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바꿀 기술, 축복인가 재앙인가…새 드라마 '지배종'

황재하 2024. 4. 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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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배양식품 개발사 둘러싼 의문의 사건들…'비밀의 숲' 작가 신작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지배종' 스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살생, 도축, 다른 생명의 희생 없이 고기를 즐길 순 없을까?"

2025년 12월, 인공배양육과 인공모피를 생산하는 데 성공한 한국의 생명공학 기업 'BF'가 신제품을 발표한다. 쇠고기와 모피에 이어 참치, 고등어, 새우, 연어 네 가지 어종을 인공적으로 생산해낸 것.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진짜와 똑같은 생선의 모습에 초대받은 이들이 모두 감탄한다. 이들에게 BF의 창업자이자 40대의 젊은 대표 윤자유(한효주 분)는 "앞으로 6개월 안에 곡물과 팜유도 인공으로 생산하겠다"고 호언장담한다.

지난 10일 1·2회가 공개된 디즈니+의 새 오리지널 시리즈 '지배종'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식품을 인공적으로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SF 스릴러다.

인류의 미래를 획기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 기술들이지만, BF와 윤자유를 향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축산업 종사자들은 BF의 신제품 발표 행사장 바깥에서 이 회사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행사를 마치고 나오던 윤자유의 차는 시위대가 던진 계란으로 범벅이 된다.

그래서인지 윤자유의 주변에는 수상한 사건들이 계속 벌어진다. 승용차를 타고 신호를 기다리는데 BF에 반대하던 축산업 종사자가 떨어져 숨지는가 하면 BF의 서버가 누군가의 손에 해킹당하고, BF의 배양액이 세균 덩어리라는 출처 불명의 뉴스가 나온다.

일련의 일들로 신변에 위협을 느끼는 윤자유의 앞에 기다렸다는 듯 다른 목적을 가진 군인 출신 경호원인 우채운(주지훈)이 나타난다.

우채운은 3년 전 해외 파병 도중 대통령이 부대를 방문하던 자리에서 테러가 발생한 현장에 있었다. 그는 테러의 배후를 조사하는데, 대통령 순방에 동행했던 윤자유가 극비사항인 부대 방문 사실을 누설한 것으로 의심하고 접근한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지배종' 스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배종'은 인공배양식품이라는 신선하고 흥미로운 소재를 전면에 내세워 눈길을 사로잡는 동시에 동시다발적으로 의문의 사건이 벌어지면서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인공배양식품은 실제로도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어 이야기에 현실감을 더한다. 인공배양육을 둘러싸고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극렬한 시위가 벌어지는 장면은 인류의 미래보다 각자의 이익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현실적인 면모를 다뤄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공개된 1·2회는 각각 50분 이내의 비교적 짧은 분량 안에 여러 사건을 속도감 있게 다뤘다. 아울러 홀로그램을 이용한 신제품 발표,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경호원 면접 등 볼거리도 담았다.

군인 출신 경호원으로 변신한 주지훈은 집에 침입한 괴한을 제압하는 맨몸 격투 장면과 VR 경호원 면접 장면 등 여러 액션 장면을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액션 장면들은 타격감이나 주인공의 신체적 능력을 지나치게 강조하기보다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데 집중했다. 우채운이 1대1로 상대를 제압하는 장면도 손쉽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다만 2회 도입부 우채운이 BF의 경호원이 되기 위해 면접을 보는 장면은 중요도에 비해 긴 분량을 차지하는 탓에 다소 몰입감을 저해한다. 맨손 격투와 사격, 운전 능력을 시험하는 이 면접은 물론 우채운의 능력을 보여주는 기능이 있지만, 5분 넘게 이어져 지나치다는 인상을 준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지배종'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까지 공개된 회차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스릴러로서의 재미다. '지배종'은 tvN의 인기 범죄 스릴러 드라마 '비밀의 숲' 시리즈를 집필한 이수연 작가가 각본을 맡았다.

특히 '지배종'은 초반부터 대부분의 인물이 비밀을 숨기고 있는 듯한 인상을 내뿜어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앞으로의 내용을 유추하면서 보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향후 인물들의 배경과 서사가 얼마나 매력적으로 그려지는지, 인공배양식품이라는 소재와 사건들이 얼마나 개연성 있게 이어지는지에 따라 드라마의 완성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10부작인 '지배종'은 매주 수요일 오후 4시 두 회차씩 공개되며 다음 달 8일에는 마지막회를 볼 수 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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