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숙의 집수다] 기한 만료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줄줄이 재지정되나
5월 용산, 6월 잠실·삼성동 일대 기한 만료…신고가 거래에 재지정 가능성 커
허가구역 거래량 70% 감소…"임대차법 10년인 상가는 규제 풀어야" 주장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에 걸려 있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지정 기한이 이달부터 줄줄이 도래하면서 재지정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거래 감소와 사유재산 침해 등을 이유로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투기적 거래가 늘고 집값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부정적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과연 주택 가격을 안정시킬 최후의 보루일까.
토지거래허가구역, 4년 전부터 도심 투기 억제 수단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부동산 가격 급등이 우려되는 개발 예정지 인근의 투기적 거래를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는 주거·상업·공업 등 용도별로 일정 면적을 초과하는 토지를 취득할 때 사전에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때 일정 기간 허가받은 목적대로 이용할 의무가 발생하는데, 주택이나 상가의 경우 최소 2년 이상 실거주 또는 실제 영업을 하는 실수요자에게만 취득이 허용된다.
임대사업을 목적으로 상가를 매입하거나, 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특히 허가구역 내 주택 매수자는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자이거나 보유 주택을 1년 내에 모두 팔아야 해 사실상 무주택(예정)인 사람만 취득할 수 있어 거래가 까다롭다.
허가구역에선 잔금 납부일도 3개월 내로 제한돼 자금 여력도 있어야 한다,
당초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신도시 등 대규모 개발예정지에서 보상을 노린 투기적 토지 거래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주로 쓰였다.
그러다 2020년부터는 대규모 아파트가 포함된 서울 한복판에도 허가구역이 지정되기 시작했다.
국토부가 2020년 5월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용산 철도정비창 내 공공·민영주택과 국제·상업시설 건설하기로 하면서 주변 이촌동과 한강로1·2·3가, 용산동3가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같은 해 6월에는 서울시가 잠실 일대 마이스(MICE) 개발사업과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추진을 이유로 강남구 청담·삼성·대치동과 송파구 잠실동 전역(총 1천440만㎡)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강남 일대로 허가제가 확대됐다.
이듬해인 2021년 4월에는 압구정동, 여의도동, 목동, 성수동 등 이른바 '압여목성' 지역의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추진 단지(475만㎡)가 허가구역으로 묶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중점으로 추진하는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도 모두 허가구역 대상이다. 현재 서울시에 묶여 있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면적은 총 5천585만㎡에 달한다.
정부는 2022년부터 부동산거래신고법 등을 개정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허가 대상 면적을 주거지역은 종전 대지면적 18㎡에서 6㎡로, 상업지역은 20㎡에서 15㎡ 등으로 강화해 규제의 망을 더욱 촘촘히 했다.
이들 허가구역은 한 번에 최장 5년 이내로 횟수 제한 없이 지정할 수 있는데, 국토부와 서울시는 1년 단위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고 있어 구역 지정 만료 때마다 주민들의 해제 요구가 빗발친다.
특히 올해는 총선과 맞물려 관할 구청과 지역구 출마자들의 해제 요구까지 더해지며 그 어느 때보다 해제 요구가 높았다.
허가구역 거래량 70%이상 감소, 서울 평균보다 높아…가격안정 효과 '글쎄'
그렇다면 올해로 지정 3·4년을 맞은 서울지역 허가구역의 지정 효과는 과연 어땠을까.
연합뉴스가 서울시내 동 단위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아파트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허가구역 내 거래 감소 폭이 서울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이후 집값 급등락과 금리 인상,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 증가 등의 여파로 거래량이 전반적으로 급감했는데, 허가구역 내 감소 폭은 더욱 두드러진 것이다.
대규모 재건축 아파트 단지가 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는 '압여목성'은 2021년 4월27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올해 4월 현재까지 약 3년간 거래량이 직전 3년치 거래량과 비교해 평균 70.2% 감소했다.
이는 조사 기간 내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량이 63% 줄어든 것에 비해 7.2%포인트 높은 것이다.
압구정동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거래제한까지 맞물리면서 허가구역 지정 이후 3년간 거래량이 구역 지정 3년 전과 비교해 79.2%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재건축 초기 단계인 목동 역시 신시가지 단지 내 아파트의 거래량이 허가구역 지정 이후 72% 줄었다.
올해 6월이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4년을 맞는 잠실동, 삼성동, 대치동, 청담동 등 4곳은 평균 거래량이 직전 4년과 비교해 72%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일 기간 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평균 60.4% 줄어든 것과 비교해 감소 폭이 12%포인트 가까이 높다.
