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 현장에 가봤습니다

황희창 2024. 4. 1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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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를 산책할 때 늘 지나치는 초등학교가 있다. 오후엔 하교하는 아이들 소리로 교문 앞이 떠들썩하다. 선생님 뒤를 따라 두 줄로 교문까지 오는 아이들이 여럿 보인다. 초등학교 1학년생이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문득 과거의 내가 떠올랐다. 그런데 3월 한 달 간 하교하는 아이들의 숫자가 적다. 세어보니 채 10명도 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곧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서울아현초등학교는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늘봄학교를 운영 중이다.

아이들은 정규수업이 끝난 뒤 곧장 하교하지 않고 늘봄학교로 가고 있었다. 아이들이 다니는 늘봄학교가 궁금했다. 늘봄학교를 운영 중인 서울아현초등학교는 지난 3월 5일부터 총 10개의 교육 프로그램이 개설되어 있다. 아트 공예, 세상의 모든 리듬, 책놀이 논술, 아현축구교실, 창의융합과학, 보드게임 인성놀이, 씽크아트 종이접기, 기초연산 등등. 정규 교과목과 다른 프로그램 이름이 사뭇 흥미롭다. 

학교 측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예비 수요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를 참고해서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특히 기초연산에 대한 많은 학부모의 요구가 많았다고 한다. 프로그램이 있으면 강사도 있어야 할 터. 숙명여자대학교 늘봄·창의·가족센터, 행복한학교에서 파견한 강사가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다. 그중 기초연산은 교사가 담당하고 있었다. 

늘봄학교에서 개설한 창의융합과학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이 강사의 말에 집중하고 있다.

내가 방문한 금요일 오후에 두 곳의 교실에서 창의융합과학, 기초연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담당 강사의 허락을 받고 수업을 참관했다. 창의융합과학 프로그램은 과학실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으로 아이들이 모둠 별로 앉아 있었다. 1학년에 불과하지만 대부분 눈을 반짝이면서 강사의 질문에 대답도 곧잘 했다. 아직 정자세로 가만히 앉아 있는 모양새가 익숙하지 않아도 아이들의 호기심 가득한 눈빛에서 수업의 흥미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기초연산 프로그램은 어떨까? 교실에서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오늘은 강사가 아이들에게 판서하면서 연산의 개념을 설명한 뒤 아이들 각자가 연습하고 있었다. 강사가 아이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일대일로 찬찬히 알려주고 있다. 담당 강사는 서울아현조등학교 김재환 부장교사(방과후/생활교육부)였다. 기초연산 프로그램은 가급적 외부 강사가 아니라 교내 교사가 맡아주기를 바란다는 학부모의 요구가 있어서 김재환 부장교사가 맡고 있단다. 

늘봄학교에서 개설한 기초연산 프로그램은 특히 학부모의 요구가 많았다.

김 부장교사에게 아이들의 반응을 물어봤다. “1학년 대상이어서 교구를 이용한 활동적인 수업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가위로 오려서 붙이고 하는 활동이 많아서 아이들이 재미있어 합니다. 2시간을 꼬박 기초연산을 하면 아이들이 지루해 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매주 그림책 한 권을 읽어주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김 부장교사가 그림책을 읽어줄 때 아이들의 집중도가 훨씬 높았다. 

늘봄학교 프로그램 종료 후 강사가 아이들을 인솔해서 교문까지 데려다 주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이다 보니 하교를 책임지는 것도 담당 강사의 역할이었다. 프로그램 시작 전과 종료 후 강사는 아이들을 챙긴다. 강사가 1학년 전체 교실을 돌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오고, 프로그램 종료 후 아이들을 인솔해서 돌봄교실이나 교문 앞까지 데려다주고 있다. 한 달 간 매주 1회 2시간 늘봄학교에서 부장교사와 아이들이 만났다. 부장교사의 손을 잡은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모습에서 거리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교사와 아이들 사이에 친밀감이 느껴졌다. 

늘봄학교의 기초연산 프로그램은 아이들 각자의 진도에 맞춰서 개별적으로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다.

김재환 부장교사에게 정부의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한지를 물어봤다. “늘봄학교 교육 프로그램에 맞는 강사를 매칭해 준 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어요. 지금은 늘봄학교 대상이 1학년에 한정되어 있어요. 추후에 늘봄학교가 전체 학년으로 확대된다고 하면 교육 프로그램 개설 숫자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강사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필요할 텐데요. 그럴 때 프로그램에 적합한 강사를 섭외하게끔 지원해 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서울 시내 대다수 초등학교는 맞벌이 부부의 자녀를 우선으로 하는 돌봄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이쯤에서 기존 돌봄교실, 방과 후 학교와 늘봄학교의 차이가 궁금했다. 김 부장교사가 명쾌하게 그 차이를 알려줬다. 돌봄교실은 맞벌이 부부를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이용 대상이 제한적이고 돌봄에 집중하고 있다. 방과 후 학교는 이용 대상에 제한이 없는 대신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 “늘봄학교는 비용이 들지 않는 방과 후 학교라고 할 수 있어요”라는 그의 말에 쉽게 이해했다. 

김 부장교사의 말처럼 늘봄학교는 이용 대상에 제한이 없고 또 무료로 제공된다. 특히 늘봄학교가 정착된다면 오전 7시부터 9시, 정규수업 후 오후 8시까지 아이가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심지어 저녁까지 제공한다고 하니 맞벌이 부부에겐 정말 매력적이다. 늘봄학교는 기존의 돌봄교실과 방과 후 학교의 장점을 취했다고 할까! 단 지금 서울아현초등학교는 방과 후 연계형이어서 시간적인 제약이 있다. 평일 2시간에 한정해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기초연산 프로그램 말미에 매주 한 권의 그림책을 읽어주는데 아이들의 집중도가 높다.

전체 학년으로 늘봄학교 이용 대상자가 확대된다면 돌봄교실, 방과 후 학교가 늘봄학교로 통합되는 수순을 밟을 것 같다는 의견이다. 현재 서울아현초등학교 1학년생 103명 중에 총 58명이 늘봄학교에 참여하고 있다.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서울의 경우 올 1학기엔 우선 시행 학교를 대상으로 늘봄학교를 시범운영 중이다. 2학기엔 모든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늘봄학교를 전면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지금 시범운영 중인 학교는 초등학교 1학년 대상으로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학부모 사이에 입소문이 난다면 2학기엔 더 많은 학부모가 늘봄학교를 이용할 수 있다. 학교는 2학기에 대비한 준비도 필요하다.      

심영면 교장은 “새로이 늘봄학교를 운영할 공간이 부족합니다. 외부 기관과의 연계, 학교 인근 시설 이용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 같아요. 학교 측에선 늘봄학교 체제로 정비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게 가장 큰 지원이라고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서울은 올해 2학기부터 늘봄학교를 전면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나는 소위 말하는 경단녀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던 그 해 회사를 그만두었다. 초등학교 1학년의 경우 4교시를 끝내고 하교하면 낮 12시였다. 그 이후 아이를 혼자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아니면 셔틀버스를 타고 학원을 전전해야 했다. 

고심 끝에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당시 지금의 늘봄학교와 같은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내 퇴사 일자가 훨씬 더 뒤로 미뤄졌을 것이다. 맞벌이 부부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늘봄학교가 생기고 있다. 이런 좋은 정책이 진작에 나왔어야 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윤혜숙 geowin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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