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절세 꿀팁’에 美 법까지 바뀐다? 그야말로 역사적 선수인 오타니[슬로우볼]

안형준 2024. 4.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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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여러모로 '역사적'인 선수인 것은 분명하다. 어쩌면 오타니가 미국의 법까지 바꾸게 될 수도 있다.

오타니 쇼헤이는 지난 12월 LA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 FA 계약을 맺었다. 역사적인 계약이었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대 규모 계약임은 물론 프로스포츠 사상 단일 계약 기준으로는 최고액 계약이었다. 리오넬 메시조차도 단일 계약으로 총액 7억 달러를 따내지는 못했다.

오타니 이전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액 계약은 마이크 트라웃이 LA 에인절스와 맺은 12년 4억2,500만 달러 계약이었다. 북미 프로스포츠 최고액 계약은 NFL의 캔자스시티 치프스 쿼터백 패트릭 마홈스의 10년 4억5,000만 달러 계약. 단일 계약 역대 최고액 계약은 메시가 2017-2021년 FC 바르셀로나와 맺은 총액 6억7,400만 달러 계약이었다. 오타니는 이를 모두 넘어섰다.

비록 지난해 팔꿈치 수술 여파로 2024시즌에는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지만 2021-2023시즌 3년 연속 투타겸업을 성공시켰고 두 번(2021, 2023)이나 아메리칸리그 만장일치 MVP를 수상한 오타니는 '야구의 아이콘'이었다. 오타니의 초대형 계약은 예상된 바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오타니의 계약은 놀라웠다. 이미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선수가 된 트라웃보다 1.6배 이상 큰 계약을 맺었다는 것도 놀랍지만 총액 7억 달러 중 무려 6억8,000만 달러를 '디퍼(지불유예)'한 계약 형태는 더 충격적이었다. 디퍼 계약은 이전에도 수없이 많았지만 총액의 97% 이상을 디퍼로 할당하는 계약은 상식선을 넘어섰다. 오타니는 다저스와 계약기간 10년 동안 단 2,000만 달러만을 수령하고 나머지 6억8,000만 달러는 계약이 끝난 뒤 10년 동안 나눠 받는다.

메이저리그는 이미 오타니의 시대다. 오타니의 일거수일투족에 리그 전체가 좌우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리그 흥행을 이끌어 줄 스타가 필요했던 메이저리그에 오타니는 구세주처럼 나타난 존재였다. 그렇기에 오타니가 먼저 구단에 제안한 역대급 디퍼는 '오타니가 다저스의 우승을 위해 자신의 이득을 포기했다. 그만큼 오타니는 돈보다 야구가 먼저다'는 뉘앙스의 '역대급 미담'으로 포장됐다.

물론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오타니가 다저스에 '자신에게 할당되는 페이롤을 낮추고 추가적으로 전력을 보강하라'는 의사를 전달한 것은 맞다. 하지만 오타니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의 시선에서 벗어나서 계약을 바라보면 미담보다는 철저하게 이익을 추구한 것에 가까웠다. 오타니의 계약 규모가 트라웃보다 클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상했다. 그리고 오타니의 계약 규모는 총액 5억 달러 전후가 될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오타니는 디퍼라는 제도를 이용해 자신의 계약 총액을 무려 7억 달러까지 늘렸다.

메이저리그는 '물가의 상승으로 인해 화폐의 가치는 갈수록 하락한다'는 점을 감안해 디퍼된 연봉에 '할인율'을 적용한다. 10년 디퍼의 할인율을 적용하면 오타니 계약의 연평균 금액은 7,000만 달러가 아닌 약 4,600만 달러 수준이 된다. 이를 기준으로 '오타니가 팀을 위해 10년 7억 달러를 10년 4억6,000만 달러로 스스로 깎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사실은 '10년 약 5억 달러인 계약을 10년 약 4억6,000만 달러로 계산되는 20년 7억 달러 계약으로 바꾼 것'이라고 봐야 한다. 계약 종료 후 10년간 다른 소득을 올리는 것이 제한되지 않는다면 10년 5억 달러보다는 20년 7억 달러가 당연히 낫다.

오타니도 사람이다. FA 계약으로 많은 돈을 벌기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동안 오타니가 쌓아놓은 '야구밖에 모르는 소년' 이미지와 다를 뿐,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 '세금'이라는 제도가 얽히면 달라진다. 이는 문제가 된다.

오타니의 '역대급 디퍼'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바로 캘리포니아 주정부였다. 캘리포니아주 회계 감사관인 말리아 코헨은 지난 1월 오타니의 디퍼에 대해 "현재 조세 제도는 조세 구조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소득 불평등을 악화시키며 공평한 세금 분배를 방해한다.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의회가 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주 회계 감사관이 이런 주장을 편 이유는 오타니의 '거주 이동 가능성' 때문이다. 오타니는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며 캘리포니아주에서 소득을 올리는 동안 캘리포니아주에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는 오타니와 다저스의 10년 계약 기간 동안 당연히 이뤄지는 일이다.

