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년치 학비 냈는데…대치동 영어유치원 ‘파산’ 통보, 학부모 날벼락

김양혁 기자 2024. 4. 1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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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서울 지하철 3호선 매봉역 인근에 있는 한 건물.

하원 시간도 아닌데 학부모들이 3층에 위치한 E영어유치원으로 향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 원장과 직원에게 항의하는 학부모들만 있었다.

다만 이는 유치원 법인대표 측 주장으로, 파산신청을 증명할 만한 법원 사건번호 등을 확인한 학부모와 유치원 직원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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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계약 만료 앞두고, 최대 1년치 교습비 챙겨
유치원, 원생만 약 90명…피해액 계속 늘어날 듯
학부모들 “폐원부터 파산 절차까지 계획적 범행”
임대인 “유치원, 임대료 3개월 밀렸다 최근 정산”
폐원과 파산 절차를 밟겠다고 밝힌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E유치원에서 학부모가 항의하고 있다. /김양혁 기자

지난 11일 오후 서울 지하철 3호선 매봉역 인근에 있는 한 건물. 하원 시간도 아닌데 학부모들이 3층에 위치한 E영어유치원으로 향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내 도착한 엘리베이터에서는 어린이집 교사와 직원 수십명이 허탈한 표정으로 짐을 들고 내렸다.

한창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어야 할 시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유치원에는 아이들이 없다.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 원장과 직원에게 항의하는 학부모들만 있었다. 이곳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2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유치원은 갑작스럽게 폐원 통보를 하면서 학부모들은 500만~2000만원 규모의 교습비를 모두 떼일 처지에 처했다.

E유치원은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로 꼽히는 서울 대치동 인근에 있다. 프로그램이 따라 다르지만, 1달 교습비만 통상 10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교습 과정은 유아영어, 교구놀이, 창의놀이, 댄스 등으로 구성한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이 유치원은 지난 2014년부터 현주소에 자리 잡았다.

이곳은 이른바 ‘놀이식 교육’으로 학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손자를 이곳에 맡기려 3개월치 교습비를 납부했다는 70대 여성은 “설마 강남 한복판에서 운영하던 유치원에서 이럴 일이 벌어질 줄 누가 예상했겠냐”고 했다.

유치원에 이상 신호가 감지된 것은 지난 8일쯤이다. 소속 교사와 직원들에게 이달 12일까지만 운영한다는 방침이 전달됐다. ‘폐원 통보’였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A씨는 “월요일(8일)에 식자재를 주문하기 위해 주문을 넣으려 할 때도 별말이 없다가 갑작스레 교사들 단체톡방에서 금요일까지만 운영한다더라”고 했다.

같은 내용은 학부모들에게도 공지되면서 항의가 이어졌다. 이미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치 교습비는 ‘선납’한 뒤였기 때문이다. 이곳에 재학 중인 원생만 약 90명이다.

폐원과 파산 절차를 밟겠다고 밝힌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E유치원이 자리한 건물. /김양혁 기자

학부모들은 교습비를 모두 날릴 처지다. 유치원 법인 측이 단순 폐원이 아닌 파산신청을 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이는 유치원 법인대표 측 주장으로, 파산신청을 증명할 만한 법원 사건번호 등을 확인한 학부모와 유치원 직원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학부모들은 법인대표가 계획적으로 폐원과 파산 절차를 밟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수개월치 비용 결제를 유도한 데다, 카드가 아닌 계좌 이체로 교습비를 챙겼기 때문이다. 유치원 법인대표 정모씨는 법인 명의 계좌가 아닌 자신의 개인 계좌로 교습비를 받았다고 한다.

실제 유치원 법인대표는 오는 5월 중 건물의 임대인과 계약만료를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치원 임대 기한을 한 달가량 앞두고도, 외부에 알리지 않고 계속해서 신규 원생을 모집해 왔던 셈이다.

보증금을 보존하기 위해 학부모들로부터 교습비를 선납 받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임대인에게 확인한 결과, 유치원 법인 측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약 3개월 동안 임대료를 미납했다가 최근에 밀린 임대료를 정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같은 건물 2층 임대료는 보증금 5억원대 중반, 월 2000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조선비즈는 법인대표 정모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로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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