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번호에 남겨야 할 사람은?[이제학의 힐링카페]

기자 2024. 4.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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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양에 간 적이 있다. 그 집 주인장이 “요즘 많이 평화로워졌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다. 쓸데없는 전화번호를 모두 지우거나 차단하고 나니 내 안의 평화가 오더라는 것이다. 자신을 알리지 못해 안달이 난 시대에 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하버드대 의과대학 정신과 로버트 월딩어 교수는 무엇이 사람들을 행복하고 건강하게 하는지 알기 위해 75년간 남성 724명의 인생을 추적해 연구해 왔다고 한다. 연구 결과 행복은 부(富)나 성공, 명예, 혹은 열심히 노력하는 데 있지 않았다. 바로 ‘좋은 인간관계’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이제학 힐링산업협회장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사람은 다 고만고만하고 다 이기적’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인간은 본래 이기적이다. 이기적이라는 게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내가 이기적인 줄 알아서 상대의 이기적인 면도 인정할 때 인간관계가 원만해진다는 점이다.

그런데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기를 원하며 사랑받기를 갈망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사랑을 받고 싶다’는 것은 ‘나는 남의 노예가 되고 싶다’는 것과 같다. 오히려 기쁨은 남을 사랑하는 데 있는 것 아닐까? 내가 꽃을 예뻐하면 내가 좋은가 꽃이 좋은가?

아울러 세상에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는 원수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감정이 없는 나무와도 원수가 될 수 없고, 풀이나 산과도 원수 된 적이 없다. 그러나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는 원수가 된다. 그것은 그만큼 기대가 크고 자기를 좋아해달라는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2000년 6월 미국 저술가인 앨런 피스가 펴낸 <왜 남자는 듣지 않으며 여자는 지도를 읽을 수 없을까>는 1200만부가 넘게 팔렸다. 이 책에서 피스는 지구상에서 가장 수다스러운 사람은 이탈리아 여자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하루에 6000~8000단어까지 재잘거린다.

더불어 추가로 2000~3000개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8000~1만개의 몸짓과 표정을 사용함으로써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보통 서양여자들에 비해도 20%이상을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내의 잔소리만큼 남편의 인격이 갖춰지고 여자들의 수다가 소통과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입증해낸 것이다.

한편 인간관계는 난로처럼 대해야 한다. 너무 가깝지도 않고 너무 멀지도 않게 해야 한다. 사실 어떤 사람이 원래부터 나쁘거나 좋거나 하는 것은 없다. 그 사람과 나와의 인연이 나쁘거나 좋거나 할 뿐이다. 악한 사람도 나를 구해주는 은인으로 만나면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선한 사람도 길을 가다가 내 어깨를 치고 가면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 세상이치다.

더불어 모든 인간관계는 협동, 협조하는 관계여야 한다. 굴복, 복종을 요구하는 관계여서는 안 된다. 부모와 자녀뿐 아니라 국가와 국민도 마찬가지다. 무서워서 꼬리를 내리면 마음 안에 ‘억울함’이 생긴다. 대한민국 국민 안에는 억울함이 너무 많다. 이것을 풀려면 변해야 한다.

인간관계의 출발점은 소통의 첫 단계인 전화번호의 정리에 있다. 새봄을 맞아 전화번호부 혹은 카톡 메신저 친구목록을 정리하려고 한다. 나에게 정말 꼭 필요하고 소중한 사람들을 남기고 그들과 의미 있는 소통을 하고자 함이다. 그래서 이런 유형의 사람들을 지워보려고 한다.

전화번호부에서 지워야 할 사람 첫째, 모든 것이 자기 위주로 돌아가야 하는 사람 둘째, 좀 불리한 건 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람 셋째, 앞에서 웃고 뒤에서 칼 꽂으려는 사람 넷째, 나를 지배하려는 사람 다섯째, 술 마시면 심하게 추태를 부리는 사람 여섯째, 물리적 언어적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 일곱째, 주는 것 없이 미운 사람 등등.

나 역시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일 수는 없다. 이 중에 나도 포함되는 부분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자신의 힘만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의지하고 도와가며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행복의 원천이다. 인격은 다름 아닌 인간관계에서 나오는 선한 가치로 행복은 공동체 의식이지, 나만을 위한 만족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누군가의 전화번호부에서 지워지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두려운가?

<사단법인 힐링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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