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불확실성 높다" 한은, 10연속 3.5% 기준금리 동결(종합)

박슬기 기자 2024. 4. 1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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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홍색 타이 맨 이창용 한은 총재
작년 2월부터 10차례 연속 금리 동결
물가 불안 여전, 美 연준 '인하 신중론' 연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머니S 임한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3.50%로 유지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1월 3.25%에서 3.50%로 0.25%포인트 오른 이후 같은 해 2·4·5·7·8·10·11월에 이어 올 1·2월, 이달까지 10차례 연속으로 동결을 지속했다. 지난해 1월부터 3.50%의 기준금리가 15개월째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수출이 개선되고 있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물가 안정 목표치(2%)보다 높고 농산물가격에 더해 국제유가까지 들썩이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면 물가상 승을 자극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도 줄면서 금리를 묶어두며 관망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3.5% 동결 지속… "금리, 확 올려버릴까요?" 농담도 오가


한은 금통위는 12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로 동결했다.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전문을 통해 "물가상승률이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높은 수준이고 주요국 통화정책과 환율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양상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여전히 큰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대내외 정책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은은 2022년 4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1.50%로 올린 뒤 지난해 1월 3.5%까지 7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했다. 이후 지난해 2월 10개월 만에 금리인상 행진을 멈춘데 이어 이달까지 10차례 연속 동결 결정을 내렸다.

특히 이날 금통위 회의실에서 조윤제 금통위원이 기준금리에 관해 뼈있는 발언을 남겨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이달 임기 만료를 앞둔 조윤제 위원과 서영경 위원에게 소감을 묻는 과정에 조 위원은 "(금리를) 확 올려버릴까요?"라고 말해 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을 자아냈다.

조 위원의 발언은 농담조였지만 마지막 금통위에서까지 그의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을 드러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고물가 여전… 유가까지 불안


한은이 이날 금리 동결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고물가 영향이 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를 지속하고 있는 데다 농산물과 유가를 중심으로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과 3월 각각 3.1%를 기록, 2개월 연속 3%대를 나타냈다. 이는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앞서 한은은 물가 상승률이 안정 목표치(2%)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장기간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은 11.7%로 2021년 4월(13.2%) 이후 2년11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지속했다. 지난달 사과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88.2% 상승해 통계작성이 시작된 1980년대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이에 더해 중동 분쟁으로 브렌트유가 90달러대까지 오른 데다 조만간 100달러 선을 뚫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등 아직 물가 안정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은 금통위는 "앞으로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전망경로에 부합하는 둔화 추세를 이어가면서 올해 말에는 2%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양상 및 국제유가 움직임, 농산물가격 추이 등과 관련한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연준 금리 인하 예상 시점도 지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도 뒤로 밀리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연준은 올 3월 첫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미국의 경기 호조와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라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아지는 점은 한은의 금리 인하를 신중케 하는 요인이다.

연준은 최근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1.4%)에서 2.1%로 상향했다.

미국의 3월 CPI(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5% 올랐다. 이는 6개월 만에 최고치인 동시에 시장 전망치(3.4%)도 넘어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올 6월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약 80%에 달한다. 7월 금리 동결 가능성도 50%에 이른다.

미국의 금리 불확실성이 큰 만큼 한은으로선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 등을 감수하고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낮출 이유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현재 2%포인트까지 벌어진 한미 금리 역전차를 더 확대해 불안감을 높일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모두 물가와 관련해 '울퉁불퉁(bumpy)'이라는 표현을 쓰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안정 목표치(2%)에 이르는 마지막 구간(라스트 마일)에서 예상되는 변동성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민간소비 위축… 금융 안정도 감안


그렇다고 한은은 금리 인상도 나서기 어려운 실정이다.

수출이 회복되고 있지만 고금리와 고물가, 고환율로 민간소비 위축으로 한은은 올해 민간소비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1.9%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금융 안정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달 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860조5000억원으로 13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계부채 취약차주 문제에 더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여전한 점도 금리 조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인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여파에 건설사를 중심으로 자금 경색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은 금통위는 "앞으로 국내경제는 소비 회복세가 완만한 가운데 IT경기 호조 등에 힘입어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확대될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2.1%)에 부합하거나 상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성장경로는 주요국의 통화정책, IT경기 개선 속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구조조정 등에 영향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로써 한은의 10차례 연속 동결로 한·미 기준금리 역전 차는 2%포인트를 유지했다.

시장에선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을 올 하반기 이후로 예상하고 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은은 올 하반기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두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은 금통위는 "국내경제는 성장세가 개선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근원물가 상승률의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소비자물가 전망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라며 "이러한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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