문제는 10년의 계약 기간이 끝난 뒤다. 오타니가 다저스와 계약 기간을 마치고 주거지를 캘리포니아주 밖으로 옮긴다면 더이상 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미국 연방 세법에는 지난 1996년 누군가가 어떤 주에 거주하지 않으면서 그 주에서 10년 이상 동일한 액수의 '유예된 급여'를 받을 경우 이를 '연금 소득'으로 판단해 과세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생겼다. 은퇴 후의 '연금 소득'을 보호하려는 취지다.

다저스와 10년 디퍼 계약을 맺은 오타니는 이 조항에 정확히 부합한다. 계약기간 10년이 끝난 뒤 주거지를 캘리포니아주 밖으로 옮긴 뒤 다저스로부터 10년간 매년 6,800만 달러씩을 일정하게 수령하면 된다. 그러면 오타니의 계약 총액 7억 달러 중 97%가 넘은 6억8,000만 달러는 '연금 소득'으로 간주돼 과세가 면제된다. 오타니는 7억 달러의 급여 소득을 올리면서 세금은 단 2,000만 달러에 대한 것만 납부하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소득세율은 13.3%. 계약이 끝난 뒤 캘리포니아를 떠날 경우 오타니의 '절세 금액'은 무려 9,044만 달러다. 7억 달러 전체에 대한 총 세액은 9,310만 달러. 하지만 오타니는 단 266만 달러의 세금만 내는 것이다. 과연 이를 '현명한' '절세'라 부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주 회계 감사관이 공식적으로 오타니 계약을 지적한지 3개월. 캘리포니아주 의회도 움직이고 있다. 4월 12일(한국시간)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조시 베커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은 소득세 감면 대상이 되는 '지불유예 급여'의 합리적인 상한선을 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하원 세입의원회 표결을 찬성 6표, 반대 1표로 통과했다. 최초 오타니의 계약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코헨 감사관이 지지하고 있는 이 법안은 몇 주 후 상원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베커 의원은 "궁극적으로 이는 공정성의 문제다. (오타니의 디퍼된 6억8,000만 달러는)연금 소득이 아니다. 명백한 근로 소득이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올린 소득이고 당연히 캘리포니아주에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연방 세법의 의도와는 다르다. 이는 거대한 꼼수일 뿐이다"고 강조했다.

베커 의원은 연금 소득에 대한 과세를 면제하는 연방 세법에 대해 "이는 과세 대상 액수가 약 3만 달러일 때 만들어졌고 이후 10만 달러 수준이 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무제한이 돼버렸다"며 "이런 디퍼가 실리콘밸리 등에서의 임원들 연봉 지급에 악용될 수도 있다. 내가 걱정하는 부분은 그런 것이다"고 말했다. 야구계에서는 이제까지 오타니 외에 '이런 짓'을 하는 선수가 없었고 앞으로도 오타니 수준의 초대형 계약을 맺을 선수가 나오기 쉽지 않지만 오타니가 만천하에 공개한 '절세 꿀팁'을 스포츠 선수가 아닌 다른 고소득자들이 적극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민생을 돌보는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히 해야하는 걱정이다.

베커 의원은 물론 주 의회에서 연방 세법을 바꿀 수는 없다면서도 이번 입법 시도가 고소득자의 조세 회피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지급이 유예된 임금의 과세에 대한 창의적인 해답을 마련하기 위해 토론하고 심사숙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물론 새로운 법안이 마련된다고 해도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이를 근거로 오타니에게 세금을 걷기는 쉽지 않다. 세법 역시 불소급이 원칙이기 때문. 다만 베커 의원은 "세법을 바꾸지 않고도 (오타니의 연봉에 대한)세금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 상황을 바로잡을 방법이 분명 있을 것이다. 무려 9,000만 달러가 넘는 돈이다.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소득이고 반드시 여기에 세금을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엄청난 규모의 세수를 눈뜨고 잃을 수는 없다는 각오다.

오타니의 계약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미 오타니에게 휘둘리고 있는 메이저리그는 오타니가 하는 것이라면 '덮어놓고 찬성'했고 결국 주 정부, 주 의회에서 조세 제도의 개정을 언급하는 상황이 됐다. 만약 총액의 97%를 디퍼하는 계약을 오타니가 아닌 다른 선수가, 예를 들어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에게 '미운털'이 박힌 트레버 바우어 같은 선수가 맺었다면 과연 사무국이 그대로 승인했을지 의문이다.

메이저리그의 역사, 야구의 역사를 새로 쓴 오타니는 이제 미국의 조세 제도에 경종까지 울렸다. 나아가 미국의 연방 세법까지 바꾸는 선수가 될 수도 있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그야말로 '역사적인 선수'임에는 틀림이 없다.(자료사진=오타니 쇼헤이)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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