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봉준 믿고 샀는데 수익률 바닥 기던 그 펀드, KCGI가 끌어올렸다
꼴등이던 중국주식 펀드도 회복세
존 리 전(前) 대표가 메리츠자산운용(현 KCGI자산운용)을 이끌 당시, 존 리 대표는 ‘존봉준’이라고 불리면서 개미 투자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존봉준(존리+전봉준)은 동학개미운동을 이끄는 인물이란 뜻이다.
존 리 대표는 주식·펀드 설명회를 누비며 자사 펀드 홍보에 적극적이었고, 메리츠운용은 그 덕분에 충성심이 강한 30만명의 개인 고객을 확보했다. 존 리 전 대표가 사임했던 2022년 6월 기준 메리츠운용의 개인투자자 대상 펀드 직접판매(직판) 규모는 6000억원에 달했다. 은행, 증권사 등 판매 채널 없이 직판으로 이 정도 성과를 낸 곳은 메리츠운용이 유일했다.
그러나 수익률은 ‘글쎄’였다. 존리 전 대표는 메리츠운용 합류 초기인 2014~2015년엔 아모레퍼시픽 등을 발굴해 주식 운용 실력으로 인정받는가 싶었다. 그러나 중국 수혜주는 2017년 사드 보복 국면에서 처참하게 무너졌고, 존 리 대표는 포트폴리오를 교체하지 않고 “좋은 주식이니 더 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후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펀드 수익률은 점점 더 땅굴을 파고 들어갔다. 존 리 대표는 “단기간의 주가 하락에 너무 실망하지 말고 메리츠의 운용 철학을 신뢰해 주길 당부한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선 사실상 방치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메리츠운용은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가 인수해 KCGI자산운용으로 새출발했다. KCGI는 기존에 통합 관리되던 국내와 해외 투자를 분리했고, 투자 전략도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게 수정했다.
KCGI의 수정 전략은 현재까지는 통하는 모습이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메리츠자산운용은 피인수되기 8개월 전 일반주식형 펀드를 운용하는 42개 사 중 수익률 순위가 38위였다. 그러나 현재는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1월 1일부터 8월 14일(KCGI자산운용으로 사명 변경한 날), 그리고 8월 14일부터 지난 7일까지의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다.
인수 후 8개월간 수익률은 15.27%로, 인수 전 13.69%보다 1.58포인트 높았다. 단순 계산하면 조금 좋았던 정도로 보이지만, 벤치마크(BM)와 비교하면 확연히 갈린다. 인수 전 8개월 BM지수 수익률은 17.06%로, 메리츠운용 펀드의 BM 초과율은 마이너스(-) 3.37%였다. KCGI 인수 후엔 BM 수익률이 9.89%에 그친 반면 펀드 수익률이 BM보다 5.38%포인트 높았다.
BM은 펀드 수익률을 평가하기 위한 기준 잣대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움직임을 보는 식이다. BM 초과율이란 펀드수익률에서 벤치마크 수익률을 뺀 값이다. 즉 목표를 얼마나 초과해 수익을 달성했는가를 측정한 비율인 셈이다.
중소형주식형인 KCGI코리아스몰캡 펀드의 경우 인수 전 8개월 수익률 순위는 28개사 중 22위로 하위권을 맴돌았으나, 현재는 7위로 올라갔다. 수익률은 19.22%에서 7.84%로 감소했음에도 순위가 상승한 것은 다른 운용사에 비해 비교적 선방했다는 의미다.
인수 전 8개월 동안 글로벌주식혼합형인 KCGI샐러리맨의 수익률은 11.88%로 11개사 가운데 4위였다. 그러나 인수 후 17.43%로 5.55%포인트 상승했다. 생애주기 자산 배분형 펀드인 TDF시리즈는 같은 기간 수익률이 9.97%에서 13.44%로 올랐고, 순위도 18개 사 중 5위에서 1위로 높아졌다.
수익률 -12.07%로 중국 주식 펀드를 운용하는 24개사 중 꼴등이었던 KCGI차이나 펀드는 수익률이 회복되며 2위로 수직 상승했다. 현재 이 펀드의 수익률은 -6.45%로, BM 초과율은 -7.64%에서 5.28%로 개선됐다.
KCGI자산운용에서 운용을 총괄하는 목대균 대표(CIO·Chief Investment Officer)는 수익률 개선의 배경에 대해 “기본적으로 투자 인력을 두 배 이상 늘렸고, 개개인의 업무 영역을 명확하게 나눠 직원들이 각자 담당하는 펀드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꿨다”며 “투자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의사 결정을 할 때도 있는데, 자산 배분 시스템이 글로벌 시장을 잘 따라가게끔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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