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세금보다 더 중요한 유류분 [신관식의 세금상식]

김경렬 2024. 4. 12.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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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전문가 신관식 우리은행 신탁부 차장.
세법의 상속재산과 민법의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
유언대용신탁 구조도.

<편집자주> 알려면 복잡한데 밑빠진 독처럼 빠져나가는 세금. 숨어있는 절세팁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디지털타임스는 늘어난 수요에 맞춰 소비자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세금전문가 신관식 우리은행 신탁부 차장을 찾았다. 신 차장은 다양한 사례를 통한 세금 상식을 격주로 소개할 예정이다.

부의 이전(재산 상속)에 있어 절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류분이다. 대법원 사법연감 자료에 따르면 여러 명의 가족들이 망자의 재산을 각자 나눠 갖는 데에 있어 서로 협의하지 못해 가정법원에 심판을 구하는 '상속재산분할 심판청구 건수'는 2022년 기준 2776건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망자의 재산을 전혀 받지 못했거나 조금 밖에 받지 못한 상속인이 망자의 재산을 더 많이 받아간 다른 상속인에게 자신의 법적 권리만큼(유류분) 돌려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의 접수 건수는 2022년 기준 약 1872건에 이른다.

◇유류분의 이해

유류분이란 고인이 된 피상속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피상속인의 유산 중에서 유족(법정상속인)들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비율을 말한다. 사유재산제도를 취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피상속인이 본인의 재산을 자유롭게 처분하거나 유증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민법에서는 피상속인과 밀접한 관계가 있던 법정상속인들의 생활보장과 공평 등을 고려해 유류분 권리자들에게 상속재산의 일정 비율을 취득할 수 있게 보장하고 있다.

유류분 권리자는 법정상속인 중에서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자녀), 배우자, 직계존속(부모), 형제자매 등이다. 유류분 비율은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이고,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이다.

유류분 권리는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서 유류분 비율을 곱해 계산한다. 유류분 권리자는 유류분 권리에 미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상대방 또는 법원에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이를 '유류분 반환청구'라고 한다. 유류분 반환청구는 ① 반환하여야 할 증여 또는 유증한 사실을 안 때로부터 1년 이내 ② 피상속인의 상속이 개시된 때로부터 10년 이내 해야한다. 기간 경과 시 시효는 소멸한다.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이 매우 중요한데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은 ① 피상속인이 상속개시시점에 가지고 있던 재산의 가액과 ② 민법상 특별수익으로 보는 사전증여 재산가액을 더하고 ③채무를 전액 차감하여 계산한다. 특히 사전증여 재산(특별수익)의 포함 기간과 가액 평가 시기가 다르다.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 계산 시 법정상속인에게 증여한 특별수익은 기한에 관계없이(1979년 유류분 제도 시행 이후 분)모두 포함한다.

◇유언대용신탁과 유류분의 관계

유언대용신탁이란 수익자가 될 자로 지정된 자(사후수익자)가 위탁자의 사망 시에 수익권을 취득하는 신탁을 말한다. 또는 수익자가 위탁자의 사망 이후에 신탁재산에 기초해 급부를 받는 신탁을 뜻한다(신탁법 제59조).

구체적으로 위탁자는 신탁회사 등 수탁자와 신탁계약을 한다. 위탁자는 수탁자에게 재산(금전, 부동산, 유가증권 등)의 소유권을 이전한다. 위탁자 살아생전에는 위탁자 본인이 수익자로서 권리를 향유한다. 위탁자가 사망할 경우 신탁계약에 근거해 위탁자가 지정한 사후수익자에게 수탁자는 신탁재산을 이전한다. 이를 유언대용신탁이라고 한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1심 판결(성남지원 2020.1.10. 선고2017가합408489 판결)에서는 '신탁재산이 유류분반환청구의 대상이 되는 증여인지여부에 대해서 유언대용신탁의 신탁재산이 위탁자에서 수탁자로 소유권이 이전된 것은 수탁자가 위탁자에게 신탁재산에 대한 대가를 지급한 바 없다는 점에서 무상이전에 해당하고, 민법 제1113조, 제1114조에 의해 유류분 산정의 기초로 산입되는 증여는 본래적 의미의 증여계약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무상처분을 포함하는 의미로 폭넓게 해석했다. 이 사건 신탁계약의 ① 수탁자는 신탁회사로서 상속인이 아니고 ② 신탁계약 및 소유권 이전은 상속이 개시된 2017. 11. 11. 보다 1년 전에 일어났으며 ③ 수탁자인 ○○은행이 이 신탁계약으로 유류분 부족액이 발생하리라는 점을 알았다고 볼 증거가 없다. 결국 신탁계약은 민법 제1114조에 따라 산입될 증여에 해당하지 않아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판례는 유류분과 유언대용신탁과의 관계를 말해주는 첫 번째 판례로써 의미가 있다.

◇유언대용신탁,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 될지 지켜봐야

다만 성남지원의 판례는 1심이다. 2심의 항소심재판부는(수원고등법원 2020.10.5. 선고2020나11380 판결) 유류분 반환청구를 한 원고 측에게 유류분 부족액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봤다. 특히 신탁재산이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포함되는지 안 되는지 해당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 이후 원고가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사건이 종결됐다.

반대로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1심 판결(마산지원 2022.5.4. 선고2020가합100994 판결)에서는 '신탁재산을 통한 이익을 향유할 권리 및 그 처분권한(이하 '수익권 및 처분권'이라 한다)은 수탁자인△△증권이 아니라 수익권의 형태로 위탁자인 망인에게 귀속돼 있었다고 봤다. 판시에 따르면 유언대용신탁 계약체결을 곧바로 △△증권에 대한 이 사건 신탁재산의 증여로 볼 수는 없다. 유언대용신탁이 망인의 사망 1년 전에 이뤄졌으므로 망인과 L증권이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증여를 했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는 한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액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는 민법 제1118조, 제1008조의 취지를 고려하면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공평을 잃을 수 있고 유류분 제도를 잠탈할 우려가 있다. 유언대용신탁의 신탁재산을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포함한 것이다.

이처럼 각 하급심에서 상반된 판결이 존재한다. 성남지원 판결에 기초해 신탁관계자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고 할지라도 2심 상급심에서는 유언대용신탁의 신탁재산이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포함되는지 안 되는지 결과적으로 판단을 하지 않았다. 대법원 판례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유류분과 유언대용신탁의 법리적 관계는 결과적으로 매듭지어지지 않은 셈이다. 향후 유류분과 유언대용신탁 관련 대법원 판결, 유류분 관련 헌법재판소 결정, 민법 개정사항 등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관식 우리은행 신탁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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