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판돈’ 된 국가 재정[뉴스와 시각]

박정민 기자 2024. 4. 1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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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공개된 2023년 국가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나랏빚(국가채무)이 전년보다 59조4000억 원이 늘어난 1126조7000억 원을 기록, 헌정 사상 처음으로 1100조 원을 돌파했다.

2017년 국가채무는 660조2000억 원이었는데, 6년 만에 500조 원 이상이 불었다.

국민 1인당 갚아야 하는 빚(국가채무/인구수)은 약 2177만 원꼴이다.

선거에 패배하면 형사처벌을 감당해야 하는 야당 대표의 무모하리만큼 과감한 베팅에 여당도 맞대응하듯 공약을 남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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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경제부 차장

11일 공개된 2023년 국가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나랏빚(국가채무)이 전년보다 59조4000억 원이 늘어난 1126조7000억 원을 기록, 헌정 사상 처음으로 1100조 원을 돌파했다. 2017년 국가채무는 660조2000억 원이었는데, 6년 만에 500조 원 이상이 불었다. 국민 1인당 갚아야 하는 빚(국가채무/인구수)은 약 2177만 원꼴이다. 총선 전 이 같은 살림 결과가 공개됐다면 정치권이 공약의 수위를 좀 조절하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도 들지만, 공개했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국민은 이번 총선처럼 비이성적인 선거를 본 적이 없다. 주요 양당 후보들은 양측을 향해 날 선 막말을 던졌고, 그사이 책임 있는 공약은 실종됐다. 양당의 무차별적 퍼주기 공약 살포에 이성적인 공약은 질식사했다. 폐허가 된 전장을 수습하는 것은 오롯이 재정 당국의 몫이다. 숙제를 떠안은 기획재정부의 머리는 복잡할 것이다. 사상 처음으로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절반을 넘어 정부의 재정 상태는 바닥인데 풀지 못할 숙제는 산더미다. 특히, 가장 우려스러웠던 점은 경제공약이 도박판 판돈처럼 희화화됐다는 점이다. 선거에 패배하면 형사처벌을 감당해야 하는 야당 대표의 무모하리만큼 과감한 베팅에 여당도 맞대응하듯 공약을 남발했다. 선거가 사활을 건 도박판으로 전락한 마당에 국민 경제를 담보물로 거는 것은 큰 문제도 아니었다.

경제 원칙도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던진 공약들은 국민 경제를 더욱 위태롭게 한다. 야당은 지난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풀린 유동성 탓에 인플레이션 장기화 상황임에도 4년 전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과 동일한 ‘전 국민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공약을 내놨다. 여당은 야당의 무모한 베팅에 판을 접을 순 없었는지 울며 겨자 먹기로 생필품 부가가치세 인하 등 각종 감세 정책을 던졌다. 이미 전년도 세수 부족을 겪은 상황에서 세수 추계 없이 표심을 잡기 위한 도구로 감세를 내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이번 총선 과정에서 여야가 던진 공약이 2239개였으며, 이에 수반하는 예산은 최소 554조 원으로 추산된다. 이런 정치권의 공약 남발에 정부도 부화뇌동했다. 24번의 대통령 민생토론회를 통해 장담한 선심성 지역 정책들은 물론, 비싼 사과를 사 먹을 수 있도록 1500억 원가량의 가격안정자금을 투입했다. ‘용산’의 판단이었겠지만, 생산량이 부족해 가격이 오르면 소비를 줄여 가격이 내려가도록 유도해야 하는 것이 정부 역할인데, 세금으로 가격을 보전해 없는 사과를 더 사 먹게 한 선례를 만들었다.

정부는 야당의 압승 앞에서 총선 뒷정리는 물론 질러놓은 공약까지 이행해야 한다. 그래서 기재부의 역할은 다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개혁의 추진보다 개악·퇴보를 막는 일에 무게가 실릴 것이다. 폐기처분 위기의 재정준칙 입법화를 재추진하는 한편, 야당의 무리한 재정 남용 요구를 버텨내야 한다. 총선 과정에서 나온 선심 공약은 현실성을 따져 본 뒤 여당의 약속, 아니 용산의 약속이라도 반대할 수 있는 결기가 필요하다. 봄이 아닌 또 다른 겨울을 눈앞에 둔 기재부의 정책 대응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박정민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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