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과시와 단순소통 사이… ‘셀피’ 찍는 여성들의 욕망[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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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사진 찍기를 싫어하는 30대 여성'이라는 저자는 자신과 다르게 사진을 찍고 올리는 일에 열심인 '2030 여성'을 이해할 수 없었고 '내가 별난 사람인가' 하는 호기심으로 그들을 들여다봤다.
책에는 저자가 '자기 사진'을 만드는 여성들을 만나 나눈 이야기와 '여성'과 '사진 기술'의 맞물린 역사가 담겼다.
저자의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여성들의 자기 사진 전시는 그들의 모순적 욕망을 담은 채 변화하며 계속될 것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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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진 지음│반비
“왜 사진을 굳이 보기 좋게 찍고, 편집하고 보정하며, 그중에서 잘 나온 것을 골라 SNS에 올리는가?”
스스로 ‘사진 찍기를 싫어하는 30대 여성’이라는 저자는 자신과 다르게 사진을 찍고 올리는 일에 열심인 ‘2030 여성’을 이해할 수 없었고 ‘내가 별난 사람인가’ 하는 호기심으로 그들을 들여다봤다. 책에는 저자가 ‘자기 사진’을 만드는 여성들을 만나 나눈 이야기와 ‘여성’과 ‘사진 기술’의 맞물린 역사가 담겼다.
책은 1920년대에서부터 여성과 사진의 역사를 추적해 내려온다. 국내에 사진 기술이 소개되자 여성은 ‘피사체’로 존재했다. 전통과 관습을 거부하는, 발칙한 ‘모던걸’이었다가 순수한 영혼을 잃은 ‘버스걸’이 됐으며 때로는 고단한 공장노동자의 모습으로 재현됐다. 거리에 사진관이 차려지기도 했으나 여성의 손에 카메라가 쥐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가정마다 카메라가 보급된 뒤에야 여성은 직접 셔터를 누를 수 있었지만 그들이 찍는 사진에는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자상한 ‘애아빠’가 이루는 단란한 가정의 모습만이 담겼다.
이후 저자는 ‘폰카’와 ‘싸이월드’에 주목한다. 2000년대 초중반을 거치며 핸드폰과 카메라 기술이 융합되자 여성들은 적극적으로 ‘자기 사진’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선택해 자신의 모습을 남겼다. 때로는 여러 보정 기술을 이용해 볼살을 줄이고 사진 속 자신의 몸의 모습을 ‘통제’하기도 했다. 여성들은 사진을 자신만의 개성으로 꾸민 ‘미니홈피’라는 공간에 배치하며 스스로를 표현했다. 동시에 사진에 남겨진 댓글을 통해 자신을 향한 관심을 확인하고, 또다시 댓글을 남기며 다른 사람을 향해 흥미를 표출하는 방식으로 소통했다.
그러나 저자는 기술 발전이 이처럼 여성에게 더 많은 주체성을 줬지만 더 쉽게 ‘대상화’의 객체로 전락시켰다는 점을 놓치지 않는다. 인터넷의 발달로 여성 사진은 동의 없이 저장되거나 ‘00녀’로 맥락 없이 소비됐고 ‘불법 촬영’ 문제도 심각해졌다. 여성들은 멈추는 대신 대상화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그 전략이 바로 책 제목이 된 ‘빈틈없이 자연스럽게’이다. 너무 튀지 않음으로 대상화를 무력화시키며 그럼에도 타인과 다른 나만의 모습을 드러낸다. 빈틈없이 자연스러운 사진은 언제나 ‘자기과시’로 욕먹지 않지만 ‘단순 소통’에 그치지 않는 모습으로 대상화와 자기표현 사이의 긴장을 첨예하게 유지한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이 전략은 인스타그램에서도 계속된다. 그들은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사진을 게시하지만 동시에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특정 게시물의 접근을 일정 사람에게만 허용하면서 영리함을 뽐낸다. 저자의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여성들의 자기 사진 전시는 그들의 모순적 욕망을 담은 채 변화하며 계속될 것임을 알 수 있다. 어떤 모습이 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지만 저자는 여성의 내보이고 싶으나 또 감추고 싶은 욕망의 맥락을 뭉뚱그리거나 하나로 압축해 단언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여성들이 기억하고 싶은,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의 빈틈없이 자연스러운 기록을 그저 받아들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276쪽, 1만8000원.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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