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AI 제국' 엄습에 각성한 빅테크들…'AI 가속기' 만들고 만다
'쿠다' 맞설 AI 개발 플랫폼 전쟁도…"엔비디아 대안 필요해"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미국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가속기' 시장을 허물기 위해 빅테크 기업들이 잇달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AI 가속기는 AI 학습·추론에 필수적인 반도체 패키지로, 흔히 이해하기 쉽게 'AI 반도체'나 'AI 칩'으로 불린다. 업계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의 이러한 행보가 탈(脫)엔비디아를 위한 시도이자 AI 반도체 시장 패권을 쥐기 위한 승부수로 보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 9일(현지 시각)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인텔 비전 2024'를 열고 신형 AI 가속기 '가우디3'를 공개했다. 인텔코리아도 전날(11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가우디3를 한 번 더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인텔은 가우디3를 소개하며 엔비디아 H100을 소환했다. H100은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다. 가우디3는 H100보다 거대언어모델(LLM)을 평균 50% 이상 빠르게 훈련시킬 수 있고 에너지 효율도 40% 더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또 올해 2분기 출시를 앞둔 엔비디아의 신형 'H200'에 비해서도 가우디3의 추론 속도가 30% 더 빠르다고 주장했다.
가격 경쟁력도 내세웠다. 현재 H100은 AI 반도체 패권 다툼에 따른 공급난으로 대당 5000만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엔비디아의 H100보다 (성능이 우수한데도)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확한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다.
삼성전자(005930)도 AI 가속기 경쟁에 뛰어들었다. AGI(범용인공지능) 추론에 특화된 AI 가속기 '마하-1'을 연말부터 양산한다. H100 대비 전력 효율이 높고 가격은 10분의 1인 500만 원 수준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마하-1을 시장에 내놓기도 전에 업그레이드 버전인 '마하-2' 개발에도 나섰다.
다른 반도체 기업들도 이미 출시했거나 준비 중이다. 미국 메타는 최근 차세대(2세대) AI 가속기 'MTIA'를 출시한다고 자사 블로그를 통해 밝혔다. 미국 AMD도 지난해 12월 AI 가속기 'MI300X'를 내놓았다. 지난 2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자체 AI 가속기 개발과 생산을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의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라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빅테크 기업들이 AI 가속기 대항마를 내놓는 건 엔비디아 독점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다. 현재 엔비디아는 AI 가속기 시장 점유율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기업들이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의존하는 만큼 공급난도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탈 엔비디아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AI 가속기를 구성하는 하드웨어와 이를 구동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엔비디아의 장악력이 공고하기 때문이다. 올 초에는 새로운 AI 칩 '블랙웰' 시리즈도 공개했다.
AI 가속기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붙여 만든 게 일반적이다. 엔비디아가 1999년 개발한 GPU는 복잡한 연산을 처리하도록 만들어진 만큼 AI 훈련과 서비스에도 적합해 최근 AI 반도체 필수 요소로 각광받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는 자사 GPU와 SK하이닉스(000660)의 HBM을 결합한 AI 가속기를 내놓고 있다.
AI 개발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도 엔비디아의 '쿠다'(CUDA)가 독보적이다. 쿠다는 엔비디아 AI 가속기에서만 구동된다. 수년간 쿠다를 경험한 AI 개발자들은 엔비디아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AI 가속기 경쟁력 강화를 위해 AI 개발 소프트웨어에도 힘을 주고 있다. 인텔은 이를 위해 네이버(035420)와 손을 잡았다. 하정우 네이버 퓨처AI 센터장은 "가우디 기반 소프트웨어 생태계 확장을 위해 인텔과 공동 연구소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인텔·퀄컴·구글이 설립한 컨소시엄 'UXL 재단'은 쿠다에 대항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 구축도 진행 중이다.
인텔 관계자는 "전 세계 기업들이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공통으로 느끼고 있는 건 (엔비디아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과 (엔비디아를 대체하려면)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kjh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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