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과 번식을 위해…소박·정결한 건축의 대가들 [책&생각]

김규남 기자 2024. 4. 1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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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이 육각형 구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꿀벌보다 몸집이 더 크고 뚱뚱한 가위벌류는 구멍 속에 가늘고 긴 구조의 집을 짓는다.

구체적으로 보면, 수벌과 짝짓기를 한 장수가위벌 어미벌은 나무 구멍, 대나무 줄기, 건물 틈새 등 길쭉한 튜브처럼 생긴 집터를 찾아다닌다.

한참을 날아다닌 끝에 제 몸과 비슷한 크기의 구멍이 길게 뚫려 있는 통나무를 발견하고 집터로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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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가위벌 어미벌이 집을 짓기 위한 재료로 오린 잎사귀를 자신의 집터인 통나무 구멍으로 운반하고 있다. 보리 제공

곤충의 집짓기
놀랍고 아름다운 곤충의 건축술
정부희 지음 l 보리 l 5만5000원

벌집이 육각형 구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꿀벌보다 몸집이 더 크고 뚱뚱한 가위벌류는 구멍 속에 가늘고 긴 구조의 집을 짓는다.

구체적으로 보면, 수벌과 짝짓기를 한 장수가위벌 어미벌은 나무 구멍, 대나무 줄기, 건물 틈새 등 길쭉한 튜브처럼 생긴 집터를 찾아다닌다. 한참을 날아다닌 끝에 제 몸과 비슷한 크기의 구멍이 길게 뚫려 있는 통나무를 발견하고 집터로 정한다. 집 지을 재료는 잎사귀다. 좋은 잎사귀를 발견하면 길고 날카로운 턱으로 매끈하게 오린다. 이 조각잎을 봐뒀던 집터로 운반한다. 이 작업을 15번 정도 되풀이한다. 이제 조각잎들을 포개어 육아방을 만든다. 완성된 육아방에 꽃가루와 꽃꿀을 날라와 꽃가루 덩어리를 만든다. 곧 낳을 알에서 나오는 새끼는 오직 이 꽃가루 경단만 먹는다. 어미벌은 다시 잎을 오려와 안전을 위해 육아방 입구를 막고 여기에 알을 한 개 낳음으로 1호 육아방을 완성한다. 옆에 2호, 3호 등 잇달아 육아방을 짓고 알을 하나씩 낳는다. 사명을 다한 어미벌은 삶을 마감한다. 애벌레들은 어미가 준비해 놓은 경단을 먹으며 성체로 자란다.

머리뿔가위벌 고치가 들어 있는 집. 보리 제공

이렇게 곤충은 사람보다 수억 년 먼저 집을 짓고 살아왔다. 건축 재료도 다양하다. 나비와 나방류는 명주실로, 말벌류는 나무 섬유질로 집을 짓고, 호리병벌류와 감탕벌류는 흙으로 황토방을 짓는다. 곤충이 고된 집짓기를 하는 이유에 대해 곤충학자인 지은이는 “목표는 단 하나, 알을 낳고 새끼를 안전하게 키워 대를 잇기 위함”이라고 한다.

책에는 매력적인 집 짓는 기술을 가진 곤충 약 30종의 각양각색의 집짓기 과정과 건축 전략, 관련 사진 자료들이 담겼다. 지은이는 “인간들의 복잡한 집짓기와는 달리 곤충들이 집 짓는 공법에는 소박함과 정결함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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