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출신 수이 창업자 "한국은 키마켓…블록체인 혁신 체감하는 세상 온다"

대담=박희진 부장 박현영 기자 2024. 4. 12.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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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메인넷 출시 1년' 수이, 프랑스 파리서 '수이 베이스캠프' 행사 개최
에반 청 CEO "리브라 처음부터 뜯어 고쳤다…선발주자도 따라잡을 것"
에반 청(Evan Cheng) 미스틴랩스 CEO.

(파리=뉴스1) 대담=박희진 부장 박현영 기자 = 지난 2019년,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은 '글로벌 공룡' 페이스북(현 메타)이 가상자산 사업에 뛰어든다는 소식에 들썩였다. 그렇게 시작된 '리브라'는 전 세계 사람들이 쓸 수 있는 화폐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꿈을 내세웠지만 미 규제당국에 막혀 첫 발조차 제대로 내딛지 못한 채 사라졌다.

리브라는 단순히 '화폐'를 지향하지 않았다. 리브라의 근간이 됐던 블록체인은 전 세계 개발자들이 쓸 수 있는 글로벌 블록체인 플랫폼을 지향하기도 했다.

리브라의 꿈은 현재 '수이'(Sui)에서 이어지고 있다. '베테랑 개발자' 에반 청(Evan Cheng)이 지난 2021년 디엠(구 리브라) 프로젝트를 이끌던 동료들과 함께 페이스북을 퇴사, 수이 개발사인 미스틴랩스를 창업하면서다.

수이는 '파리블록체인위크(PBW) 2024' 기간에 맞춰 수이 메인넷 출시 1주년 기념 행사인 '수이 베이스캠프'를 열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열린 수이 베이스캠프는 수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개발하는 팀들이 부스를 열면서 인산인해를 이뤘다. <뉴스1>은 에반 청 CEO를 만나 지난 1년간의 성과와,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물었다.

◇애플·페이스북 출신 '베테랑 개발자', 수이 창업

에반은 애플에서 10년을, 페이스북에서 6년 반을 일했다. 내로라하는 '빅테크' 기업에서 일하면서 혁신 기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았지만, 포부를 펼치기엔 부족한 점도 있었다.

퇴사 후 창업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그는 "큰 기업은 혁신적인 일만 하기에 적합한 환경은 아니다"라며 "페이스북에서 리브라 프로젝트를 주도했지만, 환경이 적합하지 않아서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리브라 프로젝트는 왜 실패했을까. 그는 하나는 규제, 또 다른 하나는 내부 환경을 이유로 꼽았다.

에반은 "페이스북은 엄청 큰 기업이기 때문에 '화폐'를 만든다는 목표는 규제 면에서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부 환경과 관련해선 " 페이스북은 플랫폼보다는 프로덕트에 초점을 맞춘 기업이기 때문에 리브라가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성공하기에도 적절하지 않았다. 페이스북의 시도는 너무 이른 감도 있었다"고 했다.

페이스북을 퇴사한 에반은 '리브라'를 계승한 수이 개발을 시작했고 지난해 5월 메인넷을 출시했다.

그는 "우리는 리브라 프로젝트를 그대로 가져온 게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다 뜯어 고쳤다. 그만큼 기술적 개선도 많이 했다"며 "힘든 일이 많았지만, 그만큼 보상도 얻은 한 해였다"고 했다.

그가 언급한 '보상'은 수이 1주년 기념 행사인 '수이 베이스캠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파리에서 수이 베이스캠프를 연 소감에 대해 에반은 "베이스캠프 행사에서 놀라운 에너지를 느꼈다"며 "수이를 알고 싶어 하고, 수이에 대해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 놀랐다"고 말했다.

또 "유럽 내 다른 블록체인 행사는 가봤지만 파리블록체인위크는 처음"이라며 "프랑스에서도 블록체인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앱토스와의 경쟁, 우려 안해…다른 블록체인도 따라잡을 것"

리브라의 단점을 보완하며 개발을 마쳤지만, 레이어1 블록체인 플랫폼 업계에서 수이는 후발주자다. 이더리움, 솔라나, 아발란체 등 이미 성공적으로 출범한 프로젝트가 여럿 존재한다.

그럼에도 에반은 수이의 가능성을 자신했다. 그는 "수이는 메인넷을 출시한 지 1년 밖에 안됐다"며 "지금처럼 나아간다면 다른 블록체인들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선발주자들을 따라잡기 위해선 수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디앱(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들이 많아져야 한다. 더 많은 디앱을 확보해 '수이 생태계'를 확장하는 게 관건이다.

에반은 "일단 개발자 교육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며 "또 일종의 개발 자금인 '그랜트'를 지급하면서 개발자들이 시장 전략까지 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발자들의 고충을 늘 청취하면서 개선해 나가고 있다"며 "이용자 유치를 위해 'zk로그인' 같은 기능도 도입하고, 거래가 체결되는 속도도 빠르게 향상해 나가고 있다. 수이는 '피드백 반영' 면에서 뛰어난 프로젝트다"라고 했다.수이는 페이스북 출신이 창업했다는 점,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쓴다는 점 때문에 앱토스와 많이 비교되기도 한다. 앱토스 역시 레이어1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에반은 "수이 공동창업자들이 먼저 페이스북을 떠났고, 개발도 먼저 시작했다"며 "앱토스는 리브라 프로젝트를 '리빌딩(Rebuilding)'했다기 보다는 리브라의 특징을 많이 가져온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그에 비해 수이는 블록체인의 기능상 제한이 생기지 않도록 '제한 없는' 블록체인 환경을 만드는 데 많은 투자를 했다"며 "이 때문에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에선 안 되는 것도 수이에선 되는구나'라는 피드백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앱토스와의 경쟁에 대해선 별로 우려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블록체인 유틸리티 체감 시점, 곧 온다…규제도 혁신을 막을 순 없어"

수이를 비롯한 블록체인 기업들이 혁신에 힘쓰고 있지만 블록체인 분야에서 실제 '유틸리티(효용성)'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반은 "유틸리티를 체감할 수 있는 시점이 곧 도래할 것"이라며 "다만 인공지능 분야의 '챗GPT'처럼, 모두가 쓰는 프로덕트의 첫 사례가 나와야 한다. 첫 사례만 나오면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이 가져다준 혁신은 도외시하고 '코인 가격'에만 매몰된 '투기광풍' 현상에 대해선 "시장 자체가 미성숙한 것은 맞지만, 예전에도 신산업 전반기에는 이런 일이 늘 있었다"며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변화를 주는 프로덕트가 나오면 이 업계를 바라보는 관점도 서서히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파리블록체인위크를 달군 '규제' 문제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에반은 "개발자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다행인 것은 규제가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규제 명확성이 산업 전반에는 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규제에 대해선 "미국은 뒤처져 있다고 생각한다"며 "유럽이 미국보다는 빨리 움직이고 있는데, 유럽은 규제가 좀 공격적인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한국 시장에 대한 '청사진'도 밝혔다. 그는 "게임사들이 블록체인 기술에 투자하는 곳도 한국뿐이다"라며 "한국을 '키 마켓'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NHN,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유망한 파트너사도 확보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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