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최대 ‘16조 금융사기’ 기업 회장에 사형 선고

김서영 기자 2024. 4. 1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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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엉 미 란 반틴팟홀딩스 회장이 11일(현지시간) 베트남 호찌민시 인민법원에서 자신의 부패 혐의에 관한 재판에 참석했다. EPA연합뉴스

베트남 사상 최대 규모의 금융사기를 저지른 쯔엉 미 란 반틴팟홀딩스 회장(68)이 사형을 선고받았다.

11일(현지시간) VN익스프레스 등 베트남 매체에 따르면, 베트남 호찌민시 인민법원은 이날 란 회장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 측의 주장을 모두 기각하고 란 회장의 3가지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법원은 횡령 혐의에 대해선 사형, 뇌물 공여와 신용기관 활동 규정 위반에 대해선 각각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674조동(36조9352억원)의 배상금 지급도 명령했다.

란 회장은 측근들과 공모해 2012~2022년 사이공상업은행(SCB)에서 304조동(약 16조700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2022년 체포됐다. 그는 대리인 수십명의 명의로 SCB 지분 91.5%를 사실상 소유한 뒤 자신이 설립한 유령회사 1000여개를 이용해 허위 대출 신청으로 은행 돈을 빼낸 혐의를 받았다. SCB가 입은 경제적 피해 규모는 이자 등을 고려하면 약 677조동(약 37조1000억원)에 달한다.

란 회장은 이후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부하들을 시켜 중앙은행 등 금융당국 주요 관계자들에게 520만달러(약 71억원) 상당 뇌물을 건네기도 했다.

베트남 매체에 따르면 란 회장의 횡령 규모는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약 5%에 달해, 사상 최대 규모로 꼽힌다. 2022년 란 회장이 체포될 당시 베트남의 주가지수가 급락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개인과 기관의 자산 관리권을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SCB를 특별관리 상태로 몰아넣었으며 당과 국가에 대한 공공의 신뢰도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이들만 85명에 달한다. 란 회장의 남편과 조카도 각각 징역 9년과 17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검찰은 란 회장에게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베트남은 사형 집행국으로, 폭력범죄와 마약밀매, 경제범죄, 성범죄 등 다양한 범죄에 사형을 선고한다. 란 회장은 15일 이내에 항소할 수 있다. 란 회장은 이달 초 최후 진술에서 “잘 모르던 은행 부문과 가혹한 사업의 세계에 뛰어든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은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총비서의 주도로 강력한 반부패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응우옌 쑤언 푹 전 주석과 보 반 트엉 전 주석도 부패 혐의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란 회장 사건 역시 당국의 반부패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을 세우기 전 란 회장은 호찌민시에서 어머니와 함께 노점상으로 일하며 화장품을 판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86년 베트남이 시장경제를 채택한 것을 계기로 부동산을 사기 시작해, 1992년 반틴팟홀딩스를 설립했다. 한때 베트남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 반열에 올랐으나 범죄로 막을 내리게 됐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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