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인재 육성 기본은 교양교육 강화[문화논단]

2024. 4. 1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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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에 '창의인재 양성'에 대한 요구가 넘쳐난다.

그러나 '창의성' 함양을 위한 근본적 교육 기획에 관해 뚜렷이 합치된 견해가 있는지 모르겠다.

연계전공, 부전공, 자유전공학부, 학생설계전공, 무전공 입학제 등 대학마다 시도하는 이 새로운 학사 구조들은 궁극적으로는 창의성을 함양하는 교육을 하자는 게 근본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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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현 성균관대 명예교수

대학가에 ‘창의인재 양성’에 대한 요구가 넘쳐난다. 그러나 ‘창의성’ 함양을 위한 근본적 교육 기획에 관해 뚜렷이 합치된 견해가 있는지 모르겠다. 연계전공, 부전공, 자유전공학부, 학생설계전공, 무전공 입학제 등 대학마다 시도하는 이 새로운 학사 구조들은 궁극적으로는 창의성을 함양하는 교육을 하자는 게 근본 취지다.

왜 유독 이 시기에 창의성 함양이 핫이슈가 됐을까. 창의성이란, 예상치 못한 전혀 새로운 문제에 대한 잠재적 해결 능력을 가리킨다. 우리나라 대학 교육에 주어지는 ‘전혀 새로운’ 문제들은 물론 디지털 혁명으로 인한 문명의 전환에서 유래하는 ‘전대미문’의 것들이다. 의사소통의 방식, 지식 생태계의 기본 패턴, 산업구조, 직업 세계 등이 디지털 기술의 등장 및 확산을 계기로 연쇄적으로 격변하고 있으니, 여기서 제기되는 모든 사회적 문제가 ‘전혀 새로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상황이 이러니 창의성에 대한 요구가 더더욱 간절해진 것이다.

이러한 문명사적 도전에 응전하는 일차적 책무는 당연히 교육에 있다.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이라지만, 창의성이 무지에서 솟아날 리 없고 오직 ‘다양하고 이질적인’ 것에 대한 지적 체험에서 나온다. 또한, 창의성은 그 다양한 이질적 내용을 하나의 ‘지적 연결 지평’ 위에 유기적으로 종합하고 융합하는 데서 배양된다. 그러면 오늘의 우리 대학 교육과정에서 이런 학업은 어떤 내용으로 어느 영역에서 수행돼야 할까.

대학의 교양교육은 어느 분야에서 활동하든 한 인간으로서 바람직한 삶을 영위하는 데 보편적으로 요구되는 식견을 얻게 하는 교육이다. 구체적으로 인문·사회·자연 영역의 기초학문이 제공하는 탐구 성과들을 두루두루 균형 있게 가르치는 교육이다. 따라서 다양한 이질적인 대상에 대한 폭넓은 지적 체험을 내용으로 하는 융합 창의 교육은 일차적으로 교양교육의 몫이다.

교양교육이 기초학문 교육이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기초학문은 일단 현실적·실용적 이해관계를 벗어나 대상 영역의 근본 원리를 탐구하는 순수학문으로서 성공적인 삶의 기획에 필수적인 인간과 세계에 대한 객관적 지식을 제공한다. 둘째, 원리 자체에 대한 순수한 ‘토대 연구’가 오히려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수 있다. 셋째, 여러 전문 분야를 ‘연결’해 줄 수 있는 총체적 조망 능력은 역시 근원적인 원리에 관한 순수한 탐구를 통해 얻을 수 있다. 넷째, 기초학문의 탐구 성과는 그 타당 범위가 응용학문에 비해 매우 넓어 그 적용 가능성에 제약이 없다. 다섯째, 기초학문은 응용학문에 그 학문적 기초를 놔 준다는 점에 비춰볼 때, 기초학문 교육인 교양교육은 전공교육의 토대가 된다.

어떤 특정한 직업적 요구나 상황에 매이지 않는 교양교육이 날로 더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문제 군에 대응할 수 있기 위해 기초학문의 탐구 성과를 그 중심 내용으로 하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합당한 일이다. 복합적 식견과 융합적 사고 능력을 함양하는 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의 역할이 날로 광범해지는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산업구조와 직업 세계의 격변은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든다. 이런 시대상 앞에서 하나의 특정 전공 학업에만 매달리는 것은 지극히 어리석은 일이다. 충실한 교양교육을 통해 융합적·창의적 사고 능력을 함양함으로써 어떤 예측치 못한 상황에도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기르는 것이 미래의 불가 예측적 직업 활동을 위해서도 필수 불가결하다.

손동현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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