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참패' 국민의힘…포스트 한동훈, 나경원·안철수·유승민 중 누구?
국민의힘이 4·10 총선에서 참패한 가운데 혼란에 처한 당을 하나로 추스르고 이끌어갈 구원투수로 누가 등판할지 관심이 쏠린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오전 이번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는 뜻을 표명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결과에 모든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국민의 뜻을 준엄하게 받아들이고 저부터 반성하겠다"며 "민심은 언제나 옳다. 국민의 선택을 받기 부족했던 우리 당을 대표해서 국민들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전날 실시된 22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지역구 90석, 비례대표 18석 등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161석과 비례대표 14석으로 단독 과반을 넘어선 175석을, 조국혁신당은 12석을 확보했다. 새로운미래와 진보당도 지역구에서 각각 1석을 얻었다. 개혁신당은 지역구 1석과 비례대표 2석 등 3석이다.
한 위원장은 약 100일 전 김기현 전 대표의 사퇴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당을 수습해 총선을 승리로 이끌 구원투수로 정치권 전면에 등판했다. 그는 취임 즉시 '86 운동권 청산'을 꺼내들었고, 한때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국면에 놓이며 차별화에 나서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매서운 정권심판론을 막아내지 못했다.
한 위원장이 물러나며 지도부가 공백 상태에 놓인 만큼 내부 당권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독단적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민심 이반이 상당한데 여당이 이를 바로잡지 못하고 끌려간 것이 총선 참패의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되는 만큼, 차기 당권은 친윤(친윤석열)계보다는 비윤(비윤석열)계가 적합하단 목소리가 많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친윤계에 대한 책임론이 있겠지만 분열하는 갈등 양상을 보이면 안 된다"며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질서 있는 당권 후임이 정해져야 한다. 계파를 떠나 수도권 연속 참패의 구조적 취약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대책을 제시할 수 있는 분이 당 대표가 돼 당의 전략 부재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당 대표 후보군으론 격전지에서 생환한 중진급 의원들이 우선 거론된다. 총선 최대 승부처인 '한강벨트' 서울 동작을에서 류삼영 민주당 후보와의 혈투 끝에 승리를 거머쥔 나경원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나 전 의원은 4년 전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이었던 이수진 의원(무소속)에 패배한 뒤 4년 만에 동작을을 탈환, 5선 고지에 올랐다.
나 전 의원은 지난해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견제를 받아 당대표직 출마를 포기하기도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8차례 이상 동작을을 찾으며 류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으나 나 전 의원이 승리한 만큼, 당의 참패를 수습할 적임자로 평가된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강벨트가 다 무너지는데 만만치 않은 상대에게 적지 않은 표 차이로 이겼다"며 "이번 표심에서 드러난 여론을 볼 때 원내에서 비윤한테 당권이 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역시 비윤계로 분류되는 '잠룡' 안철수 의원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안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성남 분당갑에서 이광재 후보와 혈투 끝에 승리하며 4선에 오르게 됐다. 그는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를 중심으로 한 친윤계의 압박에 밀려 당 대표로 선출되지 못했다.
다만 안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당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 "당장 그럴 계획 같은 건 없다. (지역의) 시급한 일들을 먼저 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낙동강 벨트' 경남 양산을에서 승리한 김태호 의원, 일찍이 '수도권 위기론'을 역설하며 당정관계를 재정립을 요구한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의원 등의 당내 입지도 강화될 전망이다. 비록 패배했지만 자진해 이재명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출마해 의미 있는 싸움을 벌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누구보다 윤 대통령에게 가감 없는 쓴소리를 해온 유승민 전 의원을 당 대표로 추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도확장성이 높은 유 전 의원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당의 요청이 없었음에도 국민의힘 후보들의 SOS에 응답해 개별적으로 유세를 지원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일각에선 그를 끝내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세우지 않은 것을 수도권 선거 참패의 한 요인으로 거론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유승민에게 선대위원장, 또는 비대위원장을 시켰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이 정말로 극적으로 바꿔보겠다고 마음먹으면 유 전 의원을 당 대표로 추대하는 게 불가능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민심을 제대로 읽고 나경원과 안철수, 유승민 정도를 내세울지, 아니면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를 등에 업고 윤 대통령의 아바타가 될 사람을 내세울지에 따라 중도층이 당의 쇄신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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