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물가 상승률 목표 수준 확신 들 때까지 긴축기조 유지"[일문일답]
기준금리 3.5% 동결, 금통위원 만장일치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흐름, 가계부채 추이, 주요국 통화정책의 탈동조화, 환율 변동성 등의 요인도 당연히 고려해야 되겠지만, 금통위원들이 지금 가장 고민하고 중점을 두고 있는 점은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다. 이러한 확신이 들 때까지는 현재의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이는 '10연속' 동결로, 한은은 지난해 2월부터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해 왔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동결 결정 배경에 대해 "근원 물가 상승률이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소비자 물가 전망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물가 흐름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에 따르면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금통위원 전원의 만장일치 의견이었다.
그는 "데이터를 토대로 물가와 성장률 전망이 어떻게 변하는지 5월 경제 전망 등을 통해 계속 점검하면서 앞으로의 통화정책 운영 방향을 판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창용 총재와의 일문 일답.
-울퉁불퉁한 물가 모습이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 높아지고 있는데,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지금 6개월 시점에 대해 말하자면 금통위원 전부가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예단하기는 좀 어려운 상황이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있다. 근원 물가 상승률은 예상한 대로 움직이고 있지만,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예상하듯이 연말 2.3%까지 갈 것인지가 중요한 결정 과정이 될 것으로 본다. 물가 상승률이 예상치대로 가면 하반기 금리 인하 방안 배제할 수 없는 거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반면 상승률 둔화가 지연되면 하반기 금리 인하는 어려워질 수도 있다.
- 통방문에서 (긴축기조 유지와 관련) '충분히 장기간'이 '충분히'로 표현이 바뀌었는데,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장기간'이라고 하면 하반기에 (금리 인하를) 할 수 없다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고, 그렇다고 '충분히 장기간'을 다 없애면 하반기에 금리 인하를 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소통 측면에서 '충분히'로 바꿨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와 관련 깜빡이를 켰다'는 표현을 봤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깜빡이'를 킨 것은 아니고 켤까 말까 자료를 보고 고민하는 상황이다.
-한국이 미국보다 금리 인하를 먼저 할 옵션도 고려하고 있나?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경우 이후 여러가지 제약이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이 미국의 결정에 크게 영향을 받아 마음대로 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문제는 미국이 피벗(금리 변화)을 하긴 할 텐데, 올해 중인지 등 시점의 문제다. 통화정책에 주는 영향이 예전과는 다른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금리 정책에 대해 탈 동조화가 되고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한국도 미국을 반드시 따라 한다 안한다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 물가 상태의 변화율, 환율에 대한 영향 등 국내 요인을 가지고 통화 정책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지난해에 비해 훨씬 커졌다.
-지난해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위로 가면 물가 전망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물가 전망이 상향 조정될 위험은 어느 정도인지?
유가가 90달러 이상으로 올라갔다 다시 90달러로 내려왔다. 저희 전망은 평균이기 때문에 잠시 올라갔다 내려가는 건 전망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90달러, 100달러 올라가 오랜 기간 머물러 있으면, 당연히 물가 전망을 바꿔야 될 것. 유가의 경우 이스라엘-이란 등의 문제로 불확실성이 생긴 상황이기 때문에 예단하기는 어렵다. 일시적 변화에 대해서는 저희 전망을 바꿀 필요 없지만, 장기간 변화는 전망을 수정하도록 할 것.
-환율이 1365원까지 올라왔다. 예전에는 원달러 환율이 이 수준까지 오를 경우 불안해했지만, 현재는 다르게 소화되고 있다. 왜?
예전에는 환율이 오르면 부채를 갚아야 돼서 크레딧 리스크 등이 있었다. 과거와 달리 서학 개미도 많고, 해외 순자산도 굉장히 늘었다. 기본적으로 옛날처럼 환율 변화에 따라 경제 위기가 오거나 그런 상황은 아니다. 선진국형 외환 시장 구조가 자리잡았다고 본다. 다만 최근의 환율 급등은 달러 강세와 함께 엔화 절하와 위안화 절하 압력을 받고 있어 주리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게 절하되는 면이 있지 않나 의심하고 있다. 환율을 걱정하고 있거나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국의 영향으로 인해 쏠림 현상으로 우리 환율이 과도한 변동성을 보일 경우 시장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는 여력이 있고 여러 방법도 있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다.
-5월 경제 전망이 부합한다면 통화정책 방향 조금 더 선명하게 예측할 수 있나?
5월 전망은 다른 때보다 중요하다. 5월도 굉장히 중요한 정보지만, 5월보다는 한 두 달 정도 더 봐야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시기의 결정이 6월달에 어떻게 될지 봐야될 것 같다. 개인적으론 두 번 정도는 데이터를 봐서 확신을 갖고 가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섣불리 금리를 내릴 경우 물가가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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