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한 건에 120만달러… ‘新권력’ 인플루언서[북리뷰]

신재우 기자 2024. 4. 12. 09: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인플루언서 탐구
올리비아 얄롭 지음│김지선 옮김│소소의책
패션위크서 맨앞줄 앉는 新계급
팔로어만으로 독자적 왕국 세워
내년 시장 규모 235억달러 전망
저자 직접 인플루언서캠프 체험
개인브랜드 개발 과정 보여주며
영향력의 실체·폐단 등 파헤쳐
게티이미지뱅크

단언컨대 소셜 미디어 시대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이 굳건한 가운데 틱톡, 섭스택, 클럽하우스 등 신흥 소셜 미디어까지 등장해 온라인은 제2의 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인플루언서’는 이 사회 속에서 정치인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비유가 과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이들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사실은 그 이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인플루언서의 말 한마디에 주가가 휘청거리고 그들이 소개하거나 출시한 제품이 삽시간에 동난다. 그뿐만 아니라 자극적인 언행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고 극단적인 언어로 선동하기도 한다.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최초의 의미를 넘어 이들은 소셜 미디어 공간의 지배자가 됐다.

‘인플루언서 탐구’에 따르면 2018년 메리엄 웹스터 사전에서 인플루언서의 정의를 ‘뭔가에 관해 소셜 미디어에 포스팅을 함으로써 그것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람’으로 확장하면서 주류 사회는 이들의 존재를 인정했다. 그 이전에도 스타는 있었다. 1980년대 브랜드가 유명 인사들과 스폰서십 모델 계약을 본격화하면서 펩시는 마이클 잭슨과, 나이키는 마이클 조던과 협력을 시작했다. 수많은 TV 스타들이 광고 모델로 발탁됐고 마케팅 산업은 이들과 함께 성장했다. 다만 인플루언서들은 확장 과정에서 기존의 스타들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트렌드 분석가이자 저자인 올리비아 얄롭이 광고 업계에 몸담으면서 지켜본 바에 따르면 이들은 초창기 기업과의 ‘공생’에서 시작해 현재는 ‘각자도생’의 길을 걷는 중이다. 비교적 희박한 규제를 등에 업고 거침없이 활동 범위를 넓힌 인플루언서들은 기업들이 위기를 맞은 순간에도 영화, 스포츠, 음악, 패션, 정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오로지 팔로어들과의 관계만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제국을 세웠다.

인플루언서라는 존재는 비관적인 예측 속에도 굳건하게 성장하고 있다. 전통적인 미디어는 초기에는 이들의 파급력을 인정하지 않았고 2020년대에 들어서는 이들의 몰락을 예고하기 바빴다. 일각에서는 인플루언서들을 ‘반짝 스타’ 정도로 치부했다. 실상은 업계에서 인플루언서 산업이 기울고 있다는 신호는 전무하다. 책에 언급된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보고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산업의 가치는 50% 증가했고 오는 2025년 말에는 235억2000만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대해 마케팅 전문가들은 인플루언서는 “우리가 원하는 것”, 즉 시대가 요구한 스타들이라고 설명한다.

산업의 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인풀루언서들에게 기회가 됐다. 이전까지 지배적이었던 산업과 제도가 흔들리고 사회구조가 파편화되면서 긱 노동(단기계약 근로)과 공유 경제가 활성화됐고 이에 적합한 마케팅계의 스타가 탄생한 것이다. 또 다른 요인은 만연해진 밀레니얼 세대의 ‘번아웃’이다. 불안한 사회 상황에서 소외되고 개인화된 감정을 충족시키고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준 것은 “사적인 동시에 공적인, 개인인 동시에 브랜드이고, 실제인 동시에 연출”인 인플루언서들이었다.

인스타그램 내 최고 소득의 인플루언서인 카일리 제너는 게시글 하나당 120만 달러를 받고 틱톡 스타들은 패션위크 맨 앞줄을 차지하고 할리우드 영화 배역을 따낸다. 이쯤 되면 누구나 ‘나도 한번 도전해볼까?’ 하는 상상을 해봄 직하다. 이를 실천에 옮긴 것은 바로 저자다. 영국에 실제로 존재하는 인플루언서 훈련 캠프에 참여해 개인 브랜드 전략을 개발하고 이후 브이로그를 촬영한다. 런던에서 잘나가는 인플루언서 전담 사진가의 도움을 받아 ‘인스타그래머블’한 사진을 찍기도 한다. 그리고 얻게 된 결론은? 그의 영상은 한 차례 바이럴을 타기도 했지만 결국 인플루언서가 되는 데는 실패했다.

저자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을 좇는다는 것은 손에 잡히지 않은 목표임을 재확인한다. 이는 궁극의 인플루언서가 알고리즘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산업의 제왕이 된 이들에게 유일하게 작동하는 권력인 알고리즘은 중소 인플루언서들이 ‘참여 팟’을 결성하고 서로에게 ‘좋아요’와 댓글을 남기게까지 한다.

책은 소셜 미디어와 인플루언서의 폐단에 대해서 짚는 것도 잊지 않는다. 2021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을 점거한 사태가 책의 마지막 장을 장식한 것은 혐오를 부추기는 선동 글과 온라인에서 확산되는 음모론이 극에 달했다는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그럼에도 시대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 끝이 언제일지도 현재는 예측할 수 없을 정도다. 전 세계에 전업 인플루언서가 200만 명에 달하는 현시점에 저자는 우리를 초대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인플루언서의 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 크리에이터들은 이제 막 인터넷을 집어삼키려는 참이다.” 448쪽, 2만3000원.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