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양란의 좌충우돌 해외여행 15] 보케리아 시장에서 공짜 맥주 마신 사연
[여행작가 신양란] ‘보케리아 시장에 없는 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이 말은 좀 과장이라 해도, 그런 말이 나올 정도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그 시장엔 먹을 것이 넘쳐났다. 온갖 식재료를 파는 가게가 즐비한 것은 물론이고, 식당도 많았다. 마침 점심 무렵에 그곳에 간 우리 부부는 거기서 끼니를 해결하기로 하고 메뉴를 물색했다.
그때 내 눈에 해물찜을 먹고 있는 사람들이 들어왔다. 어찌나 푸짐하고 맛있어 보이는지 대번에 꽂히고 말았다. 마침 한국인으로 보이는 여행자도 그것을 먹고 있기에 “이 메뉴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았다. 그들은 “이름이 뭔지는 모르지만, 39유로짜리”라고 일러줬다.
그런데 워낙 인기가 많은 식당이어서인지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이고 있는데, 여자 종업원이 다가와서는 “저 자리가 곧 빌 테니 그 옆에서 기다려라”라고 했다. 아, 물론 그의 스페인어는 못 알아들었고 다만 몸짓말을 내가 그렇게 해석했다는 뜻이다.
아닌 게 아니라 그 자리가 곧 비었다. 우리가 앉자마자 그는 다가와 음료는 뭘로 할 건지 물었다. 우리는 해물찜을 먼저 주문하고 싶었지만 일단 맥주와 콜라를 주문했다.
그가 냉큼 맥주와 콜라를 가져왔고, 그제야 음식은 뭘로 할 건지를 물었다. 우리는 옆 테이블의 39유로짜리 해물찜을 가리키며 그것을 달라고 했다.
뜻밖에 그가 고개를 저으며 “해물찜은 옆집 메뉴이며 저희는 그걸 취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낭패가 있나. 우리는 해물찜 먹을 생각에 그 자리에 앉은 것인데 주문할 수 없다니.
해물찜이 안 되니 할 수 없다며 일어날 수도 없는 게, 이미 맥주와 콜라가 나와 잔에 따르기까지 해버렸다. 참으로 곤란한 상황이었다. 남편은 “할 수 없으니 기왕 나온 음료나 마시고 일어서자”고 했다. 내 생각에도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음료를 다 마신 다음, 남편이 음료를 가져다준 종업원을 불러 계산서를 달라고 하니 뜻밖의 말을 하는 게 아닌가. “It's free(계산할 필요 없어요).” 그러고 나서 우리가 마신 컵을 챙겨 식당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우리는 그게 무슨 말인지 순간 이해하지 못했다. 프리라면 공짜란 말인데, 설마 맥주와 콜라 값을 안 받겠다는 말일까? 아니, 왜? 그럴 이유가 없잖아? 아니면 프리에 다른 뜻이 있나?
점심시간의 식당은 몹시 붐볐고, 사람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으며, 우리는 종업원을 붙잡고 왜 프리냐고 물어볼 능력이 안 되었다. 할 수 없이 그냥 나오면서 계속 찜찜했다.
“왜 우리한테 돈을 안 받은 걸까? 우리가 너무 꾀죄죄해 보여서일까?”
“그래도 우린 무려 39유로짜리 해물찜을 먹으려고 한 사람인데, 설마 음료수 값이 없을까 봐.”
“우리가 식사를 하려고 한 곳이 자기네 식당이 아니란 걸 아니까 돈 받기가 미안했나?”
“그래도 어쨌든 우리가 주문한 걸 내어 온 거니까 돈을 받는다고 해도 종업원 잘못은 아닌데….”
“스페인은 원래 맥주와 콜라 인심이 후한가? 공짜로 줄 정도로…. 식당에서 빵은 공짜로 잘 주잖아.”
“설마….”
우리는 끝내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보케리아 시장의 어느 식당에서 맥주와 콜라를 공짜로 먹은 기이한 경험을 하고 시장을 나왔다.
|신양란. 여행작가, 시조시인. 하고 싶은 일, 즐겁고 행복한 일만 하면서 살고 있다. 저서로 <여행자의 성당 공부><꽃샘바람 부는 지옥><가고 싶다, 바르셀로나><이야기 따라 로마 여행>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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