강남구 청담동의 거래량 감소 폭이 -74%로 가장 컸고, 송파구 잠실동(-72.4%), 강남구 삼성동(-68.8%)의 순으로 거래가 많이 줄었다.
목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들이 자녀의 학업이 끝난 뒤엔 타 지역으로 이사를 가고 싶어도 집이 잘 팔리지 않아 전세를 놓고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지은 지 오래되고, 지하 주차장도 없는 아파트에 당장 실거주를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제대로 된 가격 평가를 받지 못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그러나 최근 이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아파트에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해제 요구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잠실 리센츠 전용면적 84㎡는 2020년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도 불구하고 2021년 10월 26억2천만원의 최고가를 기록했고, 이후 18억원대까지 실거래가가 급락했으나 최근 다시 24억원대로 올라섰다.
재건축 사업 추진이 본격화된 압구정 현대 아파트 단지에는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압구정 3구역에 속한 현대 7차 전용 245.2㎡는 지난달 말 직거래 형태로 역대 최고가인 115억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직전 거래가 대비 35억원 높은 금액이다.
같은 날 전용 144.2㎡도 최근 51억원에 직거래가 이뤄져 작년 7월에 찍었던 최고가(51억5천만원)에 다시 육박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압구정케빈중개법인 김세웅 대표는 "압구정 3구역의 경우 2구역보다 사업 속도가 늦다는 불안감에 매물도 많았는데, 최근 재건축이 속도를 내면서 작년 말보다 호가가 3억∼4억원가량 오르며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며 "과거에는 허가구역에 묶여 거래도 부진하고 가격도 눌려 있었는데 최근 재건축이 본격화하면서 상승세를 탄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부동산 업계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투기적 거래를 억제하는 효과는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허가구역으로 묶지 않았다면 개발 호재로 인해 투자수요까지 몰리면서 지금보다 가격이 더 올랐을 수 있다"며 "가수요를 제한함으로써 가격 안정 측면에서도 일부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거주 의무 때문에 살기가 불편한 단지는 매매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1971년도에 지어진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한강조망권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전용 118.12㎡의 거래가가 작년 말 26억6천500만원에서 올해 2월에는 24억5천만원으로 떨어졌다.
여의도동의 한 중개업소의 관계자는 "최근 시와 기부채납 문제도 갈등도 있지만 지는지 50년이 넘은 아파트로 방이 4개인데 화장실은 1개뿐이어서 '몸테크'가 어렵다 보니 상대적으로 허가구역 내 다른 단지에 비해서도 가격도 덜 올랐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피해가 큰 단지"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특히 정비사업이 임박한 노후 단지에선 전입신고만 해놓고 실제 실거주를 하지 않는 편법도 동원되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서울시 재건축발 집값 불안 우려에 재지정 전망…"규제 합리화 필요"
서울시는 다음 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이달 22일 허가구역 지정기한이 종료되는 '압여목성'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다만 허가구역에서 풀릴 가능성은 낮다. 오세훈 시장은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요구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재건축 등 개발 호재로 신고가 거래가 나오는 상황에서 규제를 풀면 가격이 더 불안해질 소지가 크다고 보는 것이다.
오는 6월에 지정 기한이 끝나는 잠실·삼성·청담·대치동 일대 아파트도 해제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서울시는 앞서 지난해 11월 이들 지역의 비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 대상에서 해제했다.
작년 10월부터 개정 '부동산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거래허가 대상을 용도별로 구분해 지정할 수 있게 되면서 아파트와 달리 투기 등의 우려가 없는 상업용 시설이나 빌라 등 비아파트는 허가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올해 5월 20일로 지정기한이 종료되는 용산 정비창 부지 인근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연장할 방침이다.
이곳은 지난 2월 오세훈 시장이 100층 안팎의 랜드마크 건물이 포함된 국제업무지구 개발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기대감이 더 커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유지하더라도 상가 등 투기적 거래나 가격 상승 우려가 없는 유형은 허가구역에서 배제하는 등 탄력적 운용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도 최근 부동산거래 침체, 부동산 시장 하락세 전환 등 변화하는 부동산시장에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토지거래허가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압구정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불경기와 고금리 상황에서 상가를 팔고 싶어하는 주인이 많지만, 상가는 임대차보호법상 보호 기간이 10년이나 되고 권리금과 인테리어 비용, 위로금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어 허가구역에 풀리기 전까지는 팔기가 쉽지 않다"며 "허가구역 대상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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