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 큰 파장” 지시했다더니…북한 총선개입 ‘설’로 끝?
무엇이 총선 개입이었는지 불분명
통일부는 “관영매체 대남 비난 기사 증가”
‘북풍 유인 인상’ 평가
전문가 “오히려 대남 차단 기조”
지난해부터 정부가 언급해온 북한의 4·10총선 개입 가능성이 ‘설’에 그친 모양새다.
통일부 당국자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총선을 겨냥한 북한의 무력 도발이나 총선 개입이 어느정도 이뤄졌다고 평가하는지 묻는 질문에 “그동안 꾸준히 총선 개입하려는 과거 시도 사례가 많이 있었고, 이번에는 내부 선동을 부추기는 그런 수준으로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총선을 8일 앞둔 지난 2일 북한이 총선 개입을 시도하고 있다며 대북 경고 입장문을 낸 바 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에 윤석열 대통령 폄훼, 비난 기사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근거였다. 통일부 당국자의 이날 평가는 경고문에서 밝힌 입장과 같은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북풍 유인이냐’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꾸준히 북한의 총선 개입 가능성을 거론했다.
석달 후인 10월 국정원은 선관위 사이버 보안점검 결과 “북한의 해킹 흔적을 찾지는 못했다”는 결론을 발표하면서도 보안에 취약한 것으로 평가돼 앞으로 얼마든지 해킹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올해 1월 4일 통일부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비난한 담화에 대해 총선 개입 시도라며 “우리 국민이 북한의 총선 개입 시도를 명확히 인식하고 경각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우리 내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헛된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1월 31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북한의 총선 개입 가능성을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제57차 중앙통합방위회의를 주재하면서 “올해 우리나라는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다”며 “접경지 도발, 무인기 침투, 가짜뉴스, 사이버 공격, 후방교란 등 선거 개입을 위한 여러 도발을 할 것”이라고 했다.
두달여 후 지난 2일 오전 6시쯤에는 북한이 고체연료형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오후 “총선을 앞두고 우리 사회를 흔들려고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총선 전날이었던 9일 한 매체가 “총선을 불과 사흘 앞둔 시점에 북한이 서북도서를 겨냥해 고강도 GPS 교란 공격을 시도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며 “군 장비와 어선 등 피해가 발생했다”고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단독보도했다. 바다 위에서 갑자기 GPS가 작동하지 않는 등 30여건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보도에 대해 우리 군 당국은 GPS수신 교란 신고가 46건 발생했고 위기경보를 ‘주의’ 단계로 놓고 피해 모니터링을 했으며 발생한 피해는 없다고 잠정 집계했다.
총선 전, 북한이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발사 하는 등 군사행동을 했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총선개입을 위한 목적으로 연결짓지는 않는 분위기다. 고체연료형 중장거리급 극초음속 미사일이 총선 개입을 위해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무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은 2021년 선포한 국방공업발전 5개년 계획에 따라 전략·전술 무기들을 개발하고 있고 이 구상은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지난 2년간 정부가 한 두달 간격으로 끊임없이 북한의 총선 개입 가능성을 지속 제기했기 때문에 예방 효과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정부가 북풍을 유인하려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발 총선 개입 시도는 부재했고 총선 이후에도 당분간 고강도 북한발 시도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남북관계에 우호적인 정당이 다수당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북한은 올해 초 남북관계를 별개의 2개 국가로 전환한 논리와 대화접촉 차단 기조를 계속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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