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를 기획한다고? "독자는 책이 쓰인 뒤에야 발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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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수요란 책이 쓰이기 전에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책이 쓰인 후에 창조되는 것이니까요. 저는 제 집필 활동을 '전도'라고 생각합니다."
"도서관은 그곳을 찾은 사람들의 무지를 가시화하는 장치입니다. 다시 말해 도서관은 내가 얼마나 세상을 모르는지를 가르쳐주는 장소이지요. (중략) 도서관의 교육적 의의는 그것이 전부일 겁니다." 무지의 가시화엔 '책 더미'가 제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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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
"독자의 수요란 책이 쓰이기 전에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책이 쓰인 후에 창조되는 것이니까요. 저는 제 집필 활동을 '전도'라고 생각합니다."
'거리의 철학자'라 불린다는 우치다 다쓰루가 도서관, 서점, 독서에 대해 쓴 글을 모아둔 책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의 핵심은 '뻔뻔함'이다. 너무 대놓고 뻔뻔해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피식 웃게 된다. 시장과 소비자를 분석하는 출판기획을 두고, 책의 성패란 기획이 아니라 독자에게 발견의 기쁨을 주느냐에 달렸다고 일갈한다. '지금 이 시대의 우리가 그런 책을 원했다'고 일컫는 베스트셀러란, 사후합리화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도서관도 마찬가지다. 도서관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며 베스트셀러를 전진 배치하고 카페를 만들자는 움직임에 맞서 이렇게 썼다. "도서관은 그곳을 찾은 사람들의 무지를 가시화하는 장치입니다. 다시 말해 도서관은 내가 얼마나 세상을 모르는지를 가르쳐주는 장소이지요. (중략) 도서관의 교육적 의의는 그것이 전부일 겁니다." 무지의 가시화엔 '책 더미'가 제맛이다. 옛 귀족, 현대 부르주아 집안 거실의 거대 책장 또한 그렇다. 성공을 거둔 이에게 '네 무지를 기억하라(memento ignorantia)'라고 속삭여주는 역할이다.
그렇기에 책이란 무척 도도한 녀석이다. 이걸 저자는 이렇게 써뒀다. "책의 본질은 언젠가 읽어야 한다는 관념 위에 있습니다. 출판업과 출판 비즈니스는 이 허(虚)의 수요를 기초로 존립합니다." 작가 김영하가 했던 "읽으려고 책을 사는 게 아니라 산 책 중에 읽는 것이다"의 고급진 버전쯤 되려나.
출판이 어렵다 한들 그래도 어디선가 무언가를 읽고 있는 이라면 고개 끄덕일 이야기들이다. 저자의 전도에 몇 명의 예비 신도들이 이끌릴까 궁금해진다.
조태성 선임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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