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실·내각 전면 개편 나서…다음 수순은 '이재명 회담'
尹, 한덕수·이관섭 사의 표명 받아…이동관 거론되자, 민주 '반발'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4·10 총선 패배로 남은 임기 3년도 '여소야대' 정국을 벗어나지 못하게됐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헌정 사상 최초다. 윤 대통령은 곧바로 민심을 겸허히 받아 들인다며 '국정 쇄신의 뜻'을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2일 현충원을 찾아 "(윤 대통령과) 당연히 만나고, 대화해야 한다"며 영수회담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2년동안 단 한 차례도 성사되지 않았던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이 이번만큼은 성사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여야가 그동안 헌법에서 보장한 입법권을 서로 남용하며 대치했던 그간의 시간을 뒤로한 채,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동안 이전과 다른 정국을 어떻게 펼쳐 나갈지도 관심사다.
◇이재명 "당연히 만나고 대화해야"…국힘 김재섭 "야당 만나야"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윤 대통령과의 영수 회담 가능성에 대해 "당연히 만나고 당연히 대화해야지 지금까지 못 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과는 "조속히 만나서 대화하고 협의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영수 회담을 다시 제안하실 생각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건 지금까지도 제가 계속 말씀드렸다"라며 "당연히 이 나라 국정을 책임지고 계신 윤 대통령께서도 야당과의 협조, 협력이 필요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협치 의지를 내비친 것과 함께 민주당 내에서는 윤 대통령이 보다 적극적으로 협치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전날(11일) YTN라디오 '신율의 정면승부'에 나와 "두 분이 만나야 한다. 그래야 활이 앞으로 나간다"며 "누구든지 흉금을 터놓고 머리를 맞대고, 국가의 운명에 대해서, 정책에 대해서 국가에 대해서 논의를 해야되지 않겠냐? 그건 누구라도 저는 옷소매를 붙잡고 만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당에서도 일부 의견을 같이 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선인은 이날 KBS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 출연해 "선택이 아닌 당위의 문제"라며 "정부도 야당과 정부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국민의 메시지를 통감했을 거다. 국정 운영 파트너로서 야당을 만나야 민생을 챙기고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尹 "총선 민심 받들어" 인적쇄신 예고…장제원·이동관 거론되자 민주당 '반발'
이 대표가 전면에 나서 협치를 강조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에 참패를 안겨준 민의를 받들어 국정 쇄신에 나서겠다며 먼저 '인적 쇄신'을 예고했다. 다만, 협치 의사에 대해서는 제대로된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전날(11일)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총선 패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국정을 쇄신한다는 것은 인적 쇄신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협치 의사를 묻는 질문에도 "그렇게 해석해도 좋다"고 답했다. 같은 날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 용산 고위 참모진은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인적 쇄신을 강조한 윤 대통령을 두고 민주당 내에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새로운 참모진으로 물망에 오르는 인물이 과거 야권과 대립각을 세웠던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등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정무장관을 신설해 장제원 의원을 임명할 것이란 전망에 "만약에 장 의원이 오시게 되면 계속해서 국회하고 싸우겠다는 것밖에 안 될 것 같다"며 "지금은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생각하면서 협치를 이끌어내야 될 사람이 와야 된다"고 말했다.
◇정치권 "지난 2년과 다른 3년 돼야"…김민석 "尹, 태도 변해야"
단독으로 과반을 달성한 민주당은 지난 21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입법 주도권을 달성했다. 이에따라 의사 일정, 직권상정 등의 권한을 가지는 국회의장을 배출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범야권이 200석 가까이를 차지하면서 야권은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추진,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강제 종료 등에 나서도 여당이 저지할 수 없다. 하지만 이는 지난 2년의 실정과 다를 바 없다.
여야는 그간 서로가 가진 입법권을 가지고 대립했다. 야권이 단독 상정해 처리한 법안을 대통령은 수차례 거부권을 행사했으며, 시행령을 활용해 법안을 무력화 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년간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노란봉투법,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 조작 의혹 특검법·대장동 특혜 제공 의혹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 총 9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 스스로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 변환이 없으면, 지난 2년과 마찬가지로 남은 임기 3년 역시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서 "대통령께서 선거 이후에 말씀하신 그 언급만 가지고는 무엇을 어떻게 진정으로 변하려고 하는 것인가 아직은 가늠할 수 없는 단계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대통령의 국정에 대한 인식, 국민에 대한 태도, 국민과의 소통 방법, 야당과의 관계 이런 것들이 전체적으로 변화해야 되는 것이어서 당장 말씀을 정리하기가 어려웠다 하더라도 이런 부분을 깊이 숙고해, 본인의 육성으로 변화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 우리 정치와 어떤 민생, 국민이 바라는 바가 정상으로 가는 시작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kjwowe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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