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필리핀, 對中 포위망… 합동순찰·훈련 강화

■ 첫 정상회의 ‘격자형 안보’ 구성
한·미·일에 이은 새 협의체 출범
쿼드·오커스에 더해 ‘4중 포위’
남중국해 比로 역내 교두보 확보
에너지 안보·사이버 보안 등 협력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namdol@munhwa.com

미국·일본·필리핀 3국이 11일 사상 첫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남중국해 합동 순찰 등 군사안보 공조 강화는 물론 인프라(기반시설) 투자 프로젝트 신설 등에 합의했다. 한·미·일에 이은 새로운 3국 협의체 출범을 통해 쿼드(미·일·호주·인도 4자 안보협의체), 오커스(미·영·호주 3자 안보 동맹)를 포함한 다층적인 ‘격자형’ 대중 포위망을 구성했다는 평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이날 오후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내년에 미·일·필리핀 3국의 해양 합동순찰 개시 등을 비롯한 역내 군사안보 공조 강화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특히 3국 정상은 중국이 필리핀 등 역내 국가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3국 해상훈련 및 기타 해양활동을 통해 상호운용성을 개선키로 했다. 3국은 지난해 6월 사상 첫 3국 해안경비대 훈련을 진행한 데 이어 최근 호주까지 포함해 4국 해·공군 합동훈련을 실시하는 등 군사 분야 공조를 지속 강화하고 있다. 3국의 군사협력은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지난해 8월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의에 이어 미·일·필리핀이 참여하는 새 3국 안보협의체가 구축되면서 각각 한반도 및 동태평양, 남태평양을 무대로 중국을 3각 포위하는 구도를 완성하게 된다. 기존 쿼드, 오커스를 더하면 국방안보 분야에서 4중 대중국 포위망이 형성된 셈이다. 3국 정상은 공동성명에 “평화롭고 안정적이며 규칙에 기반을 둔 인도·태평양을 지원하는 쿼드, 오커스, 한·미·일 3자 프레임워크 등의 노력을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미·일·필리핀 3국은 인도·태평양 역내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에너지 안보, 경제·해상 협력, 기술·사이버 보안 등에 대한 공동 협력 구상을 담은 새 이니셔티브도 내놓았다. 3국이 새로 출범하는 글로벌 인프라·투자 파트너십(PGI)의 일환인 ‘루손 경제회랑’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를 견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을 인도·태평양까지 확대·연장했다는 분석이다. 미 고위 관계자는 “루손 경제회랑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들어서는 첫 PGI 회랑”이라고 설명했다. 3국은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와 핵심광물, 청정에너지 전환, 기후위기 완화 등에서도 협력을 심화하는 등 전방위로 협력관계를 한 차원 업그레이드했다.

한편 미국은 뉴질랜드에 대해서도 대중 견제를 위한 다자 협의체 참여를 추진하고 나섰다. 이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외교장관과 회담 후 공동성명에서 오커스 등과 관련해 “모든 당사국이 적절하다고 판단할 때 뉴질랜드가 실질적으로 관여할 이유가 강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