서 "우리는 미국을 따라하기 보다는 물가와 환율 등 국내 요인을 통한 통화정책 여력이 지난해보다 커졌다"고 답했다.
그는 또 "미국이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그널을 지난해 말부터 줬다"면서 "ECB(유럽중앙은행)의 6월 인하 고려와 스위스 인하는 이미 미국의 피벗 시그널을 준 영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보다 먼저도 아니고, 뒤도 아니다"면서 "미국이 피벗 시그널을 준 상황에서는 이제 국내 물가 상황에 대한 고려가 더 크기 때문에 이제는 독립적이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 결정을 위해서는 5~6월 경제 지표가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유가가 높고 수출 등이 좋은 만큼 5월 전망이 굉장히 중요하고, 한두달 더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섣불리 금리를 움직였다가는 물가가 다시 오르거나 할 수 있는 만큼 5~6월 지표를 봐야 전체적인 세계 경제와 각국 중앙은행의 결정 등을 명확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화정책에 있어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 중에 어느 지표에 좀 더 무게를 두는지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기대심리가 헤드라인(소비자물가상승률)에 더 많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최근 농산물 물가에 대해서는 "수입이나 유통 개선 등 재정이나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면서 "기후 변화로 생산물이 줄어 유통을 개선한다고 해서 해결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봤다.
1360원대로 올라선 환율에 대해서는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에 피벗 기대가 밀리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의 절하에 과도하게 절하되지 않나 유심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율을 직접 보기보다는 우리 물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봐야한다"면서 "미국이 피벗 타이밍을 보는 상황에서 우리는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고 했다.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1분기 중으로 GDP 대비 100% 미만으로 떨어질 것을 확신했다. 이 총재는 "1분기 GDP 자료가 나오지 않았지만, 기대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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