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국은 샤오미 전기차 열풍…제로백 2.78초, 가격은 4000만원대[글로벌 현장]

2024. 4. 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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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공개 행사에서 비치된 샤오미 첫 전기차 SU7 모델 모습. AFP=연합뉴스



중국은 지금 샤오미 전기차 열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4월 3일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가 자체 제작한 첫 자동차인 전기 세단 ‘SU7’의 고객 인도가 시작되면서다. SU7은 스마트폰을 만들던 샤오미가 자동차 사업 진출을 선언한 지 3년 만에 내놓은 첫 작품이다. 지난 3월 28일 판매에 나선 지 6일 만에 차량 인도까지 일사천리다. 닷새 만에 10만 대 주문이 몰리면서 선풍적인 인기다. 대기 기간이 최장 8개월까지 늘었다.

레이쥔 샤오미 창업자 겸 회장은 이날 베이징 공장에서 열린 인도식에서 1호 구매자에게 직접 차량을 전달하며 “오늘은 샤오미가 공식적으로 자동차 제조사가 된 날이자 중국이 테슬라 같은 위대한 회사를 탄생시킨 날”이라며 감격했다.


 제로백 2.78초, 810km 주행

우선 외관이 눈길을 끈다. 포르쉐 타이칸과 거의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흡사한 디자인을 구현했다. 카피캣(모방품)으로 제품을 다량 생산하면서 품질을 끌어올리는 게 이 회사의 주특기라는 점에서 짝퉁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가격이 놀랍다. 프리미엄 세단임에도 기본 트림은 21만5900위안(약 4012만원)으로 테슬라 모델3보다 3만 위안(약 557만원) 싸게 책정했다. 고성능 맥스 트림도 29만9900위안(약 5577만원)이다. 배터리 기본 가격이 2000만원이 넘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예상치 못했던 저렴한 가격이다. 샤오미가 초기 시장 안착을 위해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고 물량 공세를 펴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레이쥔 회장은 “향후 10년간 전기차에 최소 100억 달러(약 13조원)를 투자하겠다”며 “최소 5년 동안의 적자도 각오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물량공세를 펴고 있는 샤오미는 중국 최대 전기차 회사인 BYD와는 다른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값싸고 경쟁도 덜한 소형 전기차 시장이 아니라 프리미엄 중형 세단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미다. 차체 크기(길이 4997mm, 폭 1963mm)는 제네시스 G80이나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비슷하다. 73.6kWh짜리 배터리를 장착한 기본 모델은 1회 충전 주행거리가 700km로 테슬라 모델3(600km)를 앞선다. 맥스 트림은 1회 완충 시 810km를 주행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여러 디테일이 눈에 띈다. 고급 나파 가죽 시트를 사용했고, 공기저항계수가 양산차 중에서 가장 낮은 0.195에 불과하다. 스피커 개수도 무려 25개를 탑재해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한다. 특히 좌석 헤드레스트에도 스피커를 장착해 주변 사람에겐 들리지 않고 운전자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능을 넣었다. 트렁크 크기도 517L로 넉넉하고, 프렁크 크기는 105L로 테슬라 모델3(88L)를 넘어선다. 그리고 맥스 트림의 경우 100km까지 도달 속도를 뜻하는 제로백이 2.78초에 불과하다. 포르쉐 타이칸 터보의 2.93초보다 더 빠른 수치다. 타이칸 터보의 가격대가 3억원을 넘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비교우위를 주장할 만하다. 실제로 레이쥔 회장은 신차 발표를 하면서 이 점을 강조했다.


