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 공습'에 생존 절실한 쿠팡…"와우회원에 구독료 수입 3배 이상 돌려준다"

서미선 기자 2024. 4. 1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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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회원 월 4990→7980원…투자확대 위한 승부수
출혈경쟁에 '현금 100조' 알리까지…"기초체력 위해 불가피"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쿠팡이 와우 멤버십 월 요금을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조정하기로 하며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극초저가'를 무기로 국내 시장을 잠식 중인 중국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공세에 맞춰 '승부수'를 띄웠기 때문이다.

12일 유통업계에선 이는 10년간 누적 적자 6조 원 이상을 내며 소비자 혜택을 확대해 온 쿠팡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쿠팡은 지난해 첫 흑자전환을 했지만 영업이익률이 1.9%로 낮고 한 해 4조 원 이상을 와우회원에 투자하고 있어 'C커머스'에 맞서 투자 확대 여력 확보가 필요할 것이란 차원이다.

멤버십 요금 인상은 2021년 말 이후 약 2년 4개월 만이다. 오른 요금은 신규 가입 회원에겐 13일부터, 기존 회원에겐 8월부터 적용된다. 와우회원은 무료 로켓과 당일배송, 신선식품 새벽배송, 무료 배달·직구·반품, 쿠팡플레이 시청 등 10가지 이상 혜택이 있다.

업계에선 이번 인상은 요금에 비해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워낙 방대해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에만 와우회원에게 4조 원의 절약 혜택을 제공했다.

와우회원 1400만 명 월 요금으로 본 연간 구독료 총합은 8383억 원 수준으로, 7890원으로 올라도 연 구독료 총합 추정치는 1조3255억 원 정도다. 쿠팡이 와우회원에게 연간 투자하는 규모의 33% 수준이다. 요금이 올라도 고객 투자 규모가 워낙 크다는 뜻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회비로 쿠팡이 돈을 번다고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른 유통업체 등이 단건 제공하는 서비스를 모두 모아 회비 3~4배 이상 수준 혜택을 와우회원에게 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1만 3500~1만 7000원), 티빙(9500~1만 7000원), 디즈니플러스(9900~1만 3900원) 등과 비교해 쿠팡 월 요금은 최대 반값 수준이다.

다른 일반 쇼핑 멤버십은 적립, 할인 혜택에 집중되고 새벽배송이나 직구, 콘텐츠 혜택이 없거나 부족하다. 상당수 이용자는 별도 OTT에 돈을 내고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국민 1인당 평균 월 1만 2000원을 내고 OTT를 사용 중이다.

반면 와우회원 수백만 명은 연간 100만 원 정도 할인혜택을 받고 있고, 한 회원은 수년간 3000만 원 절약한 사례도 있다고 쿠팡은 밝혔다. 건당 배송비 3000원, 건당 반품비 5000원, 건당 2500원 직구를 모두 무료 사용하며 고물가 속 비용 절감폭이 매우 크다는 뜻이다.

서울 시내의 쿠팡 캠프에서 배송 기사들이 배송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2020.3.1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쿠팡이 2018년 와우 멤버십을 선보인 뒤 아직도 단일 쇼핑 멤버십에서 익일·당일·새벽배송을 모두 무료로 하는 경우는 없다. 쿠팡이 국내 유통업계에서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개 이상 물류센터를 운영하며 전국에 익일·새벽배송을 가장 많이 확대해 온 덕이다.

쿠팡 수익성이 낮은 상황에 중국 e커머스에 대응해 투자는 늘려야 하는 절박함이 작용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쿠팡은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1조 5000억 원 투자에 맞서 3년간 3조 원 이상을 투자해 전국 무료 로켓배송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쿠팡 수익성은 현재 업계 꼴찌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1.9%로 신세계(004170)·이마트(139480)(10%), 현대백화점(069960)(7.2%), 롯데쇼핑(023530)(3.5%), GS25(3.5%) 등을 밑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998억 원(20.5%)으로 쿠팡(6174억 원)을 넘어설 정도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와우 멤버십 가격 변경은 수익성이 낮은 상황에 차이나 커머스에 대응해 물류, 서비스 투자를 확대하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출시 당시 무료 배송, 반품 정도에서 새벽배송, 쿠팡플레이, 회원 전용 할인, 최근 쿠팡이츠 무료배달까지 멤버십 혜택 수준은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 출혈경쟁이 심한 상황에 C커머스 진격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의 3월 국내 이용자 수는 887만 명, 테무는 829만 명으로 2개 업체 합산 이용자만 1716만 명으로 1위 쿠팡(3087만 명)의 절반 이상이다.

중장기적으로 중국 업체의 투자여력이 쿠팡보다 우위에 있기도 하다.

알리 모회사 알리바바그룹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170조 원, 23조 3000억 원이다. 테무 모회사 중국 핀둬둬홀딩스 지난해 매출은 36조 원, 영업이익은 11조 원이다.

알리의 보유 현금은 100조 원 규모로 쿠팡(7조 원)의 10배 이상이다. 테무는 미국 진출 1년 반 만에 1월 월간 사용자 수가 5000만 명을 넘어 미국 e커머스 1위 아마존(6700만 명)을 따라붙었다.

쿠팡은 이번 요금 변경으로 2027년까지 전 국민 로켓배송 추진 목표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현재 전국 182개 시군구(전체 260곳)에 로켓배송을 시행하는 쿠팡은 2027년엔 고령화와 저출산 여파가 큰 인구감소지역을 포함 230여개 시군구로 무료배송 혜택을 확대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3년간 물류 투자 3조 원, 와우 멤버십에 매년 4조 원 이상을 쏟아부으면 향후 3년간 투자금만 15조 원에 이른다"며 "중국 공세에 맞춰 기초체력을 확보하기 위해 요금 변경은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smi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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