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러 치부 감추려 감시탑 역할 전문가패널 연장 거부"…北 "러에 감사"
러 "대북제재 한계 개편 담은 새로운 결의안 매우 가까운 미래에 낼 것"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11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지난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의 이행을 감시하는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관련, "감시탑 역할을 하는 패널이 러시아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황 대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러시아의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임무 연장 안보리 결의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열린 유엔총회 공개토의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자신의 불법행위를 은폐하려고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를 논의하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며 이렇게 말했다.
황 대사는 "전문패널은 지난 15년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핵 확산국인 북한에 대한 제재 이행과 회피에 관한 귀중한 정보를 제공하는 임무를 수행해 왔다"며 "안보리가 지난 14년간 만장일치로 패널의 임기를 연정한 기록은 패널의 중요한 노력에 대한 안보리의 높은 평가를 분명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한 거부권 행사로 우리는 중요한 정보 채널을 잃었다"면서 "또한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사용하기 위해 북한으로부터 불법적으로 무기를 조달한 것에 대한 패널의 보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거부권을 사용함으로써 안보리의 권위도 실추됐다"고 말했다.
황 대사에 이어 연단에 오른 김성훈 참사관은 "거부권은 잠재적인 확산국들에게 위험한 메시지를 보내고, 글로벌 비확산 체제도 약화시킨다"라면서 "게다가 거부권은 심지어 다른 안보리 제재 체제와 패널들에게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지난달 28일 대북제재위 산하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결의안이 부결됐다. 중국은 기권했고, 나머지 13개 이사국은 찬성했다.
임기 연장 결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전문가 패널의 임기는 오는 30일로 종료된다.
한국의 발언에 앞서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미국 등 다른 이사국들은 "전문가 패널의 임기를 연장하는 게 한반도 및 주변 상황을 정상화하는 데 어떤 식으로든 기여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다"며 그간 전문가패널의 활동이 점차 서방의 접근법에 기울며 편향돼 왔다고 주장했다.
네벤자 대사는 대북 제재가 국제사회가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하지 못하고 한반도 상황의 정상화로 이어지지도 않았다고 거듭 지적했다.
그는 특히 대북 제재에 일몰 조항을 신설하자는 자국 요구가 이번 결의안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매우 가까운 미래에 대북제재 체제의 한계 개편에 대해 안보리가 결정을 내리는 게 필수적이라고 명확히 규정하는 내용을 담아 패널 임기를 1년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 초안을 제출할 계획"이라며 "이번이 안보리가 균형잡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이 기회를 낭비하지 않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참사관은 "러시아가 어떤 주장을 내세우든, 그것들은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 참사관은 "결의안은 단순히 임기 연장에 관한 것이었지만, 러시아는 전체 제재에 대한 일몰 조항을 요구했다"며 "북한이 위험한 도발과 더 공격적인 핵 정책으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혀 무관하고 납득할 수 없는 조건을 달아 전체 제재 체제를 폐지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러시아는 안보리가 재연장을 결의하지 않을 경우 2025년 대북제재 조치가 종료되는 일몰 조항의 추가를 주장했다"며 "말할 필요도 없이 상임이사국 3개국(미국·영국·프랑스)과 선출직 비상임 이사국 10개국(E10) 중 누구도 그 제안을 지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참사관은 중국이 임기 연장 결의안에 기권한 데 대해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책임있는 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한의 최대 경제 파트너이자 가장 긴 국경을 공유하고 있으며 과거 6자 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안보리의 대북 제재 체제에 대한 본질적인 메커니즘을 수호하는 데 나섰어야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겅솽 주유엔 중국부대사는 "중국은 안보리의 대북 제재의 완전하고 정확한 이행을 지지하지만, 제재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며 러시아가 임기 연장과 관련한 새로운 결의안을 제출하겠다는 것을 높이 평가하며 적극적인 합의를 모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성 주유엔 북한 대사는 이날 총회 발언에서 "불법적인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준 러시아에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며 "안보리의 제재 결의는 북한의 주권과 발전 및 생존권을 짓밟으려는 미국의 악랄한 적대적 정책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유엔총회는 지난달 28일 안보리 회의에서 대북제재위 산하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안에 대한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됐다.
지난 2022년 채택된 유엔총회 결의에 따라 안보리 회의에서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 총회 의장은 업무일 10일 이내에 거부권 행사를 토의하는 유엔총회 공식회의를 소집해야 한다.
한편, 황 대사는 이날 연설 도중 갑작스럽게 코피를 흘려 의장단의 양해를 구하고 연설자를 교체했다. 황 대사는 이후 병원을 찾았으며, 특별한 건강상의 문제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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