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줄었는데"…풍선효과에 늘어나는 기업대출

은행권 가계대출 1년 만에 감소 전환
가계대출 억제에 기업대출로 활로 모색

[서울=뉴시스]이주혜 기자 = 가계대출의 과도한 증가에 대한 우려로 이를 억제하면서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에 은행들이 기업대출로 활로를 모색하면서 기업대출은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기업대출은 1272조8000억원으로 한 달 만에 10조4000억원이 늘었다. 3월 기준 역대 두 번째로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대기업대출은 4조1000억원, 중소기업대출은 6조2000억원 증가했다. 3월 기준 역대 두 번째, 네 번째 증가폭을 각각 기록했다.

가계대출 잔액이 12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한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98조6000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6000억원 줄었다.

5대 은행의 기업대출도 올해 들어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달 기업대출 잔액은 785조1515억원으로 전월보다 8조4408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말(767조3139억원)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서만 17조8376억원이 늘었다. 반면 지난달 11개월 만에 감소 전환한 가계대출은 올해 1조1590억원 증가에 그쳤다.

개인사업자 대출을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은 지난달 말 640조672억원으로 한 달 만에 5조1655억원이 증가했다. 지난해 말보다는 9조1817억원이 불어났다. 대기업대출은 145조843억원으로 전월보다 3조2753억원, 올해 들어 8조6559억원이 늘었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억제로 인한 대출 성장 부진에 대응하고자 기업대출을 강화하고 있다.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대출 증가세가 계속되는 배경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은 올해 목표치 때문에 성장에 한계가 있는 데다 금리 부담, 부동산 시장 부진으로 가계대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이 많이 늘어나기 어려운 환경"이라면서 "이를 대신하기 위해 기업대출에 힘쓰고 있으며 이런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5대 금융지주는 올해 초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에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2% 수준에서 관리할 계획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그는 "기업대출 영업을 위해서는 결국 금리를 낮추는 게 제일 효과적이기 때문에 은행간 금리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기업대출 금리를 낮추며 고객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상 물적담보대출 금리는 1년 전보다 낮아졌다.

5대 은행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간 신규 취급한 중소기업 물적담보대출 평균금리는 연 5.00~5.38%다. 1년 전에는 5.61~5.94%였다. 국민은행의 경우 5.88%에서 5.00%로 0.88%포인트, 신한은행은 5.94%에서 5.14%로 0.80%포인트 내려갔다. 같은 기간 신규 취급한 중소기업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5.58~6.83%에서 5.38~6.73%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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