 샤오미 미스터리의 배경은?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샤오미가 자동차 사업 진출을 선언한 건 2021년 3월이다. 자동차업계는 샤오미가 3년 만에 이 정도 차를 양산한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는 평가다. 그 원동력은 ‘중국 자동차 산업의 탄탄한 제조 시스템’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중국이 지난 20년간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끌어들여 축적한 기술력과 전폭적인 정부 지원을 토대로 완벽한 자동차 제조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중국은 전기차 산업 기반이 워낙 두꺼워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데 시간이 얼마 안 걸린다”며 “마음만 먹으면 알리바바와 텐센트도 2년 내 자동차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를 대신 제조해줄 파트너가 있다는 것도 샤오미에 큰 우군이 됐다. 샤오미는 SU7 생산을 중국 국유 자동차 기업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에 맡겼다. 연간 20만 대 규모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직접 지어 자체 생산 가능성도 열어놨다. 샤오미는 BAIC·CATL과 함께 배터리 공장도 합작한다는 계획이다. 모방에 거리낌이 없는 만큼 테슬라의 ‘기가캐스팅’, BYD가 채택한 ‘셀투보디(CTB)’ 등 경쟁사의 선진 기술을 가져와 응용하는 데에도 적극적인 점도 샤오미의 장점 중 하나다.

또 샤오미가 무서운 것은 자체 운영체제(OS) ‘하이퍼OS’로 자동차와 스마트폰, 가전을 끊김없이 연결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회사라는 점이다. SU7과 기존 가전·통신 제품이 성공적으로 연동될 경우 샤오미는 전례 없는 사물인터넷(IoT)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는 평가다. 휴대폰을 비롯해 집 안의 공기청정기, 에어컨, 로봇청소기, 냉장고, 세탁기 등이 차량과 연동돼 더 다양한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이렇게 쌓일 데이터베이스는 샤오미의 또 다른 자산이 될 전망이다. ‘미펀(米粉)’으로 불리는 샤오미 팬들의 충성도가 더 높아져 최소한 중국 내에서 하나의 생태계 구축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대륙의 실패? 혁신의 시발점?

샤오미의 전기차 진출 실험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도 있다. 우선 성능이 과장돼 있다는 지적이다. SU7 시승을 해본 사람들이 실제 주행거리가 약 500km 수준에 불과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배터리 성능을 최적의 온도와 최적의 주행 상황을 감안해서 과장해서 홍보하고 있다는 의미다. 810km의 주행거리를 믿고 산 고객들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다.

안전성 논란이 발생한 것도 샤오미엔 뼈 아프다. 중국 내 소셜미디어에서 시승 운전 중 사고 영상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어서다. 도로를 주행하던 SU7 차량이 앞서가던 차를 들이받고 선 모습, 연석에 부딪친 뒤 휠이 찌그러지고 타이어가 펑크 난 모습, SU7이 통제력을 잃고 도로를 벗어나 도로 연석에 부딪히는 장면 등이다. 생산 초기 차량 문제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탓에 생명을 다루는 자동차를 출시하면서 일단 출시하고 부족한 점은 차차 고쳐나가는 기존 샤오미 전략을 그대로 답습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이에 샤오미 측은 “운전자가 초보였기 때문에 커브길에서 급가속을 했다. 사고는 차량 결함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도로 상황이 복잡했다. 구체적인 원인은 조사 중이다”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차량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안전성과 제품 신뢰성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다. 애플이 자동차 생산을 포기한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안전성을 담보한 완성차 품질 확보에 어려움을 느꼈기 때문인데, 그런 점에서 초기 제품 안전성 논란은 샤오미 SU7 돌풍에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실패를 견딜 수 있는 체력과 자본력을 갖춘 샤오미가 뚝심 있게 자동차 사업을 밀어붙인다면 샤오미가 자동차 업계의 판도 변화를 이끌게 될 것이란 긍정적 전망도 만만치 않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도 샤오미의 든든한 뒷배경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자동차도 하나의 스마트 제품화되는 역사적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샤오미의 전기차 실험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현대차도 패스트 팔로어로 시작하지 않았냐”며 “샤오미는 실패를 견뎌낼 수 있는 자본력과 정부 지원이 있는 만큼 기존 자동차 시장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이지훈 한국경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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